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동아일보가 말할 차례이다

고대 총장세금 대납사건에 관해

등록 2002.05.11 11:40수정 2002.05.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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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총장 세금 대납 사건의 여파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교측에서 홈페이지에 해명문을 게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내외로부터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자유게시판'(일명 '자게')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학생들의 성토가 계속되었는데, 이번 세금 대납사건과 함께 얼마전에 실시되었던 총장 선출에서 김정배 현 총장이 연임되었던 일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이 없는 기관이 있다. 바로 '동아일보'이다.

동아일보와 고려대학교가 같은 재단에 속해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동안 동아일보가 고려대학교와 관련된 소식을 '상당히' 많이 전해왔다는 사실도 동아일보를 구독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난 3월 4일과 5일 사이에는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완공과 관련된 기사를 '전면기사'로 다루었을 정도이다.

물론 동아일보의 '고려대학교 소식 알리기'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같은 재단에 속해있는 기관으로서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참으로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동아일보는 이번 '세금 대납 사건'에 관해서 입을 열지 않는가.

만약, '세금 대납 사건'이라고 보도된 '사건'이 왜곡된 것이고 학교측에서 해명한 바와 같이 하나의 전통이고 관행일 뿐이었다면, 왜 '진실'을 말하지 않는가. 학교측이 떳떳하다면 왜 동아일보는 그 '떳떳한'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 것인가.

반대로, '세금 대납 사건'이라고 보도된 '사건'이 정말로 '학교 기금을 총장이 유용한' 그런 사건이라 하더라도 동아일보는 입을 열어야 한다. '진실'이 무엇인지 철저한 조사를 해야할 것이고, 세금 대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에 대한 법적 내지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아무런 말이 없는가.


물론, "동아일보가 고려대학교에 대한 모든 것을 보도할 의무는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독립된 기관으로서의 동아일보가 취사선택할 일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동안 동아일보가 고려대학교와 관련해 내보낸 수없이 많은 기사들의 목적을 먼저 해명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의 취사선택은 '보기 좋은' 일에만 관련해서 이루어지는가? 단지 '홍보'할 목적으로만 고려대학교 기사를 다루는가?

동아일보가 정말로 고려대학교에 대해서 진지한 입장을 가지고 그 동안의 기사를 작성해 왔다면, 이번 사건의 '진실'과 그에 대한 학교내외의 다양한 입장들을 충분히 반영하고, 진정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밝혀내 그것의 시정을 위해 노력해야함이 당연할 것이다.


만약 동아일보가 계속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면, 같은 재단에 속해 있는 기관끼리 서로의 치부를 덮어주려 한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게 될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강연' 소식은 크게 다루면서 '총장의 세금 대납 사건'은 적당히 얼버무리려 하는 태도가 언론매체에서 보여져서는 안 될 것이다. 형평성을 상실한 보도 태도를 누가 인정해줄 것이란 말인가. 언론매체는 '홍보기관'이 아님을 잊고 있단 말인가.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은 학교 밖에서의 여론이 충분히 조성되고 있지 못하다. 아직까지는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교수들만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을 뿐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결코 한 학교에만 국한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 사회의 '엘리트 계층'을 이루고 있는 '특권받은 명문 대학교'의 문제는 곧 그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아직도 '담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은 동아일보에도 그 몫이 있다 하겠다. 만약, 동아일보가 '침묵'을 통해 이번 사건을 '담론화'시키지 않음으로써 적당히 덮어버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결코 좌시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동아일보가 말할 차례이다. 상위 기득권 계층의 '입에 발린 말'이 아닌 '진실된 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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