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운동화가 꼴찌 하는 이유

나오미 클라인의 NO LOGO

등록 2002.04.03 11:17수정 2002.04.03 15:28
0
아이들 여럿이 달리기 시합을 하기로 했다. 누가 일등을 하고 누가 꼴찌를 할까. 힌트는 한 아이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었고, 다른 한 아이는 국산품을 신었다. 이것도 문제냐고 타박하지 말고 차근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 힌트 속에 답이 있다. 누굴까?

당연히 국산품을 신은 아이가 일등을,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아이가 꼴찌를 했다. 무슨 소리냐고? 선수들이 보다 빨리 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체공학을 더 생각했을법한 나이키가 당연히 일등을 하지 국산품이 일등을 하느냐구?


이건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풀 문제가 아니다. 일종의 넌센스 퀴즈다. 진작 그렇게 얘기하지 그랬냐구?

아주 오래 전에 유행하던 우스개 문제 중의 하나인데, 이유는 국산품을 신은 아이는 상표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전력질주를 하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아이는 상표가 잘 보이도록 최대한 천천히 뛰기 때문이다.

개발의 뒷전, 브랜드 이미지 높이기에만 혈안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브랜드 파워다.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위력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브랜드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사실 우리는 매일같이 빅 브랜드 속에 휩싸여 산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켜면서 하루 일과는 시작하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코카콜라를 마신다.

그런데 이 브랜드 파워는 장난이 아니다. 여러 음료수가 함께 진열돼 있는 음료수 진열대에서 단지 '코카콜라'라는 이유만으로 코카콜라는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선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기술 개발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높이기에 더 열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물론 이런 특정 상품을 선호하는 심리, 즉 브랜드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브랜드들이 오늘날과 같이 되기까지는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 붓고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온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 브랜드 파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지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거나 제품 구매 빈도수가 높다는 것만을 의미할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 책 「NO LOGO」(나오미 클라인 지음·정현경 외 옮김·중앙M&B 펴냄)는 바로 이 브랜드 파워 뒤에 감춰진 진실, 다국적 기업들이 그 화려한 '브랜드 이미지' 뒤에 숨기고 있는 어두운 측면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공산당선언'과 함께 읽어야 할 책

다시 말해 다국적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벌이는 부당 행위와 환경 파괴 등을 비판하고, 개인의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브랜드 전략을 해부한다. 지은이 나오미 클라인은 영국의 <더 타임스>가 '전세계 35세 미만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한 이로, 현재 반세계화 진영의 대표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거니와 이 책이 나오자마자 언론들이 대서특필했고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나 '자본론'과 함께 반세계화주의자들 필독서로 떠올랐다고 한다.

어쨌든 이 책은 1993년 말보로 금요일 - 필립 모리스가 자사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 들어오는 값싼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 말보로 담배 가격을 20% 인하한 사건 - 이후 다국적 기업들은 너 나 없이 제품의 직접 생산 대신 브랜드 구축과 확장에 힘쓰고 있는 제1부 'NO SPACE'를 비롯 제2부 'NO CHOICE'에서는 문화적 선택의 폭에 대한 약속이 어떻게 합병과 프랜차이즈, 시너지, 기업 검열에 의해 저질러졌는지를, 제3부 'NO JOBS'에서는 제3세계에서 벌어지는 다국적 기업들의 노동 착취를, 그리고 제4부 'NO LOGO'에서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반기업운동을 살펴본다.

그러면서 이 책은 다국적 기업들의 이같은 행위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세계적 로고 망의 브랜드가 갖는 비밀을 깨달을수록 그들의 분노가 커다란 정치 운동과 다국적 기업,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업을 겨냥한 거대한 저항의 물결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덧붙이는 글 | NO LOGO
나오미 클라인 / 중앙M&B / 560쪽 / 22,000

덧붙이는 글 NO LOGO
나오미 클라인 / 중앙M&B / 560쪽 / 22,000

No Logo

나오미 클라인 지음, 정현경.김효명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2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