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 명계남식 '조폭적 언론관'?

등록 2002.05.14 21:35수정 2002.05.1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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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던 남북한 최고권력자들의 2세들이 13일 평양에서 만났다. 한 사람은 12월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거명되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이미 권좌에 올라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14일 판문점을 통해 서울에 돌아와 방북 성과를 설명했다.

박 의원은 '금강산댐 공동조사' 구두 약속 등의 성과를 안고 돌아왔지만 귀국일은 잘못 잡은 것 같다. 때마침 검찰이 대통령 3남 김홍걸씨의 출두를 통보한 소식이 15일자 가판의 헤드라인을 장식, 박 의원 소식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

14일 저녁 늦게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홍걸 씨는 늦어도 15일까지 검찰에 출두할 예정인데, 그가 이틀 뒤인 17일 구속될 경우 정확히 5년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의 전철을 밟게 된다.

조선일보는 같은날 "명계남식 조폭적 언론관'을 문제삼았다. 조선일보는 13일 있었던 노사모 기자회견에서 명 회장이 조선일보 기자의 출입을 막은 것과 관련, 같은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서도 자신들의 호 불호에 따라 언론인의 공개 기자회견장 출입을 봉쇄한 경우는 없다"고 규탄했다.

조선일보 기자가 '안티조선' 계열의 시민, 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있을 때 "조선일보 기자는 조용히 나가달라"는 경고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출입 자체가 저지당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과 언론은 항상 긴장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고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언론의 비판과 검증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그 후보의 민주주의의 원칙과 규범에 대한 신념과 실천의지를 판가름해 볼 수 있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노무현씨를 지지하는 ‘노사모’의 대표가 보여온 ‘언론관’은 무척 우려스럽다. 노사모 대표인 명계남씨는 지난 13일 조선일보를 가리켜 ‘조폭 언론’이라고 지칭하면서, 본지 기자의 기자회견장 출입을 봉쇄했다.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서도 자신들의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언론인의 공개 기자회견장 출입을 봉쇄한 경우는 없다.

명계남씨가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 마음이다”라고 밝힌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할 뿐이다. 명씨가 언론을 향해 ‘조폭’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그가 어이없게도 낙인찍은 매체를 향해 ‘50만부 절독(絶讀)운동’을 운운하고, 그러니까 다른 언론들도 까불면 재미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그야말로 ‘조폭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


노 후보는 이같은 노사모 대표의 행동에 대해 “악의적 공격을 매일 받고 있는 사람을 지지하는 노사모 회원이 이렇게 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냐”면서, 절독운동 등에 대해서는 ‘그들의 자유’라고 했다. 노사모가 공식적으로는 노 후보나 민주당과는 직접적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설명은 형식논리에 입각한 말일 뿐이다. 노사모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까닭은 노 후보와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이제 노 후보는 ‘노사모’의 명계남식(式)의 언론관이 자신의 국민적 신뢰구축에 결코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점을 허심탄회하게 인지할 때가 됐다.


15일자 중앙일간지 1면 머릿기사.

<한겨레> "김위원장 금강산댐 조사 수용"
<경향신문> 홍걸씨 오늘오후 출두
<한국일보> 홍걸씨 오늘 소환조사
<대한매일> 홍걸씨 오늘 출두
<세계일보> 홍걸씨 오늘오후 소환
<동아일보> 김홍걸씨 오늘 오후 소환
<조선일보> 홍걸씨 오늘 출두 통보

스승의 날을 맞아 각 신문사의 기획 기사들이 눈에 띄는 가운데, 한국일보와 세계일보는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조사 성과를 각각 소개했다.

세계일보는 의문사진상규명위가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간첩혐의로 조사를 받다 숨진 최종길 서울법대 교수의 죽음에 대해 당시 중정의 J수사단장과 A수사과장로부터 이들이 "최 교수가 타살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살로 처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J단장은 "시신의 상태로 볼 때 최 교수가 고문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그 정도로 고문을 당한 경우 걸어다니기도 힘들다"며 최 교수의 타살 가능성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또한 "의문사진상규명위가 1997년 의문사한 한총련 투쟁국장 김준배씨의 죽음에는 한총련 수배자에 대한 경찰의 특별진급제 남용이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의문사위 관계자는 "보안요원이 아닌 형사기동대 소속 경찰에게 추격당하던 중 의문사한 김준배의 사건은 경찰 특진제가 몰고온 대표적인 비극"이라고 말했다.

권위주의 정권 시대의 암울한 죽음의 원인을 둘러싼 실마리가 하나둘 풀려나가던 날 한겨레는 창간 14돌 특집섹션을 발간했다.

다음은 15일자 중앙일간지 사회면 머릿기사.

<한겨레> 희망틔운 섬마을 선생님 60대 제자들 목멘 사은회
<한국일보> '내셔널 트러스트' 첫 결실
<경향신문> 사회복지사 자격증값 300만원?
<대한매일> 영원한 스승들
<조선일보> "수조∼수십조 초대형 국가사업/공무원 맘대로 결정해버리나"
<동아일보> 386세대 '아름다운 기부'
<세계일보> 촌지차단 명분 '부끄러운 임시휴교'/스승의 날 우울한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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