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과 ‘위엔샤오지에’

<한중 문화비교>

등록 2002.03.01 15:46수정 2002.03.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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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난 26일은 음력 1월 15일, 가장 큰 보름이라는 뜻의 정월 대보름이었다. 정월대보름날이면 온가족이 모여 앉아 어머니가 정성스레 준비한 땅콩, 호두 등 부럼을 까먹는 것이 연례 행사다. 이를 ‘부럼 깐다’ 라고 한다. 요즘은 먹을 것도 다양하고 좋은 음식도 많아 부스럼이 나지 않지만 옛날에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피부에 버짐이 피기도 했다. 땅콩이나 호두 같은 열매에는 부스럼을 막아주는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어서 부스럼을 예방하는 데 그만이었다.

대보름은 우리 민족의 ‘밝음 사상’을 반영한 명절로 예부터 다채로운 민속이 전한다. 중국에서는 이 날을 상원(上元)이라 하는데 여기에 중원인 7월 15일, 하원인 10월 15일을 합하여 ‘삼원’이라 부른다. 이 밖에도 원소절(元宵節), 원석(元夕)이라 한다.

농경문화와 대보름

대보름은 상징적인 측면에서 달ㆍ여성ㆍ대지의 음성원리(陰性原理)에 의한 명절로 달은 곧 물의 여신을 의미하므로, 대보름과 농경문화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땅과 달을 여성으로 여긴 것은 오랫동안 전해온 지모신(地母神)의 생산력 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태종실록>>에 전하는 경기도 연안부의 용갈이, 용경(龍耕)풍속이나 <<동국세시기>>에 전하는 홍주의 용경과 용알뜨기 민속, 영동지방의 용물달기 등은 용신(龍神)신앙이 농경의례와 밀접함을 보여준다.
줄다리기 역시 용사(龍蛇) 신앙의 한 표현이다. 따라서 대보름 달빛은 어둠과 질병, 제액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이므로 동제(洞祭)를 지내고 개인과 집단적 행사를 한다.

한국의 세시명절


정월 대보름은 한국의 대표적인 세시명절의 하나로 이 날 행해지는 각종 풍속은 전체 세시풍속 중 1/4이 넘을 정도로 풍부한데, 설 풍속을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이것은 정초와 대보름 명절이 우리 민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력 정월 15일인 대보름에는 풍요를 기원하며 농사와 관련된 많은 행사가 치뤄진다. 농사가 잘 되길 기원하며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거나 줄다리기, 지신(地神)밟기, 차전(車戰)놀이 등을 벌인다. 그런가 하면 한 해의 나쁜 재앙을 보내는 의미로 하늘에 연을 날려 보내고, 달이 뜰 무렵엔 둑에 불을 질러 잡귀와 해충을 쫓거나 쥐불놀이를 하고 달을 보며 1년의 행복을 기원하기도 한다.


정월대보름엔 뭘 먹지?

지금은 그 의미가 약해졌지만 예부터 전해오는 정월 대보름 음식들에는 하나하나 조상들의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대보름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오곡밥이다. 이는 쌀, 보리, 조, 콩, 기장의 다섯가지 곡식을 넣고 지은 밥을 말하는 것으로 지방에 따라 오곡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보통 그 해에 농사지을 곡식들을 넣고 만들어 풍년을 빌었는데, 3 집 이상의 것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다고 해서 집집마다 서로 나누어 먹기도 했다. 또한 오곡밥을 먹을 때 곁들여 먹는 반찬이 있는데 이를 상원채라고 한다.

대보름날을 한문으로는 상원일(上元日)이라고 일컫는 데서 비롯된 상원채는 여러 가지 나물을 가리키는데 박나물, 시래기, 버섯 등 작년에 거둬서 내내 말려두었던 것을 삶아서 무친 것이다. 9가지 이상을 먹는 것이 좋은데, 이걸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대보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중요한 음식은 부럼이다. 부럼은 밤, 호두 등 딱딱한 껍질의 과일을 이르는 것으로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대보름날 아침에 밤, 호두, 은행 등을 어금니로 깨문 다음에 던지면서 “부럼이요!”라고 하면 그 해에는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중국

음력 1월 15일 가장 큰 보름이라는 뜻의 우리나라의 정월대보름에 한해의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어릴 때 어머니께 들은 적이 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한국에서는 많은 행사가 마련되었다. 여기 중국에서도 위엔샤오지에(元宵節)라 하여 정월 초하루 부터 시작해서 대보름까지 무려 15일간에 걸친 축제가 열렸고, 형형색색의 등(燈)이 거리를 장식하는 등 그 분위기가 화려했다.

‘정월 보름날 밤’ 이라는 뜻의 위엔샤오지에

위엔샤오지에가 중국에서 풍속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일반적으로 한대(漢代) 초기에 시작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위엔샤오지에를 ‘덩지에(燈節)’ 또는 ‘덩시(燈夕)’라고도 한다. 이 날은 춘지에 뒤에 오는 첫번째 보름날 밤으로 위엔샤오(元宵)에서 으뜸이라는 뜻의 ‘위엔(元)’자는 일년 중 첫 번째 달의 보름이란 의미에서 붙여졌고, ‘샤오(宵)’자는 밤에 행사를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즉 위엔샤오는 바로 ‘정월 보름날 밤‘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덩지에’이나 ‘덩시’는 이 날 밤에 행하는 주요 행사 중의 하나가 바로 등불을 장식하여 내거는 것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외에도 위엔샤오지에를 ‘상위엔(上元)’ 또는 ‘상위엔지에(上元節)’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도교에서 나온 것이다.

위엔샤오지에의 유래

약 2000여 년전 한대 초기에 막강 권력을 휘두르던 여태후가 죽은 후 그의 일족인 여산(呂産)과 여록(呂祿) 등이 정변을 일으키며 제위를 찬탈하려는 모의를 꾸몄다.

이 일이 유 씨(劉氏) 종실의 제왕(齊王) 유낭(劉囊)의 귀에 들어가자, 유낭은 유 씨 정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여 씨(呂氏) 일족을 토벌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곧바로 개국공신 진평(陳平)ㆍ주발(周勃)과 연합하여 여록(呂祿) 등을 제거함으로써, 이른 바 ‘제여지란(諸呂之亂: 여 씨들의 반란)’은 평정됐다.

반란이 평정된 후 중신들은 유방(劉邦)의 둘째 아들 유환(劉桓)을 황제로 옹립하였으니 그가 바로 한 문제이다. 한 문제는 즉위한 후에 ‘제여지란’을 진압한 날인 정월 15일을 기념일로 제정하고 ‘위엔샤오지에’라 했다. 이때부터 매년 정월 15일 밤이면 한 문제는 궁궐 밖으로 나가서 백성들과 함께 위엔샤오지에를 즐겼다고 한다.

위엔샤오지에의 등불구경과 위엔샤오 먹기 위엔샤오지에에 중국 사람들은 등불 구경과 위엔샤오를 먹는 풍습이 있다. “정월 15일은 꽃등 구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등불이 많아 위엔샤오지에는 덩지에(燈節)라고도 불린다.

위엔샤오지에는 중국 전역에 걸쳐 오색 찬란한 꽃등이 넘치는데, 궁덩(宮燈)ㆍ삐덩(壁燈)ㆍ런우덩(人物燈)ㆍ화펀덩(花卉燈)ㆍ조우마덩(走馬燈) 등 천태만상의 장관을 이뤘다. 일부 등에는 수수께끼를 적어 넣어 한 층 재미를 더해줬다. 위엔샤오지에에는 등불 구경 외에도 위엔샤오를 먹는 습관이 있다. 위엔샤오란 달콤한 깨 등을 넣고 찹쌀 가루로 싸서 찐 일종의 동글동글한 떡으로 이 ‘元宵’라는 말에는 투완위엔(團圓 단란하게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위엔샤오지에는 일 년 중 첫 번째 보름달이 뜨는 날이기 때문에 가족간의 단란함과 행복함을 상징하는 것. 이 날도 중국에서는 역시 사자놀이와 용춤 등의 각종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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