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포장마차

등록 2002.04.09 17:15수정 2002.04.0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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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두 시에 학교를 나서려니 가로등 노란 불빛 받아 온세상이 뿌옇기만 하다. 과연 황사 중대경보다운 밤, 바람에도 누런 흙냄새가 묻어나는 밤, 서울에 서서 중국바람 쐬는 맛이 나쁘지만은 않다. 바람에 실려온 중국산 중금속 섭취해선가, 피로한 심신이 커피를 내려 달라신다.

서울의 북쪽은 바야흐로 꽃천지다. 산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어우러져 밤에도 제 빛을 아예 잃는 법은 없다. 한밤의 내부순환도로를 달려 강북강변도로로 빠져나와 합정동 로타리 지나 홍대 근처로 향한다. 그곳에 한밤에도 쉬지 않는 테이크아웃 점(take out 店)이 있다.


신식 유행 따르는 테이크아웃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스몰(small)로 뽑아드는데 바로 옆에 펄럭펄럭 바람에 천막 흔들리는 소리 유난히도 크다. 고개 돌리니 늘 무심코 지나치던 포장마차, 떡볶이며 오뎅이며 김밥튀김 등속을 파는 곳이다.

아스팔트 거리에도 사방은 바람 천지, 가만히 서 있어도 눈 빡빡한 밤인데 거기 포장마차에 젊은이들 대여섯이 떡볶이를 먹고 있다. 휑하니 뚫린 천막 사이로 '등불' 뿌옇고 빨간 떡볶이판과 칸막이된 오뎅솥이 그대로 다 보인다.

무슨 즐거운 일이 있는지 연신 떡볶이를 찍어 먹고 오뎅국물을 들이키면서도 말들이 많다. 떡볶이는 오늘 따라 특별 양념이 듬뿍, 중국산 사막흙 범벅일텐데 젊은이들 아예 걱정도 없나 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부실한 포장은 뒤집힐 듯 펄럭이고 포장마차 사람들은 뿌연 불빛 아래 정답기만 하다. 황사 중대경보 무색한 풍경이다. 황사 아래 세상이 고통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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