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 산재 자료 허위 조작 의혹

고 송은동 씨 유가족 "산재 은폐 위해 근무일지 허위 작성" 주장

등록 2002.04.24 16:12수정 2002.04.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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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 울산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월 림프암으로 사망한 고 송은동(당시 35세) 씨의 유가족들이 SK(주)의 산재 자료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유가족들은 지난 3월 4일부터 고인의 직업성 사망 여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SK(주)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12일 오전 11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유가족은 50여 일을 지내온 천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SK(주) 노동조합, 민주노총, '노동자 건강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등 울산의 노동계 대표자 2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SK(주)가 고 송은동 씨의 산재 불승인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허위 조작했음을 폭로했다. 유가족은 농성 과정에서 SK(주)의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해 꾸준히 제기해왔으며, 이날 처음으로 증거 자료를 공개했다.

유가족이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은 근무 이력서에 관한 것.

SK(주)는 지난 2월 말 유가족을 대신하여 산재요양 신청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였으며, 공단은 2월 26일 불승인 결정을 통보했다.

지난 3월 5일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정보공개를 요청하여 회사측이 제출했던 자료들을 확인했다. 여기에는 고인의 근무 이력서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고 송은동 사원은 1997년 4월부터 1999년 1월까지 현장 근무를 하다가 1999년 1월부터 발병 당시인 2000년 5월까지는 조정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되어 있다. 즉 근무이력만 본다면 송 씨는 발암물질을 다루는 일에서 손을 뗀 후 2년 6개월 가량이 지나서야 암에 걸린 것이다. 발암물질 취급과 암 발병의 연관성을 회의하게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에는 벤젠 취급자의 암 발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하면서도 "단 취급 이후 6개월이 지나지 아니한 자"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 역시 산재 불승인 결정에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이 규정에 의거하여 결정했음을 구두로 전달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유족은 당시 근무일지를 확보하고 위 근무이력서의 사실성 여부에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99년 4월 17일부터 같은 해 9월 7일까지 작성된 정유생산 2팀의 근무일지를 살펴보면, 송 씨는 암 진단을 받기 최소 8개월 전까지 현장에서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의 1급 발암 물질을 취급했던 것이다.

미망인 김해정(35세) 씨는 "SK(주)는 인적 관리에 철저한 회사로 그런 회사에서 거의 1년 동안의 근무 이력이 뒤바뀐 것이 단순한 실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이것은 산재 불승인을 유도하기 위한 명백한 자료 조작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 근무 기록이 9월 7일에서 끝난 것에 대해서는 "근무일지 작성 양식이 바뀌어서 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애초 유가족은 회사측에 근무일지 일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기밀자료"라며 거부했다.

한편 SK(주)측은 유가족이 제기한 자료 조작 의혹에 대해 "다시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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