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도 1>
슬픈 노래로 남아 있다
자 바다 너머의 땅
이여도 섬 전설
소용돌이 물굽이
죽음으로 건너가면
가난도 없다
이별도 없다
슬픔도 없다
그리운 사람들
고운옷 입고
고운 밥 먹으며
연꽃 구경하며 웃음 짓는 섬
가슴이 미어질 때마다
떠올리고
오장이 찢어질 때마다
불러내며
이승의 주린 육신 달래는
영혼의 땅
어여도여 이여도여
-김순이의 시집 '미친 사랑의 노래' 중-
<마음속의 섬 ‘이여도’>
이여도는 어떤 곳이며, 정말 이여도는 실재하는 곳일까?
‘이여도를 찾아서’(도서출판 이어도. 168쪽.값 7000원)는 제주사람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이상향 ‘이여도’에 대해 좀더 사실적인 접근을 시도한 유일한 책이다.
이 책은 먼저 민요 속에 등장하는 이여도에 대한 개념과 3개의 전설 안에서의 이여도의 모습을 정리.분석.종합했다.
1933년 일본인 다까하시가 채집한 모슬포의 ‘이허도(離虛島)’ 전설, 1958년 민속연구가 진성기씨(현 제주민속박물관장)가 북제주군 조천읍 조천리에서 채록한 ‘이어도’ 전설, 제주민요 및 무속 연구가 김영돈(2001년 작고). 현용준씨가 1979년 북제주군 구좌읍 동김녕리에서 채록한 ‘이여도’ 설화 등이 그 것이다.
민요와 전설속의 이여도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꿈과 희망의 긍정적인 섬이 아니라 제주여인에게 있어 눈물과 한(恨)이 서려있는 슬픔과 절망의 섬으로 그려져 있다.
이 책은 이여도가 시, 소설, 수필 등의 문학작품에서는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소설속의 ‘이여도’>
예부터 제주사람들에게는 ‘이여도’라는 이름의 꿈이 있었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꿈의 섬, 제주인들의 이상향인 ‘이여도'.
1974년 <문학과 지성> 가을호에 처음 발표된 이청준씨의 소설 ‘이어도’와 이에 앞서 1960년 <자유문학>에 발표된 장한숙의 소설 ‘IYEU島(이여도)'는 이여도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청준의 ‘이어도’는 실재로 대한민국 정부 수로국에서 파랑도의 위치파악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
탐사에 동행한 제주출신 남양일보의 천남석 기자가 바다에서 실종돼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결국 ‘이어도’에 갔다고 믿었던 천기자가 파도에 쓸려 제주도 어느 해안에 다다른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저자 김은희씨는 제주도가 곧 ‘이어도’라고 암시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정한숙의 ‘이여도’는 같은 마을에 사는 세명의 친구가 어릴적 부모 몰래 배를 타고 나갔다가 이틀만에 구사일생으로 돌아오는 경험담이 이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어낸 창작 소설이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해안가 ‘디딤바위'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여도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디딤바위가 서 있는 바로‘이 곳’ 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 고은씨도 ‘제주도-그 전체상의 발견’에서 제주도를 또 하나의 이어도라고 하고 있다.
< TV 드라마 속의 ‘이여도’ 2편>
1979년 KBS TV 전설의 고향 ‘이어도’(그 해 11월 27일 방영)가 이여도를 ‘여인국’으로 그렸다.
실제 제주도 옛 지도(해동지도 중 ‘제주삼현도’. 1750년경 제작. 서울대 규장각 소장)에 나타난 제주섬 근처의 여인국을 토대로 제주해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어 1983년(3.19일 방송) KBS TV 문학관 ‘이어도’가 이청준 소설을 원작으로 이어도의 실체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원작에 충실하려 했으나 너무 관념적인데다 밋밋한 스토리 전개로 사람들에게 별로 어필되지 못했다.
하지만 ‘제주도가 신비의 섬’이라는 점과 ‘변방의 섬 사람들도 꿈꾸는 뭔가가 있구나’라며 ‘이여도’를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 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여도'에 대한 과학적 접근>
이 책은 마라도 서남쪽 152㎞(약 81해리) 바다 속에 실재하는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해양학자들 사이에서는 파랑도라 불렸으나 이제는 ‘이어도’라고 이름 붙여졌다-에 대한 접근도 이뤄졌다.
1981년부터 해양학자를 중심으로 불리기 시작한 ‘파랑도’는 1984년 제주대학교와 KBS에서 공동 탐사를 하면서 ‘이어도’라고 명명 지어졌다.
가장 오랜 기록으로는 1868년 고종 5년 영국상선 코스타리카(Costa rica)호가 파랑도 부근에서 미확인 암초가 발견돼 이를 확인하기 위해 측량선을 보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어 1900년 6월 5일 밤 9시 40분경 영국상선 스코트라(Socotra. 6천톤급)호가 암초에 접촉 사고를 내자, 이듬해 영국 해군 측량선에 의해 측량돼 ‘Socotra Rock’으로 명명됐다고 전해진다.
19세기 영국 해도(海圖)에는 ‘스코트라’ 암초에 대한 표시가 남아 있다.
그 후 1986년 정부의 교통부 수로국에서 이 지역을 정밀 측량해 1987년 해운항만청에서 등부표를 설치해 ‘이어도 등부표’라고 이름지었다.
이후 1999년 제주도는 이 곳에 수중표석을 설치했다.( 표석글: ‘제주도의 이상향, 이어도는 제주땅. 1999년 5. 31. 제주도지사)
이 암초로 인해 이여도에 대한 이상과 실재가 혼동되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파랑도가 이여도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현재 이 파랑도에 과학기지를 설치하자는 여론이 형성돼 1995년부터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계획이 활발히 추진 중이다.
<행복의 섬, 해방의 섬 ‘이여도’>
저자는 이 책에서 이여도는 마음 속의 섬이며, 쉴새없이 일하면서 살아야 했던 제주 사람에게는 행복의 섬인 동시에, 죽음의 섬이라고 말한다.
죽어야만 갈 수 있는 이 섬은 삶이 힘든 제주 사람들에게 있어 ‘해방의 섬’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이여도는 제주섬이 주는 한계르 뛰어넘고 벗어나려는 마치 혁명사상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여도가 '이어도'라는 과학기지로 태어나게 됐지만, 이 것은 제주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여도의 이미지를 과학기지가 생기는 그 암초에 빌려준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 동안 ‘이여도’와 이어도’가 혼용되어 왔고 , 파랑도까지 이여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민요 속에 등장하는 것이 ‘이여도’ 임을 밝히며, 구전되어 오는 말(語)의 특성과 발음 경제성의 법칙에 따라 ‘이어도’가 아니라 ‘이여도’가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혹시 ‘여(礖)-울퉁불퉁한 수중 암초’라는 것이 이여도와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도 저자는 제시하고 있다.
부록에서는 연대 순으로 볼 수 있게 이여도, 이어도, 파랑도에 대한 사건과 문헌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고, 이여도를 소재로 한 문학 작품 목록과 이여도를 소재로 한 시(詩)도 실었다. 그동안 이여도에 대해서는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된 문헌이 없었다.
.김은희씨는 “이 책은 그간의 여러 설과 자료를 총정리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이여도에 대해 접근하려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도>
바람이 지날 때마다
섬이 울고 있다.
그 이어도에 가고 싶다.
가서 4.3의 진실을 알고 싶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김용해 시집 '아버지의 유언' 중-
덧붙이는 글 | *문의: 이어도정보문화센터(☏ 064-732-9833)
*도움말:김은희 (011-692-8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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