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 "○○기자세요? 저 이회창..."

등록 2002.05.23 21:18수정 2002.05.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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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세요? 저 이회창인데요…."

출입기자들에게 안부전화를 거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눈물겨운 '몸 낮추기'를 보도한 대한매일 23일자 기사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이 후보가 시간을 내 직접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에게 "경선때 지방으로 취재다니느라 수고했다"는 등의 내용으로 직접 전화를 건다는 것이다. 요즘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은 이런 전화를 받고 있다.

'뻣뻣하다'는 이 후보의 캐릭터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스타일 변화인데, 대한매일은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 후보의 행보가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민 이미지 구축을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이 후보의 행보는 97년 일부 기자들에 대한 '지나친 말 표현'의 이미지를 지우려는 노력으로도 비친다.

한편 조선일보는 6월13일 지자체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 판세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은 7곳, 민주당은 3곳, 자민련과 민주노동당이 각각 1곳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부산, 대구, 경남, 경북 등 영남 4곳과 강원, 충북, 인천 등 7곳에서 우세를, 민주당은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 3곳에서 우세를 보였다. 자민련은 충남, 민주노동당은 울산에서 각각 우위를 보였다. 나머지 서울, 경기, 대전, 제주는 접전지역으로 분류됐다.

서울과 경기는 최대접전지역으로, 서울에서는 민주당 김민석(34.8%)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33.7%)의 격차가 1.1%, 경기에서는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30.5%)와 민주당 진념 후보(28.2%)의 격차가 2.3%에 불과했다.


노풍이 사그라든 부산, 경남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큰 격차로 앞서가고 있고, 호남 3곳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1위를 달리고 있으나 대통령 아들들의 스캔들 여파로 무응답층이 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6.13 지방선거가 각 당의 대선 후보 띄우기에 묻혀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밖에도 김홍업 대선 잔여금 논란, 6.15 선언 폐기 논란, 피치사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조짐 등이 주요 기사로 분류됐다.


24일자 중앙일간지 1면 머릿기사.

<대한매일> 현금서비스 한도액 카드회원 자율결정
<동아일보> 신용카드 이용한도액 축소
<한겨레> "한국대사관이 망명신청 묵살"
<경향신문> 대선만 있고 지방선거는 없다
<세계일보> 농협 10년간 불법카드 사업
<조선일보> 6.15 선언 통일방안 논란
<한국일보> "김홍일 의원 사퇴, 아태재단 해체"/민주, 공식제기 파장


30대 논설위원들이 주축이 된 조선일보의 칼럼 '트렌드&아젠다'의 세 번째 작품으로 이한우 논설위원의 <'안티'문화와 '비판'문화>가 실렸다. 그러나 '세대교체'에 의한 조선일보의 정체성 변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이 논설위원은 "포스트모더니즘이 10여년 전 국내에 소개될 때 일말의 기대감을 가진 적이 있다.... 중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탈(脫)중심을 역설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자유분방함이 한국인의 유전병에 가까운 집단주의를 허물어줄 ‘해독제’가 될 것으로 봤다.

그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개인’의 각성은커녕 약간의 지적 트릭이 포함된 각종 안티(anti)주의 형태로 한국형 집단주의는 되살아났다. 아니, 더 강화된 느낌이다. 그런 안티에 개인은 없다. 안티의 기치하에 집결한 집단만 있을 뿐이다"라며 안티 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어떤 안티들은 주저없이 특정 정치세력의 하수인 소리까지 들으면서 무비판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하니 이 비판의 화살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절독운동에까지 직면한 조선일보의 극단적 정체성에 대한 우려는 적어도 세대교체로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24일자 칼럼이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24일자 중앙일간지 사회면 머릿기사.

<경향신문> 백궁 용도변경 유착 의혹
<한국일보> 백궁-정자 용도변경 의혹 검찰조사 내용/검찰 간부가 시장에 알려줘
<대한매일> 시장-검찰-시공사 커넥션/백궁 내사정보 유출 의혹
<동아일보> 서울5차 동시분양 15개업체중 11곳/분양가, 원가 2배 넘게 뻥튀기
<조선일보> 월드컵 입장권 교부 '혼선'
<세계일보> '인터넷 뱅킹' 거액 절도
<한겨레> 고엽제 피해 배상소송 기각


다음은 이한우 논설위원의 칼럼 전문이다.

덧붙이는 글 | [트렌드&아젠다] '안티'문화와 '비판'문화 .... 李翰雨

지금이야 한물 가서 ‘포스트모던’ 운운하는 학자가 없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10여년 전 국내에 소개될 때 일말의 기대감을 가진 적이 있다. 1980년대 말까지 한국판 모더니즘(근대)은 좌이건 우이건 집단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좌파인 사회주의야 어차피 집단주의라지만 우파도 한국에서는 오랜 권위주의와 군사문화로 인해 ‘국가’ 만능의 집단주의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중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탈(脫)중심을 역설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자유분방함이 한국인의 유전병에 가까운 집단주의를 허물어줄 ‘해독제’가 될 것으로 봤다. 그것은 집단주의의 해체와 개인의 각성에 대한 기대였다. 획일성 거부와 다양성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요구 또한 강렬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개인’의 각성은커녕 약간의 지적 트릭이 포함된 각종 안티(anti)주의 형태로 한국형 집단주의는 되살아났다. 아니, 더 강화된 느낌이다. 그런 안티에 개인은 없다. 안티의 기치하에 집결한 집단만 있을 뿐이다. 

어느새 안티 집단은 집단 스토킹을 통해 만만찮은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집단 성원끼리는 아무런 인과성도 없는 이야기를 서로 잘한다면서 낯간지러운 자화자찬을 늘어놓다가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흔드는 주장을 할라치면 좀 전까지의 자기 편도 한순간에 적(敵)이다. 병리적 자기 폐쇄성을 존립근거로 하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안티’ 신드롬을 한국판 포스트모던 현상 중 하나로 본다면 그 대척점에 근대(모던) 현상으로서의 ‘비판’이 있다. 안티는 출발부터 안티하는 대상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안티와 안티대상 사이에 대화가 될 리 없다. 안티가 요구하는 것은 ‘안티 할래 말래’식의 신앙고백뿐이다. 이처럼 안티문화가 극단화 경향을 보이는 이유 중에는 우리 지식인 사회가 건강한 비판의 장을 세우지 못한 것도 포함될 것이다. 

비판은 반성과 성찰을 통한 척도의 제시와 현실비판이 생명이다. 우리 현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철저하지 못했고 비판의 척도가 탄탄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판문화는 약화됐다. 그 자리를 잽싸게 차지한 것이 안티문화다. 지식인이 내몰리고 안티족들이 담론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대적으로 문자세대가 가고 영상세대가 대중에 대한 ‘말발’을 장악한 것도 큰 요인일 것이다. 거기에 속도감을 무기로 하는 인터넷도 한 몫 했다. 

물론 안티의 등장 자체까지 백안시 할 필요는 없다. 전통적으로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약한 한국사회에서 인터넷이 소통도구 역할을 함으로써 겨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안티문화는 공론 형성에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비판문화처럼 타자(他者)의 존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 또한 “내 맘이다” 식의 즉물적 수준이다. 오히려 그런 이유로 안티는 불온하지도 않다. 대안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결과다. 신(神)의 존재와도 같은 안티 자체, 안티와 안티대상 외의 완충영역 실종, 논리 대신 고백 등을 보고 있노라면 비판의 근대가 그렇게도 극복하려 했던 ‘중세’가 다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다. 

안티에도 활로는 있다. 굳이 기존, 중심, 주류와 스스로를 어떤 식으로건 결부시키지 않는 ‘인디’(獨立, 獨自)로의 길이 그것이다. 그래서 인디문화의 건강함에 주목할수록 안티의 자기파괴적 경향이 안쓰럽다. 

여기에 현 권력층의 봉건적인 형님·동생 문화에 바탕을 둔 전 근대적 부정부패와 배신의 풍경이 오버랩되면 할 말을 잃는다. 어떤 안티들은 주저없이 특정 정치세력의 하수인 소리까지 들으면서 무비판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10년 포스트모던이 떠난 자리에 그나마 위태롭게 존재하던 근대조차 실종돼 버리고 황폐한 봉건·중세만 남았다. 근대성 회복 내지 완성이라는 과제가 우리 앞에 다시 놓인 셈이다. 여전히 이성적인 사회를 향한 비판이 유효한 것도 그 때문이다. 

( 李翰雨 /논설위원 )

덧붙이는 글 [트렌드&아젠다] '안티'문화와 '비판'문화 .... 李翰雨

지금이야 한물 가서 ‘포스트모던’ 운운하는 학자가 없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10여년 전 국내에 소개될 때 일말의 기대감을 가진 적이 있다. 1980년대 말까지 한국판 모더니즘(근대)은 좌이건 우이건 집단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좌파인 사회주의야 어차피 집단주의라지만 우파도 한국에서는 오랜 권위주의와 군사문화로 인해 ‘국가’ 만능의 집단주의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중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탈(脫)중심을 역설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자유분방함이 한국인의 유전병에 가까운 집단주의를 허물어줄 ‘해독제’가 될 것으로 봤다. 그것은 집단주의의 해체와 개인의 각성에 대한 기대였다. 획일성 거부와 다양성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요구 또한 강렬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개인’의 각성은커녕 약간의 지적 트릭이 포함된 각종 안티(anti)주의 형태로 한국형 집단주의는 되살아났다. 아니, 더 강화된 느낌이다. 그런 안티에 개인은 없다. 안티의 기치하에 집결한 집단만 있을 뿐이다. 

어느새 안티 집단은 집단 스토킹을 통해 만만찮은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집단 성원끼리는 아무런 인과성도 없는 이야기를 서로 잘한다면서 낯간지러운 자화자찬을 늘어놓다가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흔드는 주장을 할라치면 좀 전까지의 자기 편도 한순간에 적(敵)이다. 병리적 자기 폐쇄성을 존립근거로 하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안티’ 신드롬을 한국판 포스트모던 현상 중 하나로 본다면 그 대척점에 근대(모던) 현상으로서의 ‘비판’이 있다. 안티는 출발부터 안티하는 대상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안티와 안티대상 사이에 대화가 될 리 없다. 안티가 요구하는 것은 ‘안티 할래 말래’식의 신앙고백뿐이다. 이처럼 안티문화가 극단화 경향을 보이는 이유 중에는 우리 지식인 사회가 건강한 비판의 장을 세우지 못한 것도 포함될 것이다. 

비판은 반성과 성찰을 통한 척도의 제시와 현실비판이 생명이다. 우리 현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철저하지 못했고 비판의 척도가 탄탄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판문화는 약화됐다. 그 자리를 잽싸게 차지한 것이 안티문화다. 지식인이 내몰리고 안티족들이 담론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대적으로 문자세대가 가고 영상세대가 대중에 대한 ‘말발’을 장악한 것도 큰 요인일 것이다. 거기에 속도감을 무기로 하는 인터넷도 한 몫 했다. 

물론 안티의 등장 자체까지 백안시 할 필요는 없다. 전통적으로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약한 한국사회에서 인터넷이 소통도구 역할을 함으로써 겨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안티문화는 공론 형성에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비판문화처럼 타자(他者)의 존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 또한 “내 맘이다” 식의 즉물적 수준이다. 오히려 그런 이유로 안티는 불온하지도 않다. 대안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결과다. 신(神)의 존재와도 같은 안티 자체, 안티와 안티대상 외의 완충영역 실종, 논리 대신 고백 등을 보고 있노라면 비판의 근대가 그렇게도 극복하려 했던 ‘중세’가 다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다. 

안티에도 활로는 있다. 굳이 기존, 중심, 주류와 스스로를 어떤 식으로건 결부시키지 않는 ‘인디’(獨立, 獨自)로의 길이 그것이다. 그래서 인디문화의 건강함에 주목할수록 안티의 자기파괴적 경향이 안쓰럽다. 

여기에 현 권력층의 봉건적인 형님·동생 문화에 바탕을 둔 전 근대적 부정부패와 배신의 풍경이 오버랩되면 할 말을 잃는다. 어떤 안티들은 주저없이 특정 정치세력의 하수인 소리까지 들으면서 무비판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10년 포스트모던이 떠난 자리에 그나마 위태롭게 존재하던 근대조차 실종돼 버리고 황폐한 봉건·중세만 남았다. 근대성 회복 내지 완성이라는 과제가 우리 앞에 다시 놓인 셈이다. 여전히 이성적인 사회를 향한 비판이 유효한 것도 그 때문이다. 

( 李翰雨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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