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위원회, 북 인권문제 거론

등록 2002.04.09 05:46수정 2002.04.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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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폭력 고조로 일주일 가량 계속 연기되었던 제58차 유엔 인권위원회의 9번 의제(전세계 지역에서의 인권 문제)에 대한 토론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전통적으로 9번 의제는 인권위의 의제 중 가장 논쟁적인 의제로써 미국과 유럽연합을 중심에 둔 서구 국가들이 전 세계(주로 제3세계)의 인권 문제를 국가 이름을 구체적으로 들며 거론하고, 이에 대해 제3 세계 국가들이 반박하는 가장 정치적으로 뜨거운 의제이다.

이번 회기에서도 서구 국가들은 예외 없이 세계의 인권 파수꾼 혹은 경찰관을 자임하며 이란, 이라크, 짐바브웨 등 전 세계 방방곡곡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였으며 그 중에 유럽연합, 미국 그리고 카나다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였다.

이중 옵저버 국가로 전락하여 발언 기회가 3분여밖에 안된 미국은 북한을 국민이 굶어죽어도 대량 살상 무기를 생산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나라라고 하는 등 두세 줄로 공격하고, 카나다가 일반적인 수준에서 우려를 표명한 데 반하여 유럽 연합은 아주 상세하게 북한의 인권상황을 거론하였다.

유럽연합을 대표하여 스페인은 이 연설문에서 북한을 경제, 문화, 사회권이 결여되고 시민 정치적 권리가 침해되는 나라라고 지목하며 "국제기구들의 구호사업과 그에 대한 접근이 원할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개선할 것"과 "이산 가족 상봉 등 인도적 차원의 문제를 즉각 해결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대한 조약 등 북한이 이미 체결한 국제협약을 충족시킬 것과 아직 서명하지 않은 고문 방지 협약 등에 서명, 인준할 것을 촉구하였다.

마지막으로 국제 사회의 인권 모니터링에 협조할 것과 관련하여 유엔인권고등판무관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계속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주목할 것임을 천명하였다(또한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할 때 탈북자 문제도 거론하였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번 회기 내 두 번째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북한과 중국을 거명하지는 않은 채 우회적으로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였다. 한국 정부는 발표문의 전반부에서 인권의 보편성 등 몇 가지 특징을 이야기한 후 인권을 침해한 자들이 권력의 비호로 법의 심판을 피하는 것이 근절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후 한국은 몇몇 경우 "폐쇄 경제 구조의 실패가 삶의 기본적인 수단들의 박탈로 귀결됨으로써, 기아와 가난, 혹은 정치적 탄압 등 갖은 고초를 피하여 목숨을 걸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사례들이 있다고 지적한 후 이들의 인권은 인도주의 원칙과 난민들과 관련된 협약들에 의해 전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며,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인권 침해가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이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은 국제 사회의 의무라며 국제 사회가 이런 사안들에 주목할 것을 호소하였다.


유엔 인권위에서 옵저버 자격인 북한은 유럽연합, 한국, 미국 이후 발표문을 통해서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거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며 주권이 인권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임을 강조하였다.

북한은 이에 대한 전형적인 예로 반테러 혹은 인도주의적 간섭이라는 이름으로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군사 행동 등을 들었다.

또한 북한은 이중 기준으로 국제 사회에서 자신들과 반목하는 국가들을 선택적으로 지목하여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자신들의 동맹국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것은 서구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으로 자결권과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였다.

그러나 실상 서구는 자기 사회 내 깊은 반인종주의 등 갖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외부적으로는 한국전쟁과 같은 전쟁 등을 통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기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어느 한 나라도 자신들의 문제를 비판하고 풀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였다.

북한은 특별히 이와 관련하여 아프가니스탄에의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살상과 전재포로에 대한 학대를 거론하였다. 이 이후 북한은 미국에 대한 반박권을 행사하며 다시 한번 미국에 대해 비판하였다. 북한은 미국이 전세계 인권의 챔피언처럼 굴지만 사실은 자신들 나라 내부에 수많은 인권 탄압과 더불어, 셔먼 호 사건 등에서부터 시작하여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현재도 온갖 가지로 전 세계에서 군사 개입, 경제 봉쇄를 단행하고 학살을 자행하는 등 온갖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고 비판하였다.

사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파키스탄 등은 서구가 무슬림에 대한 인종 차별 등 자기네들 내부의 심각한 인권 문제나 자기들 동맹국 내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유독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 3세계의 인권만을 문제 삼는 것은 제3세계를 굴복시키기 위하여, 인권을 정치에 사용하는 오만하고 이중적인 태도라고 격렬히 비판하였다.

이처럼 서구가 제3세계를 공격하고 제3세계가 이에 대해 반발하는 9번 의제는 내일 NGO들의 참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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