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 2002.03.25 16:24수정 2002.03.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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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5일부터 진행된 사회당 북한강좌를 정리하기 위해 마련된 종합토론회에서 진보진영이 처음으로 '북한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논쟁을 벌였다. 그 동안 진보진영 사이에서 '북한문제'에 대해 많은 논쟁이 벌어졌지만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이고 서로의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23일 오후 3시 연세대 상경대학 신관 강당에서 열린 '진보진영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는 5일부터 진행된 북한 강좌의 강사(동국대 강정구 교수, 사회당 김태호 부대표, 아웃사이더 진중권 편집장, 한국정치연구회 차문서 박사)들이 토론자로 참석하여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이날 토론회장에서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평가 부분에서 가장 열띤 논쟁이 이루어졌다. 이 문제로 인해 한때 강 교수와 아웃사이더 진 편집장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논쟁의 시작은 진 편집장의 '입'에서 시작되었다.

진 편집장은 한총련 측에서 발표한 탈북자성명서에 대해 "한총련의 이번 성명서는 그간 한총련이 북한에 대해 취해왔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징표"라며 "성명서 속에 탈북자 25명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 없고 이번 탈북자 사건이 국정원과 미국정부의 비호 아래 이루어졌다는 이따위 얘기나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해방 후 한국역사에서 항상 있어왔던 일이었기에 충분히 문제제기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며 "탈북자 25명의 인권을 생각했더라면 비공개적으로 진행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되물었다.

북한문제를 바라보는 강 교수와 진 편집장의 입장 차이는 '아리랑 축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는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진 편집장은 "민주노동당이 아리랑축전 관광객 5000명을 모으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북한의 외교적 투쟁노선만 지지할 것이 아니라 민중적·인권적 관점에서 본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탈북자 식량지원을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진 편집장의 발언에 대해 강 교수는 "북한과 남한의 연대를 국제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를 고려해본다면 60만원 들여서 아리랑축전에 충분히 갈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북한이 사회주의국가인가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다른 견해를 제시하였다. 북한을 사회주의 국가로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강 교수는 "북한에 조직제를 바탕으로 한 착취는 남아 있지만 생산소유에 따른 자본주의적 착취는 없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로 볼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차 박사는 "사회주의 국가의 기본은 생산수단의 공적소유인데 북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왜곡된 형태의 공적소유이고 집체적 사적소유이기 때문에 북한을 사회주의 국가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토론회 장에서는 민주노동당­사회당 통합의 전제조건인 '반조선노동당'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졌다. 사회당 부대표인 김태호 씨는 반조선노동당 선언의 배경에 대해 "청년진보당에서 사회당으로 당명을 바꿀 때 만들어졌던 것으로 이 선언은 사회당 당원이 되기 위해서 최소한 합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었다"면서 "하지만 반조선노동당을 선언했다고 해서 북한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는 "무엇에 반대한다는 식의 선언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선언이 되어야 한다"면서 "실제 북한 핵심권력기구인 조선노동당을 부정한다는 것은 사회당의 의도와는 다르게 반북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장에서는 '북한문제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의 이념과 실천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인터넷과 신문지면을 통해서 계속 '민족자주' 계열을 비판해온 진 편집장은 "아직 우리 사회에 친일파 청산과 통일 문제와 같은 민족적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민족자주'계열의 긍정적인 요소는 구원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아직도 김일성 장군 만세를 부르는 골수 주사파는 '민족자주' 계열에서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진 편집장은 "투쟁일변도의 '민족자주'계의 문제의식이 낡았다"며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진 선생은 극히 일부분을 확대해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민족자주' 계열의 주류는 '민중해방'계열과 결합할 소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자는 정리 발언을 통해 "오늘 토론회장에서 보았듯이 아직도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큰 것 같다"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앞으로 공론의 장을 통해서 서로의 의견 접근이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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