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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그렇듯이 올해 역시 길거리에 초컬릿이 바둑판처럼 진열되어있고, 그걸 사려고 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으니 이제 발렌타인 데이라는 것은 더이상 연인이 있는 그들만의 문화가 아닌 사회 전체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남자친구가 아니라도 같은 직장 동료, 동창들에게 간단한 초컬릿을 건네는게 예의로 인식이 될 만큼 사람들이 널리 애용하고 있는 문화인데, 항간에서는 대기업의 상술에 넘어가 마구 휘둘려지고 있는 요즘 세태를 상당히 아쉬워 하면서 '남과 다른 나'를 외치는 요즘 이들이 정작 그들의 생활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남과 똑같이'를 외치며 살고 있다고 약간 비약해서 '개성없는 인간들'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허나 본 기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인간들은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이 말에 전적으로 수긍을 할 수 없기에 이에 대한 항변을 해 보기로 한다.
생각없이 그냥 고개 끄덕이는 건가?
대기업의 마케팅에 현혹 되어서 매년 그 날이 오면 우리는 아무런 생각없이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손지갑을 들고 초컬릿 가게로 걸어가는가? 만약 이런 생각으로 초컬릿을 사러 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이가 있다면 그는 철저하게 자신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세상을 어설프게 바라보며 혀를 차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을 보자. 요즘 사람들은 대개 즐기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자아의 정체성 같은 어려운 말을 떠나서 각자 자신의 생활을 즐기면서 살 줄 안단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찾아다니며 즐길 줄 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우선순위로 가질 줄 알고, 건조한 삶에 습한 기운을 불어넣어 줄 이벤트를 찾아 나설 줄 알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는 이런것들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줄 안다.
석가탄신일 때 부처의 탄생을 기뻐하며 모처럼 집에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는건가? 크리스마스 때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너무 기쁜 나머지 길거리로 나와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건가? 과연 사람들은 이런 마음으로 그날을 보내는걸까? 위 두 신앙에 대한 믿음이 절실한 사람들에게는 돌 맞을지 모르나 실제로 대다수의 모든이들은 이미 그 본질보다는 약간은 변질된 그 날의 의미를 즐긴다고 할 수 있다.
석가탄신일이 오면 파릇파릇 새싹과 함께 활개치고 싶어하는 몸을 이끌고 바깥 바람을 쐬러 가며, 연말연시의 들뜨는 분위기 속에선 크리스마스라는 모든이들의 큰 이벤트를 기다리며 달력을 지워 나간다. 굳이 좋고 나쁘다는게 아니라 요즘 사람들의 생활이 이렇다는 거다.
발렌타인데이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그 사이로 뚫고 들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즐기고 싶어하고, 이벤트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좋은 문화가 있을까? 아직도 발렌타인 데이 때 사람들이 초컬릿을 찾아 나서는 게 대기업의 마케팅에 무의식적으로 휘둘려 지는 것이라고 보는 이들을 위해 쉬운 예를 한가지 들어 보겠다.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약간은 알아 준다는 기업 S전자. '가진건 돈 뿐'라는 이 회사가 매년 9월 21일은 <세탁기의 날> 이라고 정하고 뚝섬 수영장에 돈 쓸어넣기 식으로 마케팅을 펼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정녕 우리는 9월 21일이 되면 아무 각없이 멍한 눈빛으로 카드 한장을 들고 가전제품 대리점으로 걸어갈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택배로 보낸 담에 얼굴 붉히면서 흐뭇해 할까?
'이용'해 주는거다
사람들이 원하는 걸 제대로 짚어 왔고, 또 각종 환경이 괜찮아 보이기에 사람들을 그 이벤트를 이용해 주는 것이다. 매일같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기다리는 마음을 심어주면서 약간의 삶을 활력을 줄 수 있는 날이기에 사람들을 초컬릿을 사는 것이다. 이벤트를 만든 이에게도 상당한 부가가치를 안겨주었을 라 생각하고, 이런 의 깜찍한 상술이라면 충분히 넘어가 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하기에 사람들은 매년 돌아오는 그 날, 혹은 그런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대형포털 네이버의 뉴스사이트 운영을 하고 있는 기자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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