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적으로 살기엔 너무나 순수한

서평 <뷰티풀마인드>

등록 2002.02.21 12:33수정 2002.02.2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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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광인은 사실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다. 하나의 대상 또는 사물에 집착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그 이면을 파헤치고 새롭게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좀더 쉽고 자극적으로 말하자면 무언가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겁니다」라는 제목의 책까지 나와 있는 것을 보면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들에게 그야말로 미쳐 있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썩 기분 나쁜 일만은 아닐 것같다.


27쪽의 논문 하나로 150년간 지속되어 온 경제학 이론을 뒤집어버린 천재적인 수학자 존 내쉬. 그의 삶은 행복과 불행의 양 극단을 오고간다. 위대한 천재에서 정신분열증 환자로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까지.

이 책 「뷰티풀 마인드」는 수학자 존 내쉬의 삶의 궤적을 따라 그의 천재성과 광기가 빚어냈던 삶의 힘겨움과 그를 믿음과 사랑으로 붙들어주었던 한 여인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한 천재의 전기인 동시에 감동적인 인간 관계의 보고서다.

지은이 실비가 네이사는 대부분의 전기가 저지르게 되는 오류인 표면적 인간승리나 업적 위주의 묘사를 배제하기 위해 애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살펴 존 내쉬뿐만 아니라 그를 사랑하고 아꼈던 모든 사람들을 책의 주인공으로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은이가 말하는 존 내쉬는 통속적으로 살기에 너무 순수했거나 몽상적인 사람이다. 강의실에서 공부 도중 비둘기가 머리를 몇 번이나 조아리는지에 관심을 두는가 하면 처음 본 여성에게 '우리 빨리 타액이나 교환하자'는 황당한 말을 하면서도 그것이 왜 잘못인지 몰랐던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수에 미친 천재 수학자라고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천재적으로 풀어갈 수는 없는 법. 그에게는 괴팍하다거나 무뚝뚝하다는 비난이 따라붙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승승장구 MIT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던 내쉬에게 정부의 비밀 요원이 찾아오고 내쉬에게 암호 해독의 임무를 의뢰하게 된다.


그 즈음 내쉬 앞에 운명적인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헌신적으로 내쉬의 방황과 황폐해진 영혼을 돌봐준 아내 알리샤였다.

알리샤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35년 동안이나 영혼의 암에 걸려 정신적 방황을 겪어야 했던 내쉬는 다시 천재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고 마침내 44년의 시간이 지난 1994년에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천재의 삶은 언제나 순탄치 못하다. 천재는 항상 앞서 달려가기 때문에 시대와의 불화를 피해갈 수가 없다. 그의 불화 앞에서 묵묵히 사랑으로 감싸주는 아내 알리샤의 모습이 감동적이면서도 예상치 못했던 반전과 색다른 형식으로 묘사된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색다른 맛을 전해준다.

덧붙이는 글 | 뷰티풀 마인드
실비아 네이사 / 승산 / 760쪽 / 18,000

덧붙이는 글 뷰티풀 마인드
실비아 네이사 / 승산 / 760쪽 / 18,000

뷰티풀 마인드

실비아 네이사 지음, 신현용 외 옮김,
승산,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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