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힘내세요"

보령화력노조 가족대책위, 대천역광장에서 민영화 저지 집회

등록 2002.03.02 21:31수정 2002.03.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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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저지를 위한 발전산업노조의 파업이 6일동안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발전소 현지의 가족들도 민영화 저지에 나섰다.

보령화력노조 가족대책위(위원장 황선미, 이하 '가대위')는 2일 오후 3시 대천역 광장에서 300여명의 가족이 모여 '민영화저지 파업투쟁'을 지지하는 집회를 가졌다.

여느 때라면 각급 학교의 입학식과 새학기 얘기로 가득했을 요즈음, 보령화력 사원주택에는 서울로 상경해 파업을 진행 중인 남편걱정으로 가득하다.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옷은 제 때 갈아입는지? 잠은 어디서 자는지? 가스, 철도부문의 파업이 종결되면서 발전부문도 빨리 합의해서, 아빠와 남편의 얼굴을 하루라도 빨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하지만 '발전산업 민영화 추진'을 되풀이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이 변화가 없고, 사측은 업무복귀명령불응을 이유로 노조원 52명에 대한 해임처리 방침을 밝히고 있는 데다가 대규모 신규채용을 발표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노사간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령화력노조 가족들은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아빠들을 격려하고 '왜 민영화를 저지해야 하는지'를 직접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나서게 됐다.

3월로 접어들었지만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 대천역 광장에 모인 300여 보령화력 가족들은 서투른 솜씨(?)로 파업가를 따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면서 민영화 이후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민영화 저지투쟁'이 발전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을 지켜내고 서민의 경제부담을 줄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보령화력 자재부 연료과에 근무하는 이동수 씨의 딸 이유진 양이 아빠에게, 파업에 참여 중인 화랑아빠가 가족에게, 그리고 한 아내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가 낭독되면서 가족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유진 양은 편지에서 "아빠.. 힘없이 포기하셨다면 전 아마 울었을 거예요. 하지만 꿋꿋하게 정의를 위해 투쟁하시는 아빠를 잘 알기에 너무 멀지만 여기 아빠가 사랑으로 만들어 주신 이곳에서 힘껏 웃어드립니다. 꼭 승리하고 돌아오세요...."라고 격려했고, 한 아내는 편지에서 사원주택 후문에 있는 경찰을 보고 아이가 "왜 경찰이 있느냐"고 물어와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라며 대답한 얘기를 전했다.


또 명동성당에서 파업 중인 화랑아빠는 "투어 파업으로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고, 우리 가정이 얼마나 행복한 가정인지를.. 여우같은 여보 사랑하고, 토끼같은 나의 아들, 딸들아 보고싶다.. 하지만 힘찬 아빠가 되어 당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기다려 다오. 기필코 승리하여 당신의 이쁘고 작은 손에 갔다 바치겠다"고 말해 집회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가대위는 이날 집회 후 대천천변 하상주차장까지 1.5km 구간에서 가두집회를 이어가면서, 시민들에게 '민영화가 중단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발전산업노조의 파업을 지지해 줄 것"을 부탁했으며 거리의 시민들은 이들의 주장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편, 충남 서부지역(보령, 당진, 태안)의 발전노조 가족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이번 파업투쟁를 적극 지지하기로 결의했고, 각 현지의 지지집회 개최와 함께 명동성당을 직접 방문하는 등 파업에 참가한 남편들과 동참하기로 했다.

다음은 편집 원문.



딸이 아빠에게


아빠! 보고싶어요.

오늘도 식탁에는 숟가락 하나가 빠졌어요.
늘 TV는 켜져 있고요, 엄마는 이제 뉴스 시간도 다 외우셨어요.
전화만 오면 뛰어가서 서로 받으려고 하구요.

그래도 아빠, 저희는 아빠 걱정을 하면서도 따뜻한 방에 누워 자고
밥 제때 챙겨먹고 있어요. 아빠께 죄송하지만 이제는 힘내서 싸우시는 아빠 뒤에서 밀어드리려면 저희도 힘내야 할 것 같아서요. 항상 아빠의 뒤에는 아빠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빠가 고장난 문을 고치실때도 운전을 멋지게 하실때도 자랑스러웠지만 지금 가족을 위해서 온 국민들을 위해서 투쟁하고 계신 모습이 제일 자랑스럽습니다.

아빠의 쉰 목소리.. 분명히 오늘 식사도 제대로 못하셨겠죠. 아빠의 신발도 피곤으로 지쳐있겠죠. 이럴때 우리가족이 할수있는 일이 그저 응원하는 일밖에 없다는게 가슴이 아파요.

아빠 이것만 약속해 주세요.
몸 상하지 마시고요 마음도 상하지 마세요.
현실도 날씨도 답답하지만 아빠가 불빛이 되어 앞장서니 저희도 믿고 따라갑니다.
힘내세요.

아빠가 저희곁에 있었기에 아빠의 아들 딸들은 학교도 가고 직장도 얻고, 시집 장가를 갈겁니다.
우리는 아빠의 이 힘겨운 싸움때문에 우리가 자랑스러운 노동자들의 아들.딸임을 잊지않고 살아갈수 있습니다.

흔들림없이 고된 하루를 보내시는 아빠께 뒤에서 따뜻한 웃음을 보냅니다.

아빠.. 힘없이 포기하셨다면 전 아마 울었을 거예요. 하지만 꿋꿋하게 정의를 위해 투쟁하시는 아빠를 잘 알기에 너무 멀지만 여기 아빠가 사랑으로 만들어 주신 이곳에서 힘껏 웃어드립니다. 꼭 승리하고 돌아오세요.

가족이라는 이름의 저희들이 사랑으로 응원하고 있을께요. 그리고 돌아오시면 우리가족 웃으면서 사진한번 찍어요. 아빠, 사랑해요. 힘내세요..


-보령화력 자재부 연료과
이 동수 씨 딸 이 유진 올림-



한 아내가 파업에 참여한 남편에게


어느날 커다란 배낭 꾸러미를 들고 "아빠 열심히 일하고 올테니까 아빠 올 동안 씩씩하게 잘 지내라" 그날 아빠의 출근은 여느 때와는 달랐습니다.

평소의 말끔한 모습과는 달리 두툼한 점퍼에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며 떠나는 아빠의 모습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아빠가 떠나고 사택 후문에 있는 경찰을 보고 딸 아이가 묻더군요.

"엄마, 경찰아저씨가 왜 왔어?"
"응, 아빠 회사를 지금 나라에서 팔려고 한대. 그럼 우리 모두 쫓겨나게 될지도 몰라. 그래서 아빠랑 회사아저씨들 모두 모여 데모를 하는거야. 그런데 경찰아저씨들이 그건 나쁜 일이라며 아빠들을 잡아 갈려고 왔대.."

그날 나는 이제 겨우 다섯 살 난 딸 아이에게 이해할 만큼의 말을 무심토 내뱉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그럼 우리 아빠가 도둑이야? 경찰 아저씨 나쁘다~ 우리아빠 도둑 아닌데..."

경찰은 도둑 잡아주는 좋은 아저씨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아이는 그후로 틈만 나면 경찰아저씨를 욕하기도 하고 우리 아빠는 도둑 아니라며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 아빠들이 도둑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의 일터를 다른 나라에 팔려고 하는 지금의 정부는 우리를 위한 진정한 경찰인가요? 지금 정부는 왜 우리가 파업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뒤로한채 파업에 따른 불편만을 앞세우며 시민들에게 우리의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 우리의 일터만을 부여잡기 위해 오늘 모였나요?

여러분 누가 진정 도둑인지를 꼭 밝혀 냅시다.
우리의 아빠들은 절대 도둑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아빠!
우리는 아빠들이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우리는 믿어요. 아빠는 절대 도둑이 아니라는 것을..

아빠. 사랑해요..


파업중인 화랑아빠가 가족에게

자랑스런 보령가족 여러분께

사랑하는 여보, 아가야 무척 보고싶구나. 하지만 우리 아빠들은 서울대 집회에서 힘차게 결의하였다. 멍청한 정부와 회사 간부들을 향해...

국민의 재산을 방만한 경영효율을 인용 외국에 헐값에 팔려고 합니다.
경영은 누가 했습니까. 바로 낙하산 인사를 통한 지내들이 해놓고 그 이유를 빌미로 삼아 IMF때 돈을 빌려오며 굴욕적으로 약속한 것을 이행하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보령화력 아빠들은 너무나 멋쟁이 입니다. 평소엔 무기력한 남편 재미없는 아빠로 비추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빠들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무엇을?

"떳떳한 남편이 되자, 힘있는 아빠가 되어 가족으로 돌아가자고.."

투어 파업으로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고,
우리가정이 얼마나 행복한 가정인지를..여우같은 여보 사랑하고, 토끼같은 나의 아들, 딸들아 보고싶다..

하지만 힘찬 아빠가 되어 당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기다려 다오. 기필코 승리하여 당신의 이쁘고 작은 손에 갔다 바치오리다.

여보 우리 아가들을 부탁하고 아빠는 애국투쟁을 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얘기해주세요. 우리 아빠들은 이 투쟁에서 지면 모두 해고자가 되고 길거리고 내 쫓기게 됩니다.

여보 나에게 힘을 주세요. 인사도 당분간 단결 투쟁으로 해주세요!

우리 아빠들은 이제 자신이 생겼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여보 사랑해요"를 크게 외칠수 있음을...
오늘도 역 앞에서 가족집회를 하신다고요.
대단하십니다. 같이 합시다.

- 여보 화이팅... 화랑아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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