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성공한 사례는 드물고, 거의 다 실패한다는 국내에 무성한 괴소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현지 취재를 해보았다. 한국기업의 여건과 세계 시장의 변화를 감안할 때 문화적 동질성이 가장 많은 중국을 해외생산 기지로 미래 시장으로 선택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대안은 없는가. 왜 중국진출은 실패의 연속인가. 과연 성공을 위한 지침서는 없는 것인가. 수교 10년의 세월 속에 묻혀 있는 현지경영 실패사례담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리라 확신한다. [편집자 주]
김창윤(가나통상. 46) 사장은 한때 자신이 중국 사정에 제법 밝다고 자부했다고 한다. 간단한 현지용어도 구사하고 2년 정도 중국 판매상들과 거래를 하면서 중국인들의 습성도 제법 알고 친구도 사귀어 주변에서는 그를 '중국통'이라 부를 정도로 치켜세워주었다는 것이다.
중국관련 책들도 사보고 인터넷 사이트의 중요한 정보들도 수집하여 활용하고, 사업계약을 할 때는 유능한 현지통역을 고용하여 업무를 추진할 만큼 꼼꼼하게 해 왔다고 한다.
"뒷통수 맞은 거죠. 중국측이 나를 어떻게 활용하면 자기들이 단번에 이익을 취할 수 있는지 알고 나를 이용하려고 연구를 한 거죠. 그걸 모르고 했으니... 조금 안다고 자신하다 호되게 당했어요."
김사장은 IMF 이후 국내경기가 계속 곤두박질치자 자금난을 못이겨 선대부터 해오던 봉제공장을 처분했다고 한다.
수중에 남은 4천만원 정도로 다른 사업을 하기에는 마땅치 않아 국내보다는 중국시장에 가면 무엇인가 새로 시작할 일이 있을 거라 믿고 보따리 무역상인 소위 '따이공'을 했다고 한다.
짧고도 긴 2년 남짓 되는 세월을 여객선을 타고 일주일에 2차례씩 오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더 나은 벌이를 찾으려고 무척 노력했다고 한다.
99년 7월 칭다오(靑島)시의 친구를 찾아갔다가 돈 벌이가 될 만한 정보를 입수했는데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의 중국 봉제공장에서 중고 재봉틀을 구입한다는 것이었다. "난 봉제를 해본 경험도 있고 유휴설비가 어디에 있는지도 아니까 '한몫 잡겠다' 싶어서 중국측과 협의를 서둘러 체결했지요." 그쪽의 조건은 중고 재봉틀을 정비하여 수출해 주면 반대급부로 총가격에 상응하는 농산물을 공급해준다는 것이었다.
중국측의 부탁은 '수입관세를 절감했으면 좋겠으니 L/C 거래 대금을 쌍방 모두 낮추어 기재하자'고 해서 동의를 했다.
중국과의 거래는 원래 이면계약을 하지 않으면 상호 이익이 적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적도 있고 합동서에 분명히 기재를 했으니 별탈이 없으리라 믿었다.
중국상품 중 한국에서 경쟁성이 있는 것은 그래도 농산물인데 '현금이면 몰라도 자기네 땅에서 나는 풍부한 농산물을 안 줄리야 있겠냐'면서 안심을 했다고 한다.
대구와 서울 영등포에서 봉제공장을 하는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1개월만에 40만달러어치의 중고재봉틀을 구입하여 선적해주었다. 그런데 고추와 깨 등 농산물을 수입하려고 현지를 방문했을 때 문제는 발생했다.
중국측은 농산물을 25만달러어치만 공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왜냐고 반문했더니 "40만달러의 중고재봉틀을 25만달러라고 기재하여 하이관(海關: 세관)에서 우리에게 벌금을 매겨 손해가 크다. 그러니 당신들이 기재한 금액 만큼만 공급하겠다. 그리고 합동을 체결할 때 분명히 통역에게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야기한 쪽에서 책임을 지기로 했는데 동의하질 않았느냐"고 우기는 것이었다.
중국측은 밀수 행위를 했다면서 하이관에서 자꾸 조사를 한다며 농산물을 가져가려면 가져가고 재봉틀을 되찾아가려면 세관조사를 끝내고 벌금을 내고 가져가라고 했다.
"너무 기가 막히고 답답했어요. 뭐 막말로 짜고하는지, 진짜인지 알 수가 있어야죠. 통역도, 세관도, 중국회사도 하나도 못 믿겠더라구요. 그래도 다행이죠. 다 먹으려고 안하고 25만달러라도 준다니... 법 위반을 하게끔 만들어 놓고 제 약점을 알고 가지고 노는 것 같더라구요. 상호이익을 위해 장사꾼끼리 믿고 한 일도 죄 지었다고 하니..."하며 담배연기를 길게 뿜어내는 김사장의 심정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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