저서로 보는 대권주자 ⑤ - "나 자신에게 내리는 채찍"

김중권 고문의 자서전적 메시지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등록 2002.02.07 15:47수정 2002.02.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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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전제 없는 3당 통합 움직임은 야합성 띈 논의 크고 멀리 봐야 한다. 꿈보다 크게 되는 일은 없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차기 대권을 꿈꾸는 주자들은 저마다의 경쟁력을 자랑하며,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인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방법은 물론 여러 가지. 지식정보화시대를 맞아 인터넷을 이용한 멜진의 운영이 급부상하고는 있지만, 역시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것은 책을 통한 것이다.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갖고 자신의 저서를 알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지지자와 독자 입장에서도 한 정치인의 숨겨진 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물론, 정치인들의 저서는 가볍게는 일반 에세이에서부터 무겁게는 자신의 정책적 비전을 다룬 책들까지 실로 다양하다. 점차 대선 정국의 중심으로 다가서고 있는 대권주자들의 책을 모아 소개한다.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지금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3당 통합 움직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국민화합이 전제돼야 하며, 또 경선 직전에 이같은 논의가 나오는 것은 현실성도 없다. 누가 어떤 의도를 갖고 추진하는지 잘 알 수 없지만, 야합성을 띤 합당논의에 대해선 반대한다"

지난달 28일, 제주도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주도지부 후원회 자리에서 민주당 김중권 고문은 최근 당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계개편설에 대해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한때 정치적 연합 관계로 설명되기도 했던 한화가 고문이 합당을 통한 자민련과의 관계복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단호한 입장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여권내 TK세력을 대변하는 김고문이 '국민화합 전제'를 이유로 3당 통합 움직임에 '야합성'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최근 일련의 상황들이 순탄치 않게 진행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을 통한 정치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자리에서 김 고문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패거리, 조직선거를 하지 않을 것이며 돈 쓰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전언.


이런 최근의 행보를 볼 때 김 고문은 자신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5공 출신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강연 석상에선 "개혁총수 DJ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저는 '개혁세력'"임을 극구 강조하기도 했다.

구태여 구분해야 한다면 '언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바르고 정직하게 했느냐'하는 것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


대선 경쟁에 뛰어든 김고문의 화두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강한 한국'과 '창조적 쇄신'이다. 지난해 말 쇄신정국을 평할 때도 그는 '창조적 파괴'라는 말을 유난히 많이 사용했다. 김고문이 장로를 맡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도 '창조'에 대한 그의 강한 애착을 보여준다.

지난 99년 끝무렵에 16대 총선을 앞두고 발간한 김고문 저서의 제목 역시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나남출판)다.

사실 김 고문은 책에 관해서라면 누구 못지 않게 부지런한 인물이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인 지난 80년, KBS라디오 아침 방송을 진행할 당시의 글을 모은 , 신앙서적 <나는 왜 고독한가?>, <인간관계의 열쇠>, <성공적인 전도의 비결>, 법률관련 서적인 <헌법과 정당> 등 그 종류도 실로 다양하다. (본지 195호 관련 기사 참조).

김 고문의 꿈은?

가장 최근에 나온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는 '김중권의 삶과 희망의 메시지'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자전적 요소가 강하다. 책제목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씨가 조언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

다음은 김 고문이 이 책을 준비하며 느낀 심정을 밝힌 머리말 중 일부다.

"이 책은 우선 나 자신에게 내리는 채찍입니다. 책을 쓰는 동안 내 마음에는 숱한 생채기가 났습니다. 시시때때로 부끄러움이 엄습했고, 할 수만 있다면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 잡히곤 했습니다. 특히 아팠던 것 중의 하나는 그동안 내가 나의 근본을 잊은 채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총6부로 나눠져 있는 이 책은 김 고문의 지난날 행적과 그 때 그때의 생각들을 모은 ▲다시 사람들 속으로 ▲나와 정치와 보이지 않는 손 ▲내일을 준비하는 오늘 ▲내앞에 길이 열리다와 정치관련 이야기들을 담은 ▲청와대에서 본 정치의 두 얼굴, 자신의 신앙과 가족 이야기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는 ▲인간 김중권을 만드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이종남 감사원장, 장석권 교수, 김한길 전장관이 격려의 글을 실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의 '법고창신'이라는 말을 유난히 강조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그는 정치에서도 과거세대와의 급격한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과거악습의 청산이 인간성 배제를 통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폐단과 단절하는 것은 현재 역사를 떠맡은 주체들의 비전과 확고한 의지에 이뤄져야 하며, 과거에 대한 단죄에만 집중돼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그는 인내와 포용할 줄 아는 넉넉함,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역사의 기나긴 과정 속에서 적절하게 한계 지을 줄 아는 지혜가 이 과정 속에서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흔히들 김 고문의 장점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상징성, 뛰어난 친화력, 구여권 출신으로서의 국정운영경험 등을 지적한다. 그러나 역시 이것만으로 '차기 대권'을 이야기하기엔 불충분해 보인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따라서 그가 꿈꾸는 것이 좀 더 구체화되고, 그 창조력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설 수 있느냐가 향후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한 강연 자리에서 김고문은 자신의 '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강한 한국은 강한 국민이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그런데 강한 국민이 되기 위해선 꿈과 경쟁력,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늘 '꿈'을 말한다. 크고 멀리 봐야 한다. 꿈보다 크게 되는 일은 없다"

김 고문은 일차적으로 '동서화합'을 기치로 '영남과 호남의 협력 속에 전국의 고른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라는 꿈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국민화합이라는 우리 민족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나의 삶이 한 알의 밀알이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요즈음 꾸는 꿈이다"는 고백도 이를 잘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큰 꿈을 그리고 있는 김고문이 앞으로의 과정속에서 얼마나 많은 '창조'를 일궈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민주신문> 251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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