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청춘을 앗아 간 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등록 2002.06.27 11:43수정 2002.06.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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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의 뜨거운 열기가 전국을 메아리치던 지난 25일, 양재동에 소재한 '시민의 숲'에서는 우리가 잊고 지내던 7년전의 악몽을 떠 올리며 몸서리치는 울부짖음이 있었다.

최근에 "불티나게 팔린다"는 '붉은악마' 유니폼과 국화꽃송이를 손에 든 이순의 어머니….

지난 1995년 6월 29일에 있었던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때, 아들을 잃은 '삼유회' 어머니의 한 맺힌 흐느낌이 있었다. '삼유회'는 "자식을 앗아 간 '삼풍백화점'이란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며 언제 부터인가 유족들끼리 자연발생적으로 통용된 '삼풍백화점 참사유족회'의 명칭이다.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가 있는 날이면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치며 응원했던 아들이었다"는 어머니는 "또래의 젊은이들이 붉은 빛 옷을 입고 거리를 뛰쳐 다니는 것을 보고 7년전에 죽은 아들이 나타날 것 같았다"며 오열했다.

참사의 현장인 삼풍백화점 부지가 매각되면서 양재동에 있는 '시민의 숲'에 세워진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에는 이날만도 열 가족이나 넘게 참배했다. '502위' 희생자의 대부분이 20대의 꽃다운 청춘 이여서 인지 이날 기자를 만난 대부분의 유족들은 "월드컵 축구에 대한 젊은 열기를 보면서 망자를 그리워했다"며 "남들은 이제 잊을 때가 되었다"고 위로 하지만,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가 어찌 한이 풀리겠냐"며 오열했다.

7년전인 지난 6월 29일 오후 5시 55분에 붕괴된 삼풍백화점 참사는 무려 1,5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비극 중의 비극이었다.

지상 5층, 지하 4층의 건물이 붕괴되는데 걸린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이었지만, 단일 면적(4,154평)에서의 인명피해(사망자 502명, 부상자 900여 명)는 전쟁과 테러를 제외 하고는 세계 최대의 피해였다.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은 365일 유족들이 찾는 곳 이지만, 참사가 일어난 6월이 오면, 천여 명이 넘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당시, 참사현장을 취재 하면서 만난 50대 중반의 한 유족은 "이제 회갑도 지났다"며 7년간의 '한'을 풀어 놓았다. 악몽의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7주기'라니…. 기자가 유족들의 오열을 뒤로 하고 위령탑을 벗어 날 무렵, 뒤 늦게 조문 온 한 노모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OO아 애미가 왔다. 너가 좋아하는 과일을 사왔어"

덧붙이는 글 | 삼풍백화점 참사 유가족회는 오는 29일 오전 11시, 양재동 시민의 숲에 있는 '위령탑'에서 참사 7주기추모식을 가진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삼풍백화점 참사 유가족회는 오는 29일 오전 11시, 양재동 시민의 숲에 있는 '위령탑'에서 참사 7주기추모식을 가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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