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임금 받기 위해 7일째 단식투쟁

디마 씨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일주일 동안 단식

등록 2002.04.19 17:47수정 2002.04.19 19:19
0
원고료로 응원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가 단식까지 해야 하나?

지난 2000년 8월 가족 8명을 부양하기 위해 한국에 온 우즈베키스탄인 디마(34) 씨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지난 4월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단식투쟁을 했다.

디마 씨가 한국에서 처음 일자리를 잡은 것은 화성에 있는 가두리양식장 설비업체인 N산업.

그는 2000년 8월부터 2001년 1월 말까지 흑산도에 있으면서 묵묵히 가두리양식장에 설비를 설치하는 일을 해왔다. 회사에 돌아와서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통역역할을 하느라 하루 업무가 끝날 때까지 쉬지 못하고 일했다.

2002년 3월 9일. 디마 씨는 N산업 사장 나아무개 씨에게 맞아 이마 23바늘을 꿰매는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디마 씨는 정남파출소에서 조사를 받던 중 미등록외국인이라는 사실이 발견돼 목동 출입국관리소로 이송됐고 나아무개 씨는 그대로 풀려났다. 그 후 디마 씨는 3월 11일 화성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됐고 동시에 6개월 동안 밀린 월급도 받을 수 없게 됐다.

2년 동안 열심히 돈을 벌어 조국에 돌아가겠다는 꿈은 산산히 부서졌다. 대신 그에게 남은 것은 심장병과 위장병뿐이었다.

보호소에 수감돼 있는 디마 씨는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 "밀린 임금을 못 받으면 그냥 여기서 죽을 것"이라며 "다리가 다쳐도 아픈 것 참아가며 일한 죄밖에 없는데 1년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울음섞인 목소리로 "작년 9월에 누나가 암으로 죽었는데 월급 받아서 우즈베키스탄에 보냈다면 누나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마 씨는 "1년 간 받지 못한 월급 2160만원과 사장을 대신해 다른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임금 1080만원을 합쳐 총 3240만원을 사장에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N산업 나아무개 사장은 "한 달에 180만원을 준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디마에게 다른 직원들의 돈을 주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로서 디마 씨가 체불된 임금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그가 외국인보호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500만원의 이행보증금이 필요하다. 이 돈을 내면 일시보호해제조치를 받아 외국인보호소에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디마 씨는 500만원이나 되는 이행보증금을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


밀린 월급을 사업주한테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사장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소환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사업주에게 소환장만 발부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보호소 직원들도 디마 씨의 임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해결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화성외국인보호소 김민수 심사과장은 "고충처리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하지만 (보호소에서) 임금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민사소송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고용주가 지불할 능력이 없어 징역 살겠다고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달 정도 일을 해보고 임금이 잘 나오지 않는 기업이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이 외국인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털어놓았다.

더군다나 디마 씨는 계약 당시 고용계약서를 쓰지도 않았고 몇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물은 없다. 그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증거물은 사업주에게 받아야 할 돈을 적어놓은 수첩뿐이다. 보호소에서 나와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디마 씨가 승소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자 디마 씨는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민간인권단체인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 문제해결을 요청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가 회사를 방문하여 사장을 만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박천응 목사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체불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지만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마처럼 단식까지 해가면서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문제가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년 동안 한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고국에 금의환향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한 디마 씨는 돈 한푼없이 외국인보호소에서 임금체불이 해결되기만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김민수 심사과장은 "불법체류는 있어도 불법노동은 없는 법"이라며 "디마 씨가 불법체류를 했다고 하더라도 노동의 대가는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