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구멍 뚫리고
한나라당은 교두보 마련

6·13지방선거 결과 대전·충남지역 분석

등록 2002.06.15 14:28수정 2002.07.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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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은 더 이상 충청권의 맹주가 아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나타난 대전·충남 유권자들의 표심이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자민련에 정면으로 맞서 대전시장과 충남지역 4곳의 기초단체장을 당선시키는 등 결실을 거둬 향후 대통령 선거의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1988년 민선 2기 선거에서 광역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대전·충남의 22곳 가운데 1곳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던 사실에 비쳐봐도 4년만에 한나라당이 충청도당을 표방하는 자민련을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공략에 힘을 기울여온 한나라당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원조 보수로 정체성을 잃고 지역민들에게 뚜렷한 믿음을 주지 못한 자민련에 대한 심판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민련은 지난 2대 지방선거에서 대전·충남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20곳 중 16곳을 당선시키는 등 싹쓸이하다시피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충남지사와 대전 구청장 5명, 충남 기초단체장 7명만을 배출하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에 향후 '영남은 한나라당, 호남은 민주당, 충청은 자민련'이라는 등식으로 충청권을 공략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주도권 싸움에 끼어들지 못하고 자민련과 제한적 공조라는 어정쩡한 태도로 광역단체장을 출마시키지도 못한 채 충남지역의 기초단체장 2명만을 건지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이 지역은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분할해 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주시장과 금산군수에는 무소속 후보가 각각 당선됐고 민주노동당과 미래연합 등 군소정당 후보와 시민단체 후보들은 모두 낙선해 기존 정치권의 벽을 실감했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대전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나란히 8명씩을 나눠 가졌다.

충남에서는 자민련이 19명, 한나라당이 7명, 민주당과 무소속이 각각 3명을 당선시켰다.

지난 98년에는 자민련이 광역의원 선거 대전에서 14명을 모두 가져갔고 충남에서는 자민련 30명, 국민회의와 무소속 후보가 각각 1명씩 당선됐었다.

정당 지지도는 대전이 한나라당 42.9%, 자민련 35.0%, 민주당 12.6%, 민주노동당 7.6%, 사회당 2.0%였으며 충남은 자민련 40.5%, 한나라당 33.1%, 민주당 11.9%, 미래연합 6.0%, 민주노동당 4.5%, 녹색평화당 2.5%, 사회당 1.5%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지도는 이번 지방선거 성적과 당 지지도가 일치하는 것으로 당 지지도에 따른 선거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눈여겨 볼 곳은 예산, 부여, 논산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의 고향인 예산군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자민련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군수에 당선됐으며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고향인 부여군에서는 현역군수로 자민련의 공천탈락 뒤 무소속으로 나선 유병돈 후보가 자민련 김무환 후보에 밀려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민주당 이인제 의원의 고향인 논산시에서는 이 의원이 자민련과의 공조를 위해 민주당 후보를 내지 않는 바람에 자민련이 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반면 한나라당의 충청권 교두보 마련의 1등공신인 강창희 최고의원과 김용환 국가혁신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기초단체장을 당선시키지 못해 희비가 엇갈렸다.

대전시장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강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 중구청장 선거에, 충남도지사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보령시장 선거에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두 의원이 대전과 충남지역의 지방선거 전반을 각각 책임지고 지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대문밖을 지키다 안방을 잃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민련 심대평 충남지사 당선자는 선거운동에 과정에서 충남 전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펼쳤으나 자신의 고향인 공주시에서는 무소속 후보에게 시장 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선거에서의 또다른 특징은 현역 단체장들이 대거 낙선의 쓴잔을 마셨다는 점이다. 15명의 충남지역 현역 기초단체장 가운데 이번 선거에 재출마한 단체장은 모두 8명이다. 이 가운데 3명만이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하고 나머지 5명은 낙선했다.

이는 지난 2대 선거에서 13명의 현역 단체장이 다시 출마해 12명이 당선됐던 것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3선 연임에 성공한 단체장은 김낙성 당진군수(자민련)가 유일했고 임성규 논산시장(자민련)과 김행기 금산군수(무소속)는 재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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