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요한 화두 중에 하나가 신체의 건강과 외모에 대한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자본이 생산하는 이미지는 사람들의 이러한 욕구를 더욱 자극하고 10대 어린 소녀부터 중년 남성의 뱃살에 대한 고민까지로 이어진다.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멋있게 보이는 욕구와 이미지들, 그리고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넘쳐나는 시대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이런 대중들의 욕구를 놓치지 않는 것이 또한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순진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불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어 문제가 되었다.
지난 해 2001년 8월 2일 KBS, MBC 뉴스에, 올 1월 26일은 YTN 뉴스에 C라는 외국계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작년 봄에 문을 연 C 센터는 첨단시설과 큰 규모를 자랑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 회원가입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C 센터는 불공정한 약관으로 수천 명의 회원을 모집하면서 소비자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K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직장인은 사정상 중간에 그만 두려고 했어도 미리 낸 석 달치의 회비 등을 돌려 받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고, 센터측은 갖은 실랑이 끝에 돈을 돌려주면서 환불받은 사실을 언론매체에 알리면 안 된다는 조건까지 달았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한 회원은 YTN 뉴스 보도의 인터뷰에서 "해지를 요청했을 때 해지동의서에 서명하는 란에 돈의 액수가 과도하게 부과되는 사항이 원래 계약서보다 많았고, 환불자체가 불가하다는 센터 측 입장도 있었다. 또한 환불 액수 자체에서 오는 부당함 때문에 카드로 결제 빠져나가게 되어 있는 센터측의 자동이체를 막기 위해 통장의 돈을 빼냈다가 카드회사로부터 신용불량자라는 전화까지 받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비단 해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입초기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문구로 가격인상 실시에 대한 선전을 통해 회원들을 무작위로 끌어들였지만 회원들마다 - 동일한 등급회원 카드 소지자들 조차도 - 다르게 적용되는 비용과 부당한 조건들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에 사람들이 안티 사이트를 만들고 부당한 조건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안티 사이트를 통해 알게된 이들 피해자 100여 명은 이 센터에 대해 환급금 가압류 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하는 등 본격적 대응을 시작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가입 회원들에 대해 불공정한 약관을 강요한 기업에 처음으로 소비자 피해 일괄구제 제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원과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소비자 피해 일괄구제 사건 선정 회의"를 열어 서울 명동에 있는 외국계 스포츠 센터인 이 센터"의 약관을 일괄구제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8월 2일 밝히기에 이른다.
일괄피해 구제는 불공정한 거래나 약관 등으로 다수의 소비자가 피해를 본 경우 공정위의 시정 조치를 근거로 다른 피해자도 한꺼번에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법원의 판결로 피해자를 일괄구제하는 집단소송제의 전단계로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이 회사가 계약해지시 계약금 전액환불 금지, 월회원 계약금 전액환불금지, 선납회원 중도해지시 계약금 20% 위약금 공제, 회원권 시정지 불가 등 부당한 내용의 약관을 운영해 왔다며 이를 무효로 판정, 시정권고를 조치했다.
공정위의 피해일괄 구제제도 시행을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 피해자가 일일이 피해구제 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게 됐고, 소비자의 권리 보호차원에서 한 단계 진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사람들의 평가만큼 이 제도의 시행이 소비자 권리보호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 의문이 든다.
계속적인 가압류 신청을 준비해 오던 이들에게 이 제도의 시행이 그리 수월함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피해의 규모와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몇몇 그룹으로 나누어서 진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피해사항이 다른 경우의 사람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고 해당하는 사람들을 새롭게 모아 자신들의 입장을 세워 피해사항 건의를 재조정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다른 한 회원은 현재 소송을 준비하는 기존 피해자들과 불공정 거래의 조건이 달라 자신과 같은 입장의 회원들을 모으고 있다. 이 과정은 해당사례를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문제에 접근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공정위는 현행 약관심사제도는 약관조항 자체의 불공정성 여부만을 추상적으로 심사해 문제조항을 삭제, 수정하는데 그치고 있다. 피해 소비자가 구제받기 위해서는 약관심사 청구와는 별도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약관으로 인한 피해가 소액인 경우 피해 소비자들은 소송을 통해 구제받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즉 이것은 소비자가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액을 환불받기 위해서는 피해 액수가 소액이라도 소송을 제기하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이중적 피해구제제도를 개선, 법원과 협력을 통해 무효심결만으로 당사자간의 조정이나 중재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피해구제제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행 약관법에 규정돼 있는 추상적인 개별 금지 조항들로 인한 모호성을 해결하고 약관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판례 등을 통해 개별적 금지조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순진한 소비자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사회가 분화되면서 대중들의 욕구는 다양해지고 또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소비를 조장하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고도의 전략을 내세우는 것은 명백하다. 물론 소비자가 어떠한 거래라도 계약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말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거래계약서를 꼼꼼히 살피고 의문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 기업은 단순히 소비자의 주머니 돈을 털고자 하는 얄팍한 상술의 궁리를 중지하고, 올바르고 도덕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정당한 이윤추구를 해야하겠다. 또한 이러한 기업 윤리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국가는 법적으로 신속히 제지하고 소비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방송전문웹진 자임(zime.fbc.or.kr/)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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