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직선제 문제 있다고?

동아일보의 총장 직선제 딴지걸기

등록 2002.05.22 15:15수정 2002.05.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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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5월 22일자 지면에서 <대학총장 직선제 문제 많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재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총장 직선제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우리 현실에서 총장 직선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학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최근 대학내에서의 총장 직선제에 대한 논란은 폐쇄적이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동아일보의 주장처럼 "꼭 필요한 인물이라면 대학교수 출신이 아닌 사람마저 총장으로 초빙할 수도 있고,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총장선임에 나설 필요"도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고 있는듯 하다. 동아일보 측의 주장만 들어서는 마치 각 대학 내 구성원들이 '무모한', '총장직선제 사수'를 외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개혁의 '걸림돌'인 것 마냥, 그리고 그런 직선제를 고수하려는 학내 구성원들은 '시대착오적인 존재'인것 마냥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학교 운영에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총장이란 한 대학의 운영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갖는 존재이다. 하지만 총장만이 학교의 주인일 수는 없다.

학생과 교수를 포함하는 모든 학내 구성원들이 곧 그 학교의 주인이며, 그들은 학교 운영에 '주인으로서의'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내 구성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직선제'임에는 틀림없다.


동아일보는 이런 '직선제'에 대해, "총장선거가 정치판 뺨칠 정도로 과열 혼탁으로 치닫고 교수 사회가 지연 학연으로 갈려 사분오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것의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대학 개혁의 구심점은 총장인데, 직선제 총장은 자신을 뽑아준 교수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어 교내에서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납득하기 힘든 논리이다. 직선제가 실시될 경우 학내에서 다양한 범주의 목소리들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목소리들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그 '선택'의 과정이 '혼탁'하고 '분열'되는 것은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고쳐나가야 할 것들'이지 '민주주의를 폐지해야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만약 총장 직선제가 대학 내의 과도한 분열을 야기한다면 그것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고, 바로 그 과정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현 과정이 될터이다.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현상적'인 문제점들을 '본질적'인 문제점들로 왜곡시킴으로써 그들의 주장을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직선제 총장은 주위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 개혁의 구심점으로써의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리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렇다면, 임명제 총장이나 간선제 총장은 다른 학내 구성원의 '눈치' 볼것 없이 독단적으로 '대학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말인가.

동아일보가 요구하는 총장의 "과감한 추진력"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할 수도 있는 그런 정도까지도 의미하는가. 동아일보가 이야기하고 있는 '눈치'는 다르게 말하면 곧 '여론에 대한 귀기울임'이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공존하는 공동체 범주 속에서, 권력자가 임의적이고 개인적인 의지를 독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 '눈치'가 민주적 제도의 중요한 권력 감시 기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사사로운 이익에 의한 '눈치'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변칙적 방법에 의한 '눈치'- 이 점을 동아일보는 크게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 는 오히려 민주적 제도에 해가 되는 것들이므로, 그것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눈치'가 아닌, '긍정적인 눈치'까지도 모두 직선제 총장의 결함으로 이야기하는 동아일보의 논리는 지나치다. 그것 역시 위에서 지적한 '갈등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현 과정에서 '경계하고' '고쳐나가야 할' '현상적'인 것들이지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동아일보가 일반기사도 아닌 '사설'을 통해 대학총장 직선제에 딴지를 걸고 나선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설에서는 주로 서울대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간간히 보이는 '사립대'에 대한 주장들은, 동아일보가 '고려대'의 문제와 관련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준다.

현재 고려대학교에서는 교수협의회에서 선출된 다른 총장 후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배 현 총장이 재단의 임명에 의해 연임된 것과 관련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총학생회를 포함하는 학생기구들과 각 단과대별 교수협의회들, 그리고 일반 개별 학생들까지도 김정배 현 총장의 연임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더군다나 얼마 전에 학교측의 총장 세금 대납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이번 '문제제기'는 총장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닌 '학교 운영 자체'에 대한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고려대학교측은 학내의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사실상 '침묵'을 통해 무시하고 있는 형편이며, 재단 측에서도 이번 총장 연임은 절차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동아일보의 사설은, 동아일보가 고려대학교와 같은 재단에 속해있는 언론매체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듯이 보인다. 총장 세금 대납 사건이나, 총장 연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학내의 목소리들은 철저히 무시하던 동아일보가 사설을 통해 정면으로 학교측을 지지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많은 고려대학교의 학생들과 교수들은 진정으로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민주적 의사소통의 절차'를 위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분명 동아일보가 말하는 것 같은 '시대착오적'인 집착 따위가 아니다.

'학교'라는 존재범주를 구성하고 있는 엄연한 공동체의 주인으로서의 권리 찾기일 뿐이다. 이런 그들의 '문제제기'를, 국내 대학 중 몇 군데가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통계적 수치나 미국에서는 직선제를 하는 대학이 한군데도 없다는 '외재적' 근거 등으로 묻어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사립대학 역시 캠퍼스 정치에 힘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는 주장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의 문제제기를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매도하려는 '오만'을 부릴 자격이 없다.

덧붙이는 글 | <동아일보 사설 전문>

대학총장 직선제 문제많다

우리 현실에서 총장 직선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학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80년대 후반 민주화 열풍을 타고 대부분의 대학에서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막상 실시를 해보니 심각한 폐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총장선거가 정치판 뺨칠 정도로 과열 혼탁으로 치닫고 교수사회가 지연 학연으로 갈라져 사분오열된 경우도 많았다. 현재 대부분의 사립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재단 임명제나 간선제로 바꾼 것은 그동안의 경험과 자기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대학가에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부작용이 다시 표출되고 있다. 서울대는 이기준 전 총장의 중도 사퇴에 따라 직선 총장을 뽑기 위해 물밑 선거전이 한창이다. 10여명의 총장 후보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어 과열 분위기가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또 재단이 교육법과 정관 및 규정에 따라 총장을 선출했는데도 교수협의회가 따로 총장을 뽑은 고려대의 경우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총장의 내부 발탁을 피하고 경영능력이 있는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다투어 영입하고 있다. 꼭 필요한 인물이라면 대학교수 출신이 아닌 사람마저 총장으로 초빙하는 사례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총장을 행정관리자로 보아 대학교수의 정년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이 적지 않다. 이처럼 각국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총장선임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우리의 일부 대학들이 여전히 내부인사, 그것도 총장 직선제에 매달리는 것은 폐쇄적이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총장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대학은 국공립대 38개 대학 가운데 37개 대학과, 사립대학 150개 대학 중 13개교로 집계되고 있다. 교육부는 2년 전 국공립대의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교수들의 반발 때문에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개혁은 사회적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그 구심점은 대학 총장이다. 그러나 자신을 뽑아준 교수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직선제 총장은 교내에서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미국의 경우 총장을 직선하는 대학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총장직선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서울대부터 이번 직선제 논란을 계기로 스스로 총장 직선제를 포기하는 솔선수범을 할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은 국공립대의 총장 직선제 폐지 방침을 조속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 사립대학 역시 캠퍼스 정치에 힘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동아일보 사설 전문>

대학총장 직선제 문제많다

우리 현실에서 총장 직선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학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80년대 후반 민주화 열풍을 타고 대부분의 대학에서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막상 실시를 해보니 심각한 폐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총장선거가 정치판 뺨칠 정도로 과열 혼탁으로 치닫고 교수사회가 지연 학연으로 갈라져 사분오열된 경우도 많았다. 현재 대부분의 사립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재단 임명제나 간선제로 바꾼 것은 그동안의 경험과 자기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대학가에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부작용이 다시 표출되고 있다. 서울대는 이기준 전 총장의 중도 사퇴에 따라 직선 총장을 뽑기 위해 물밑 선거전이 한창이다. 10여명의 총장 후보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어 과열 분위기가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또 재단이 교육법과 정관 및 규정에 따라 총장을 선출했는데도 교수협의회가 따로 총장을 뽑은 고려대의 경우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총장의 내부 발탁을 피하고 경영능력이 있는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다투어 영입하고 있다. 꼭 필요한 인물이라면 대학교수 출신이 아닌 사람마저 총장으로 초빙하는 사례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총장을 행정관리자로 보아 대학교수의 정년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이 적지 않다. 이처럼 각국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총장선임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우리의 일부 대학들이 여전히 내부인사, 그것도 총장 직선제에 매달리는 것은 폐쇄적이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총장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대학은 국공립대 38개 대학 가운데 37개 대학과, 사립대학 150개 대학 중 13개교로 집계되고 있다. 교육부는 2년 전 국공립대의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교수들의 반발 때문에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개혁은 사회적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그 구심점은 대학 총장이다. 그러나 자신을 뽑아준 교수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직선제 총장은 교내에서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미국의 경우 총장을 직선하는 대학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총장직선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서울대부터 이번 직선제 논란을 계기로 스스로 총장 직선제를 포기하는 솔선수범을 할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은 국공립대의 총장 직선제 폐지 방침을 조속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 사립대학 역시 캠퍼스 정치에 힘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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