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혁의 예인기행13>

이빠네마를 사랑한 사람. 그의 이름은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13)

등록 2002.07.16 09:54수정 2002.07.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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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Edu e Tom' Album을 제작하고 나서 한동안 그는 정말로 긴 휴지기를 가졌다. 물론 이 안에 1985년 그의 세션작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트랙들을 발췌한 E Convidados(And Guest라고 소개되어 있는 홈페이지도 봤다. 물론 동일한 음반이다)라는 걸출한 편집반을 발매하기도 했었지만 1987년까지 그가 핵심이 되는 신작은 발표되지 않았었다.

a 원초적이고 청량감넘치는 색채로 그려진 쟈켓. 지극히 브라질적인 총천연의 아름다움이다.

원초적이고 청량감넘치는 색채로 그려진 쟈켓. 지극히 브라질적인 총천연의 아름다움이다. ⓒ 박주혁

그렇게 6년 간의 긴 침묵을 지키던 그가 1987년 그 길었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음반이 이 'Passarim'이다. 이 음반에는 그가 사랑했던 아마존의 원시가 일호의 가감도 없이 녹아 있으며 지금까지의 소편성을 약간 벗어나서 다양한 오케스트레이션과 그 외에도 많은 연주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음반은 단 한 명의 참여 뮤지션도 브라질이외의 국적을 지니고 있는 뮤지션을 참여시키지 않은 가장 브라질적인 성격이 진한 RTB Movement의 그 끝을 보여준 음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국제적인 조빙의 면모도 간과할 수는 없음이다.

여러 명의 여성 코러스가 원초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삼바적인 모습과 현과 목관악기군의 어울림이 아름다운 첫 곡 Passarim, 목소리와 피아노가 주제로 진행되는 낭만적인 보사노바 Bebel은 이 앨범에 참여한 Jobim's Angel(이 앨범에 참여한 여성보컬들인 아나 랑뜨라 조빙, 엘리자베쓰 조빙, 마우샤 에드네, 빠울라 모렐렌바움, 시몽까이미 이렇게 5인의 여성 가수들을 Charlie's Angel을 패러디해 이렇게 표현했음이다)의 코러스가 이루는 하모니가 아름다운 곡이다.

이 코러스에서의 하모니는 화려하다 못 해 눈이 부시다! 새소리를 사용한 독특한 시도와 여러 명의 여성 코러스, 정말 쟈키스 모렐렌바움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현악편곡이 압권인 곡 Borezeguim, 기품 있는 율동감에 품격높은 낭만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곡 Looks Like December.

그런데 확실히 프랑스인들과 포루투갈인들이 말하는 영어발음은 들어주기에 약간 괴롭다. 빠울로 조빙과 빠울라 모렐렌바움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곡인 Isabella 역시 다닐로 까이미가 연주하는 원초적인 플륫소리와 함께 찬란하게 부셔지는 청량감넘치는 서정미가 일품이다.

삼바의 본연의 의미에 한 발 더 접근한 죠지 거슈윈의 놀라운 해석 Facinatin' Rhythm, 다중으로 중첩되는 화려한 여성코러스와 단촐한 현악과 목소리로 이루어진 곡 Chanson, 삼바의 원류에 접근한 듯한 무엇보다도 색채적인 타악기 연주와 다닐로 까이미의 플륫연주, 그리고 중간의 감정이 한참 고양되어 있는 쟈끼스 모렐렌바움의 첼로연주가 그 증거로 남겨져 있는 Samba do Soho, 역시 수도없이 수록되었던 Luiza가 또 다른 재해석으로 담겨 있다.


피아노와 정말 화사한 현악이 아름다운 해석이다. 다닐로 까이미가 노래를 부른 Brazil Nativo는 조빙이 헌정하는 아마존의 자연에 대한 존경. 단순한 듯 청량감있는 현악과 색채적인 타악기연주,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본질에 대한 헌정인 듯하다. 한 동안 듣기 힘들었던 중장편의 덩치를 가진 곡 Garbriela는 단순한 멜로디가 연속적으로 미묘한 변주를 이루며 조빙의 목소리와 Jobim's Angel의 Call & Response로 이루어진 이 곡은 결국 비슷한 멜로디를 이루며 무한의 변환을 이루는 것이 사람은 결국 똑같다는 본질적인 의미를 표현한 듯 한 곡이다.

이는 모든 자신의 근원이 아마존에 대한 레미니선스라는 무언의 승복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재발매된 CD에는 Looks Like December의 포루투갈어 버젼인 Anos Dourados와 Passarim의 포루투갈어 버젼이 보너스 트랙으로 담겨 있다.


6년의 세월동안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조빙의 역량이 총집결된 음반이며 다채롭고 원초적인 '음'과 소폭의 울림을 지니고 있지만 기본적인 화려함이 돋보이는 오케스트레이션. 단순하면서도 극적인 전개를 그리는 구성. 이 모든 것이 국제적인 조빙의 모습과 RTB Movement에 충실했던 조빙의 모습을 한 번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다소 듣기 거북한 영어발음이 아쉽지만 현란한 여성코러스, 미려한 현악편곡, 무엇보다도 정말 가족들을 참여시켜서 만든 그 어떤 앨범에서도 엿보기 힘든 가족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는 앨범이다. 자신의 근원에 대한 지긋하고도 그윽한 눈길을 담은 근원에 대한 성찰. 바로 이 Passarim이다.

수록곡

01 Passarim
02 Bebel
03 Borzeguim
04 Looks Like December
05 Isabella
06 Fascinatin' Rhythm
07 Chansong
08 Samba Do Soho
09 Luiza
10 Brasil Nativo
11 Gabriela
12 Anos Dourados
13 Passa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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