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집 '동춘당' 더 이상 안된다"

문화유산해설사회 "무분별한 음식점 '반대'-전통문화체험 공간 '환영'"

등록 2002.07.01 19:31수정 2002.07.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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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보물(제 209호)로 지정된 동춘당 고택(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에서 은진 송씨 문정공파 종손이 생계유지를 이유로 불법적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관련 대전문화유산해설사회가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즉각적인 이행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춘당'은 조선 시대 우암 송시열과 더불어 노론의 쌍벽을 이루던 예학의 대가 송준길(宋浚吉1606 ~1672)이 살던 집으로 조선시대 별당 건축의 한 표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송준길의 호를 따서 집 이름을 동춘당이라 하였고 현판의 글씨는 우암 송시열이 썼다.

그러나 은진 송씨 문정공파 종손인 송모씨는 지난 달 중순 경부터 생계 유지를 이유로 동춘당 고택에서 백숙, 도토리묵, 보리밥, 술 등을 판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불법영업을 계속하고 있어 문화재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문화유산해설사회는 최근 수 차례 대책모임을 갖고 '동춘선생 고택 음식점 개설에 대한 입장'을 정리, 대덕구청과 대전시청, 문화재청, 송씨 종중 등에 각각 전달했다.

이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후손의 생계유지를 위해 종중의 승낙과 관할구청의 사전 허가 없이 문화재에서 음식점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전제한 뒤 '이같은 사태가 이미 예측돼 왔음에도 종중과 현 거주자, 관할 관청이 충분한 사전 조정과 방안 모색을 하지 않고 문제를 키워왔다'고 개탄했다.

이 단체는 이어 '현 거주자는 문화재내에 설치된 음식점 홍보물을 철거하고 적법한 허가를 얻어 현 거주지인 동춘선생 사랑채와 안채에서만 영업을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거주자의 생계수단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영업은 인정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 단체는 영업행위 방식과 관련 '무분별한 음식판매'가 아닌 '전통음식과 종가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국화주 및 별식 등 특화된 음식만을 판매하고, 고택의 일부를 개방해 민박과 식사 제공을 겸한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해 시민들의 문화재 관람권과 생계문제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관할 행정기관인 대전시와 대덕구청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지역 실정에 맞는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이를 위해 전래되고 있는 국화주를 특화할 수 있는 방안 등 대안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이같은 문제풀이 방식에 행정기관과 현 거주자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양자가 합의를 이루어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덕구청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서 음식점 영업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며 영업을 하고 있는 동춘 종손을 사법기관에 고발조치한 상태이다. 또한 고발을 당한 송 모씨는 "생계수단인 만큼 죽기살기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전문화유산해설사 관계자는 "거주자의 생계수단에도 도움이 되고, 시민들의 우리 역사와 전통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되는 방안을 제시한 만큼 거주자와 관할 행정기관이 나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문제해결을 위해 열린 자세로 나서 주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전문화유산해설사회는 문화유산에 담긴 뜻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동춘당을 비롯 남간 정사 등에서 약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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