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 '의병제전' 구경오세요

곽재우 장군의 의병정신을 기리는 의병제전

등록 2002.04.17 16:48수정 2002.04.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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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진입로를 걸어 들어오면 삼단 같은 머리를 한 보리밭과 만난다. 이렇게 시원한 청보리 물결로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4월은 강마을 중학생들에게 특별한 달이다. 강마을 중학교가 위치한 경남 의령군의 가장 큰 축제인 '의병제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의병제전'은 임진왜란 당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의병을 봉기한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그 휘하 17장군의 위업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매년 4월 22일에 열린다. 축제는 붉은 옷을 입은 모습만 보아도 왜구들이 벌벌 떨었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홍의장군의 사당인 충익사에서 제례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그 뒤로 각종 행사가 이어진다.

학생들은 문화행사로 진행되는 백일장, 그리기 대회, 서화 대회 등에 참가한 후, 부모님들께서 큰 천막을 치고 돼지국밥을 끓이는 면 본부에 가서 국밥이랑 떡, 돼지고기 등을 먹는다. 옆집 오빠가 출전한 씨름도 구경하고, 면 대항 농악대회에 응원도 하고, 풍물야시장에서 군것질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각 면에서 준비한 '가장행렬'이다. 이 가장행렬은 각 면의 특산물을 만들거나 인물을 분장하고서 등장한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의령의 자랑인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이다.

지난해 우리 지정면에서는 면민과 학생이 합동으로 지정면 지역에서 행해진 곽재우 장군의 최초의 전투인 '기강전투'를 재연하였다. 왜병과 의병의 싸움 장면을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고서 재연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올해도 제 30회 의병 제전이 곽재우 장군께서 의병을 봉기한 4월 22일 의령의 충익사 인근에서 개최된다.

우리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의병제전 가장행렬에 참여한다. 곽재우 장군과 17장군으로 분장하여 전술회담 장면도 재연하고, 왜군과의 싸움 장면도 멋지게 만들 예정이다.


오후에 남아서 칼 싸움 장면을 연습할 때는 진짜 전쟁에 임하는 자세 같다. 남학생들은 나무칼을 들고 장단치다 내내 야단을 맞으면서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올해 곽재우 장군 역을 맡은 상정이는 특유의 부리부리한 눈을 하고서 목에 힘을 잔뜩 주고 있다.
"왜적을 무찔러라!"
"돌격, 앞으로!"


충의의 고장의 자존심을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에 간직하여, 세상의 혼탁함 속에도 지조를 지킨 곽재우 장군 같은 올곧은 사람으로 우리 학생들이 자라나길 기도하며 오늘 하루를 접는다.

기강전투에 대하여

기강전투는 임진왜란 당시 망우당 곽재우 장군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의병을 봉기하고,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낙동강과 남강의 합류 지점인 기강에서 소수의 군사로 일본의 수송부대를 전멸한 전투를 말한다.

임진왜란 당시 왜병들은 일본에서 가져오는 탄약이나 군복 등의 군수물자를 낙동강을 이용하여 수송하였다. 이 왜적들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1592년 5월 초 곽재우 장군이 이끄는 의병부대는 의령군의 낙동강과 남강의 합류 지점인 기강에서 첫 전투를 하였다.

일본의 수송부대가 강을 따라 군수품을 수송하려 할 때 의병들이 목책(말뚝 따위를 죽 벌여 박은 울. 말뚝 따위를 죽 벌여 박아서 만든 울의 긴 말뚝)으로 배를 멈추게 한 후 그 길목을 차단하고 재빠르게 공격하고 빠지는 강안 전술을 사용하여 일본의 수송부대를 전멸시켰다.

망우당 곽재우 장군의 이름은 이 기강 전투로 왜적들에게 널리 알려져, 다음부터는 붉은 옷만 보여도 도망가게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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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의 전교생 삼십 명 내외의 시골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 이선애입니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 눈 속에 내가 걸어가야할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나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죠.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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