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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투병 생활로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농민운동가 이야성(46·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씨가 마침내 생을 마쳤다.
22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안동우)이 주관해 도내 첫 농민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오종열 의장을 비롯해 제주지역 농민회, 농민 운동가, 시민단체회원 등 500여명이 찾아 고인의 죽음을 슬퍼했다.
제주시 화북동 황사평 천주교공원묘지에서 치러진 '농민열사 이야성 동지 농민해방장'에는 고인의 불같은 삶의 열정을 회고하며 헌화와 분향을 하는 추모객의 발길이 잇따랐다.
제주지역 최초 사회과학 전문서점 설립
1980년대 사회과학 전문서점 '사인자(社人自)'를 설립해 당시 대학생을 비롯한 지식인들에게 민주화운동의 바람을 불어넣었던 이씨는 서광리 물난리 투쟁, 송악산 군사기지 건설 반대투쟁 등 지난 80년대 지역운동의 중심에 섰던 인물.
90년 이후에는 제주도농민회준비위원회 사무국장, 92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상임의장, 99년 대정읍농민회 회장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해왔다.
이씨의 간암 투병소식이 전해지자 그를 아끼는 동료와 선후배들은 특정단체나 조직을 떠나 '이야성을 생각하는 모임'을 결성, 험난한 시대를 헤쳐오며 의롭게 싸워온 그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이야성 돕기 작은공연 및 일일찻집'을 열어 상당액의 후원금을 전달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모두 흐느낀 농민해방장 '장례식'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회 정형찬 의장이 조사를 낭독하고, 이어 김수열 시인이 추모시 '땅의 아들이여, 우리의 형제여'를 읽어내리자 모두 눈시울을 뜨겁게 붉혔다.
민중가수 최상돈씨가 고인이 생전에 즐겨불렀던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추모곡을 부르자, 평생 농민 운동과 지역운동에 헌신해온 고인의 넋을 달래기 위해 찾은 많은 추모객들은 울음을 쏟아냈다.
오랜 지인으로 막역히 지냈던 시인 김수열(제주작가회의)씨도 시 낭송중에 내내 떨리던 마음을 참지 못했는지 낭송이 끝나자마자 이내 흐느끼며 울음을 터뜨렸다.
<추모시>
땅의 아들이여!
우리의 형제여!
김수열
며칠전까지만 해도
사랑하는 피붙이 산하에게
잔소리 했다지요
고생하는 어미에게 하루에 한번씩 전화하라고
숙제 꼬박꼬박하고 절대 약해지지 말라고
하나밖에 없는 딸, 산하의 손을 잡고
가쁜 숨 몰아쉬며 한 소리 했다지요
그러던 형이 이렇게 가시다니요
동지같은 아내와 친구같은 산하를 여기에 두고
그리운 벗들, 혈육보다 뜨거운 동지들을 남겨두고
이렇게 허망하게 이다지도 미련없이
가서는 안 될, 그 머나먼 길을
바람이 되어, 구름이 되어 일찍 떠나시다니요
꽃을 가꾸던 꽃같은 마음은 어찌하라고
어랑어랑 손내미는 상추심던 그 마음은 또 어찌하라고
서둘러서 서둘러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길 떠나시는가요
우리의 벗, 우리의 야성이 형
땅의 아들, 우리의 형제 야성이 형!
우리들의 목매인 흐느낌을 듣고 있는지요
우리들의 안타까움 보고 있는지요
죽음의 길은 삶의 문에 맞닿아 있음을 아는 까닭에
언젠가는 너나없이 가야할 것임을 아는 까닭에
그대를 보내는 이승의 벼랑 끝에서
마지막으로 사랑스런 이름 목놓아 부르나니
우리의 벗, 야성이 형!
우리의 형제, 야성이 형!
땅의 아들, 바람의 아들 야성이 형
부디 잘가소서, 편히 쉬소서 야성이 형.
덧붙이는 글 | 후원계좌=농협 961-12-242818(예금주 김수열) / 제주은행 12-02-190434(예금주 김수열)
문의 752-0559(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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