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N, 편파설문조사 계속 진행

충북선거인단에 특정후보에 불리한 설문조사 실시

등록 2002.04.12 20:46수정 2002.04.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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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조사 전문 회사인 (주)코리아데이타네트워크(이하 KDN)가 지난 4월 4일 대구 경선직전 이 지역 선거인단에 특정후보에 편파적인 설문지를 발송해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KDN측이 12일 충북 경선 선거인단 대회를 앞두고 이 지역에 또 다시 편파적인 설문지를 보내 선거인단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민주당 국민경선 충북 선거인단에 선정된 김모씨는 오늘 아침(12일) KDN에서 발송한 우편물을 받았다. 설문지는 A4지 4장의 분량으로 총 18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설문지를 받아본 김모씨는 어이가 없었다. 대부분의 설문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의 설문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항이 있었다.

문15) 남북대치상황인 우리나라에서 장인이 비전향 좌익수로 옥사하였다면 그 정치지도자가 대통령 후보가 될 경우 일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데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_ 1. 문제가 될 것이다. _2. 아무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_3. 잘 모르겠다.

문16) 노무현 후보의 장인이 비전향 좌익수로 감옥에서 옥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장인이 비전향 좌익수였던 노 후보가 국군통수권을 갖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방안보정책에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이인제 후보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인제 후보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십니까?


_1. 동의합니다. _2. 동의 않습니다. _3. 잘 모르겠습니다.

문17) 노무현 후보가 일부 보수언론의 폐간 또는 국유화를 주장하였다고 이인제 후보는 주장하고 노무현 후보는 그런 주장이나 생각을 한 적이 없으며 이인제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누구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_1. 이인제 후보의 주장 _2. 노무현 후보의 주장 _3. 잘 모르겠다.

이 세 문항에는 최근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좌익활동 전력을 지닌, 노 후보 장인의 옥중 사망 사실 ▲장인이 좌익활동을 한 노 후보의 안보관 ▲노 후보의 언론 폐간 발언 논란 등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김모씨는 KDN측에 전화를 걸었다. '편파적인 설문 내용' 의뢰인이 누군지 특정 후보와 연관되어 있는 건지, 설문 목적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따졌다. KDN에서는 "편파적이라고 느끼는 건 당신의 판단일 뿐이다. 의뢰인은 있지만 누군지는 말해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김모씨는 "자신은 특정 정당원도 아니고, 어떤 조직에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주시에 사는 박모씨도 오늘(12일) KDN에서 발송한 김모씨와 동일한 설문지를 받았다. 박모씨는 민주당 대의원으로서, 민주당 충북 도지부(이하 도지부)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도지부에서는 "우리들 관할이 아니어서 조사할 수가 없다"며 "혹시 KDN과 노사모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 역공작용으로..." 말했다고 한다.

전화를 끝낸 후, KDN측에 항의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 받은 직원이 "나는 내용을 잘 모른다. 실장님이 안다"고 했다. 이에 실장을 바꾸어달라고 했더니 "에이 씨X, X같네"하며 전화를 끊었다.

기자는 노사모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을 해보았다. 노사모 관계자는 "그런 리서치 회사도 있어요? 저희는 그런 여론조사기관이 있는지도 몰라요. 더구나 노무현 후보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그런 설문내용의 설문이라면 더 웃기는군요"하며 어이가 없어했다.

이에 기자는 12일 오후 6시 30분경, KDN에 전화를 걸어 '충북지역 선거인단에 설문지를 발송했는지' 확인하고자 했지만, 전화받은 직원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고, 마케팅 직원이라 내용을 모른다"고만 답변했다.

이번 민주당 대권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면, 일반시민들이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이와 관련, 이 설문지가 충북 지역 선거인단에 발송된 사실에 대해 노무현 후보측은 "아직 모르고 있다"며 "KDN이 경남 등 타 지역에 뿌린 이 설문지가 노 후보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있어 이미 당 선관위에 신고를 해놓은 상태이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선관위는 KDN의 설문지가 대구 경선, 충북 경선 직전일에 계속 선거인단에게 발송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아직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이에 앞서 당선관위는 KDN측에 여론조사 의뢰자를 9일까지 밝혀줄 것을 요구했으나 KDN측은 거부했다. 당선관위는 다음주에 사법당국에 정식으로 수사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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