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그들이 나섰습니다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6>

등록 2002.02.26 10:08수정 2002.02.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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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진


길어야 2, 3초.
내 걸음으로 버스에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거의 가늠할 여유도 없는 그런 짧은 시간입니다.

짧아야 2, 3분.
그들의 몸으로 버스에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자신의 의지를 더해 다른 이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그나마 가능한 시간입니다.

그렇듯
혼자의 힘으로는 버스에 오르는 게 불가능한 이들이 있습니다.

엊그제
지독히도 겨울바람이 매섭던 저녁 무렵.
자신들의 몸에 쇠사슬을 채운 그들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세상이 떠넘긴 그 쇠사슬을 둘러메고 나섰습니다.

오를 수 없는 버스를 향하여
내려갈 수 없는 지하철을 향하여
태워주길 거부하는 택시를 향하여

그들이 나섰습니다.

앞을 막아선 방패를 향하여
무심히 지나치는 시선을 향하여
자신들을 둘러싼 편견을 향하여

그들이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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