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꾼이 되겠다"

탄방동 정치1번지를 꿈꾸는 장현자 당선자

등록 2002.06.17 14:45수정 2002.06.18 09:58
0
원고료로 응원
"소에게 무엇을 먹여야 가장 좋겠느냐는 토론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소를 굶겨죽이는 것이 아니라, 백(百)의 이론보다 천(千)의 회의보다 만(萬)의 웅변보다, 풀 한 짐 베어다가 쇠 죽 쑤어 먹이는 '일꾼'이 되겠다"

대전시 서구 탄방동 구의원 장현자 당선자의 포부다. 장 당선자는 주민들과 함께 살맛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장 당선자(50)는 대전광역시 서구 탄방동 구의원 선거에서 6828표중 3244(47.5%)표를 얻어 대전지역에서 시민단체 출신으로, 여성으로 유일하게 이번 선거에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출마 직전까지 대전여민회에서 여성, 환경, 주민자치 문제를 제안하고 실천해 왔던 장 당선자는 시민의 아픔을 나누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해 왔기에 대전 시민사회단체는 장 당선자의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장 당선자는 특히 빈민지역에서 맞벌이 부부들의 친구로, 그들 자녀의 어머니로 함께 하면서 전국지역탁아소 연합을 맡는 동안 아동보육 문제를 전국적 이슈로 부각시켰고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가 공모한 생활자치 모범사례에서 '지역 공동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음은 장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 먼저 당선 소감이 궁금하다.
"한우리아파트 주민들의 승리이고 여성운동의 승리이다. 지난 6년간 한우리 아파트 자치부녀회장을 맡아 주민자치운동을 했던 한 사람으로써 언제나 주민들과 함께 해왔고, 주민들은 이번 선거를 성심껏 도와주었다. 모두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한마음으로 함께 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있을 수 있었다."

- 선거 운동을 하면서 당선을 예상했나?
"낙선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선거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3개월 여간 모든 일이 물 흐르듯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느낌이 좋았다. 또 이 지역 주민의 70%가 40대 미만이라는 점에도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이렇게 큰 표차로 이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 구의원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주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겠다. 그리고 교육, 환경, 여성 운동에 앞장설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유능한 여성인력이 잠재되어 있다. 숨어 있는 여성인력을 끌어올려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러려면 여성의 의식부터 깨어나야 한다. 또 일하는 여성의 양육·보육문제 해결에 노력할 것이며, 인근 남선공원을 생태공원으로 가꾸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정과 주민생활의 관계설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 그 둘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언제나 함께 해야 한다. 나는 우리 지역 모든 생활인들의 대리인으로, 우리 지역의 살림꾼으로 살맛 나는 지역사회를 가꿔나가겠다."

- 이번 선거를 통해 시민의 참여의식 부족이 또 한번 문제시되었다. 장 후보는 '주민자치'를 중요한 사안으로 내걸었는데,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시민의 참여를 하루아침에 이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하면 무조건 싫어하고 손을 내젓는 시민들의 반응은 정치인의 잘못으로 빚어진 결과이다. 시민 누구에게나 잠재된 의식은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제껏 정치인들을 보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치인은 더 이상 일반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줘서는 안 된다.


나는 구 의원으로서 우리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주민들의 주권의식을 되찾게 하고 싶다. 이번 선거에서 비록 투표율이 저조하긴 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본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상대 후보 진영의 공정하지 못한 선거운동 소식을 접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선거 당락에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시민들의 의식은 아직 살아 있다."

- 장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 유권자들에게 한마디 덧붙인다면.
"여성후보라는 점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남녀를 막론하고 자발적인 지지자들이 있어 큰 힘이 되었고, 그들은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대를 걸기도 했다. 앞으로 지방자치에 여성의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깨끗하고 밝은 분위기에서 만나 건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여성이기에 오히려 쉬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이게 안보이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이번 선거를 마치면서 '장현자 당선'이라는 결과를 얻은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하나 만든 기분이다. 앞으로 탄방동을 정치1번지로, 주민자치의 모델로 만들어나가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