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가을, 민가협 주최의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공연에 맞추어 정태춘·박은옥 부부를 인터뷰할 때의 일이다. 박은옥 씨와 먼저 통화를 했는데 "저보다는 제 남편 이야기를 듣는 게 더 나을 거예요"라며 밤 9시쯤 집으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정태춘 씨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 사람이 가수가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양심수들에 대해서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고 그의 이야기에는 그가 부른 노래처럼 조금의 가식이나 거짓도 들어 있지 않았다.
정태춘.
그는 1978년 <시인의 마을>과 <촛불>을 노래한 데뷔앨범으로 79년 MBC 방송의 신인가수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한 상업가수로 데뷔하는 듯 했으나, 이후 불굴의 의지를 지닌 싱어송라이터이자 양심을 노래하는 '투사'가 되었다.
박은옥.
그는 1979년 정태춘의 곡 <회상>과 <윙윙윙> 등을 부르며 가요계에 데뷔, 이듬해인 80년에 정태춘 씨와 결혼한 이후 민족민주운동과 진보적인 예술운동에 함께 참여했다.
정태춘·박은옥 부부는 80년대 중반부터 사회 현실과 모순에 대한 비판과 풍자의 노래들을 불러오면서 가요검열제 철폐를 위해 노력했으며, 결국 <아, 대한민국...>, <92년 장마, 종로에서>의 노래들을 합법화시켰다.
비록 90년대에 이르러 투쟁의 열기는 점점 식어갔지만, 이 부부는 97년도부터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공연 및 다수의 콘서트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다양한 음악적 색깔로 표현해왔다.
이 부부가 더 이상 신인가수가 아님에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유는 20년 넘게 함께 노래하는 동지이자 성실하고 아름다운 부부라는 데 있을 것이다. 또한 시대와 유행에 따라 상업적으로 노선을 바꾸거나 창조되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이 부부는 언제나 한 길만을 걸어왔다. 첫째, 언제나 민중을 위해 진정한 예술을 노래했으며. 둘째, 20년이 넘도록 '정태춘·박은옥'이라는 이름을 '박은옥·정태춘'으로는 한 번도 바꾸지 않고 고수(?)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매된 '정태춘·박은옥 20년 골든앨범(1978~1998)'은 지난 20년간의 음악생활을 정리하고 향후 예술세계를 모색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 앨범에는 정태춘의 첫앨범 '시인의 마을'부터 98년 발매한 20주년 기념앨범 '정동진/건너가다'까지 총 11개 음반에 수록된 100여 곡 중, 33곡을 엄선하여 2개의 CD에 담았다.
이번 앨범은 특히 한 가수의 히트곡 중심으로 묶여진 다른 가수들의 베스트 음반과는 달리 작가 중심의 작품 연대기식으로 짜여져 있어, 이 부부의 음악적 성과를 결산함은 물론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음악으로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봄바람 꽃노래>
- '정태춘·박은옥 20년 골든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안내
- 20년간의 히트곡 33곡을 전부 들려드리는 특별한 콘서트
일시 : 2002년 3월 26일(화) ~ 4월 7일(일)
( 화/목/금 - 7시 30분, 수 - 3시, 토 - 4시 / 7시 30분, 일 - 3시 )
장소 : 제일화재 세실극장 옆 (덕수궁 옆)
입장료 : 수 - 3만원(주부를 위한 알뜰공연) 화/목 - 33,000원 금/토/일 - 35,000원
문의 : 3272-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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