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국민 길들이기

월드컵과 인권 2 - 월드컵과 기본권

등록 2002.05.28 11:08수정 2002.05.28 15:55
0
원고료로 응원
정부 부처의 경쟁적인 월드컵 사랑

행정자치부는 '월드컵의 성공! 우리의 힘으로'라는 슬로건으로 '2002월드컵지원단'이라는 조직을 가동해 왔고, 24일에는 월드컵의 홍보와 외국인 접대준비를 최종 점검하기 위해 월드컵 반상회를 개최한다.

국정홍보처는 '친절·질서·청결 나도 월드컵 대표선수'라는 캠페인을, 건설교통부는 '외국손님들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하기 위해 자동차 2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전주에서도 전주경기 전일과 당일 등 총 6일간에 걸쳐 자동차 2부제가 시행된다.

노동부는 월드컵이 끝나는 오는 6월말까지를 '부당노동행위 집중지도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에 발생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엄단키로 했으며, 6개 지방노동청별로 '부당노동행위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대상사업장을 선정, 특별근로감독 등을 통해 부당노동행위를 집중 지도할 방침이다.

대상사업장은 폭력사용 등 부당한 방법으로 노조활동이나 쟁의행위를 방해하거나 노조간부를 부당하게 해고하고 노조탈퇴를 유도한 경우,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는 경우, 기타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노사분규가 진행 중이거나 분규 우려가 큰 사업장 등이다.

그러나 이것은 형평성을 가장한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노동부는 "월드컵 기간 중 산업평화를 기하고 불법행위는 노사를 막론하고 형평성 있게 엄단하는 관행을 확립하기 위해 특별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실제는 '노동자의 쟁의 행위를 엄단'하기 위한 제스처이기 때문이다.


집회·시위의 권리마저 테러위험으로 몰아

한편 전국검찰청에는 불법시위·집회로 인하여 발생한 부상·시설파손·영업손실 등 인적·물적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원과 건전한 시위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명목으로 '불법시위·집회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도 전국 주요도로에 위치한 교통초소를 오는 25일 이전까지 일제 정비하는 동시에 근무여건 개선차원에서 약 7억원의 예산을 투여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는 일이다.

월드컵의 총괄지휘조직은 '안전대책통제본부'다. 안전대책통제본부는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지원법'에 근거하여 2001년 4월 2일 국가정보원·국방부·경찰청·법무부·행정자치부·관세청·식품의약품안전청 등 10개 유관기관 요원 합동으로 구성·출범한 조직이다.

안전대책통제본부는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의 안전대책을 총괄 기획하고 조정·통제하며 관계부처의 장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안전분야 책을 심의·결정하는 '안전대책위원회'와 실무사항 협의를 위해 관계부처 국장급으로 구성되는 '안전대책실무위원회'를 운영하고 교육·훈련과 홍보 등 안전에 관련되는 제반 사항을 총괄한다.

국가기관이 총동원되어 국민을 안전을 위협하는 자로 여기며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이미 월드컵을 빙자하며 테러방지법 제정에 혈안이 되어 있있다.

시민의식? 말 잘듣는 국민 길들이기!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 특별법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판단하는 정부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

외국손님 앞에만 서면 왜 정부는 한없이 약 해지는가? 반면 국민에게는 '시민의식'의 이름으로, 국가대외신인도의 이름으로 갖가지 통제를 가해면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떠들어대는가?

생산유발효과 11조5천억원, 고용창출효과 35만명이라는 2002 월드컵의 경제파급효과를 정말 국민들이 믿어줄 거라 생각하는가? 그 경제파급효과를 위해 안전이 성패의 관건이라면서 안전파수꾼의 이름으로 국민들을 감시하는 정부는 국민들의 소리를 축구경기에 환호를 보내는 이면에 터져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불가침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해야 하는 헌법10조의 정신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기본적인 임무이고, 이는 월드컵과 무관한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4. 4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