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카오딕'을 아느냐?"

디혹의 <혼돈과 질서의 혼재 카오딕>

등록 2002.05.06 14:46수정 2002.05.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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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카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어떤 회사이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그 비자카드가 500명도 채 안 되는 직원에 의해 움직인다면 당신은 믿겠는가. 그 비자카드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카오딕'. 그럼 카오딕은 무엇인가. 비자카드 창업자 디혹에게 물어보자.

지금 당신의 지갑을 열어보길 바란다. 가지런히 꽂혀 있는 카드 중 분명히 하나 정도는 '비자카드'일 것이다.


당신은 그 카드로 언제 어디서든 물건을 사고, 밥을 먹고, 비행기를 타고…현금을 대신하여 값을 치르고 할 수 있는 일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비자카드는 단순한 현금 대용의 개념을 넘어 국경도 인종도 언어도 초월하여 전 세계인들에게 모두 통용되는 만능카드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성장의 끝이 안 보이는 엄청난 사업

그런데 이 비자카드가 전세계 2만2천 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발행되어 200곳이 넘는 국가와 영토의 1천5백만 개의 가맹점에서 1억5천만 명이 년간 1조2500억 원의 거래를 하고 있다.

이 비자카드는 경기가 불황이든 호황이든 가리지 않고 적어도 20% 성장하며, 30년 동안 매년 50%씩 복리로 늘고 있으며, 그 종착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비자카드는 단 500여 명이 채 안 되는 직원들이 네 대륙 십여 개의 나라에서 천억이 훨씬 넘는 돈을 주무르는 시스템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들 직원들은 평균적인 임금을 받고 있으며 주주권으로 보상받는 경우도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부를 축적하는 경우도 없다.


도대체 무엇이 이 작은 조직이 거대한 시스템을 무리 없이 움직이게 하는가.

비자카드의 창업자이자 현재 명예회장인 디혹의 성공 신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 「혼돈과 질서의 혼재 카오딕」(디혹 지음·권진욱 옮김·청년정신 펴냄)에 그 해답이 들어있다.

비자의 핵심과 개념은 '카오딕'(chaodic). 혼돈을 의미하는 '카오스'(chaos)와 질서를 의미하는 '오더'(order)가 만나 혼돈과 질서가 함께 들어있는 개념이다.

비자는 어떤 의미에서 정부이며, 영리단체이며, 비영리단체이며, 컨설팅업체이며, 프랜차이즈 기업이며, 교육기관이며, 사회기관이며, 상업기관이며, 정치적 동맹이다.

비자카드는 이 중 어느 것도 아닌 동시에 이 중 어느 것도 된다. 이것이 바로 카오딕이다.

카오딕 개념은 비자가 증명한 힘 이상의 강력한 힘을 조직에서 가진다. 비자가 가지고 있던 개념은 많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극복하기 힘든 외부조건이 많았다.

상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법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지만 맞지도 않았다. 묘목 위에 자라는 죽은 나무처럼 법은 끊임없이 자리를 옮겨 휘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비자의 개념이 성장하는 것을 수정보다 제한하였다. 지금이야 법이 비자의 개념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있지만 말이다.

죽고 죽이는 사이도 승인한다

법적으로 보면 비자는 비상장회사이며, 영리단체이며, 멤버십 회사이다. 다른 의미에서 보면 소유권은 없지만 기능적인 요소에 의해 소유권이 발생되며, 내부의 소유권을 외부로 돌렸다.

카드를 발행하는 금융기관은 어떤 면에서, 동시에 오너, 멤버, 공급자, 수요자, 주체, 상사가 된다.

그러다 보니 조직의 중추부는 대출이나 주식이 없고, 자체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규제하지 않는다.

다만 보다 효율적으로 다재다능하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오너와 멤버를 도와주겠다는 목적만이 회사의 핵심이며, 회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

사실 비자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법적 논리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인종, 언어, 문화, 관습을 초월하고 있어 수많은 전쟁과 혁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적국과 같은 오너십을 나누었고,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더라도 상호승인을 중단한 적이 없다.

비자는 하나의 법률적 조직 안에 다양한 감독위원회가 있으며, 이 중 어느 것 하나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으며 각자 기능적으로 지정학적으로 침범할 수 없는 권위가 있다. 부분을 전체를 모르며, 전체는 모든 부분을 모르며, 어느 쪽도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 몸, 뇌, 숲, 바다, 생활권 등 수백만의 다른 카오딕 조직처럼 전체는 나름대로의 법칙에 의해 돌아간다.

이 책은 20세기의 조직과 경영 개념으로는 '카오딕' 시대를 살 수 없다며, 시작된 격변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벨트를 단단하게 매라고 충고한다.

급진하는 기술문명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수백 배나 더 강력한 복잡하고 다양한 폭발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디혹 / 청년정신 / 448쪽 / 16,000

덧붙이는 글 디혹 / 청년정신 / 448쪽 / 16,000

카오딕 (chaordic) - 혼돈과 질서의 혼재

디 혹 지음, 권진욱 옮김,
청년정신,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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