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귀해지는 위안화

<차이나소프트 - 경제 2> 평가절하 압력에서 절상 압력으로

등록 2002.07.27 14:48수정 2002.09.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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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폐의 가장 고액권인 100위안 위조방지를 위해 왼쪽에는 음화가 있고, 아라비아 숫자 100 사이로 점선이 보이는 것은 금속제 방지장치다.
중국 지폐의 가장 고액권인 100위안위조방지를 위해 왼쪽에는 음화가 있고, 아라비아 숫자 100 사이로 점선이 보이는 것은 금속제 방지장치다.조창완
위안화(元貨)는 중국의 공식화폐다. 런민삐(人民幣)라고 불리는 위안화는 ‘경제 동물’인 중국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추구해야하는 하나임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화폐가 그러하듯 중국 돈에도 갖가지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펀(分 우리돈 1.5원 가량)에서부터 100위안(우리돈 15000원 가량)까지 각각의 독특한 문양이 있다. 특히 낮은 단위에는 소수민족의 모습을 넣은 경우가 많은데, 2 지아오(角 보통은 마오로 불림) 짜리에는 조선족 동포 소녀의 모습이 있어 인상적이다.

하지만 1999년부터 이 돈에 변화가 생겼는데, 10위안 이상의 화폐 그림을 모두 마오쩌둥으로 도배한 것이다. 과거 100위안짜리에는 마오와 더불어 주더(朱德), 저우언라이(周恩來)가 그려져 있었다. 중국의 공산화는 사실 세 사람중 하나만 빠져도 성사되지 못했을텐데, 중국은 왜 마오만을 그려넣었을까. 색깔만 다르지 모두 동일한 마오의 그림으로 된 돈은 10위안과 50위안 짜리가 헷갈려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웬일인지 돈과 그다지 인연이 없었던 마오를 돈에 집어 넣었다.

형광등으로 비춰야만 나타나는 음화방지용 표시 10위안 이상의 지폐에는 이렇게 형광처리된 부붑이 있어 밤에도 식별이 가능하다
형광등으로 비춰야만 나타나는 음화방지용 표시10위안 이상의 지폐에는 이렇게 형광처리된 부붑이 있어 밤에도 식별이 가능하다조창완
위안화는 과거 중국이 폐쇄적인 사회였을 때,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중국 내부의 통용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개방과 지속적인 힘의 성장으로 인해 세계적인 화폐로 서서히 부각하고 있다. 현재 달러화를 기준으로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계속해서 다양한 변화의 압력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위안화를 통해 중국 경제의 한 단면을 만나보자.

가짜 돈도 돈이다

중국을 여행하다가 우리나라 사람을 처음본 중국인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가운데 하나가 우리돈과 중국돈과 가치비교다. 중국돈 1위안이 한국돈 얼마냐고 물으면 기자는 1위안에 한국돈 150원 가량이라도 답변한다. 그러면 중국인은 곧바로 좀 실망스러워하는 표정이다. 한국 돈의 가치가 뭐 그리 형편없냐는 식이다. 돈의 단위와 가치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 싶은데도 그들이 그렇게 반응한다. 중국인다운 반응이면서 좀 우스운 반응이지만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여행중에 가장 골치아픈 것은 가짜 지폐다. 중국의 국책은행은 ‘중국은행’이 아닌 ‘중국인민은행’이다. 중국인민은행도 돈을 찍어내지만 목숨을 걸고 위조지폐를 찍어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는 비교적 가짜 지폐의 유통이 많지 않지만 외곽으로 나가면 가짜 지폐로 인해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작은 돈이야 상관이 없지만 100위안 정도의 큰 돈을 한꺼번에 가짜로 만나면 큰 손해를 본다. 가짜돈을 예방하기 위해 상점이나 택시 기사는 돈의 중간에 들어있는 금속물을 통해 위폐 여부를 판정하는 기계를 갖고 있다. 중국 돈의 중간에는 금속띠를 넣어 위폐를 방지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물론 가장 쉬운 감별법은 우리돈에도 쓰이는 음화다. 신권에는 마오쩌둥의 그림이 숨어있는데, 초보적인 방식이라서 다른 방법으로 위폐를 예방하려 한다. 여행자들은 위폐로 인한 손해를 막기 위해 작은 형광등을 갖고 있으면 된다. 조금 어둡게 하고 돈을 비추면 돈의 상면에 지폐 전면 상단에 돈의 액수가 표시된다. 이쯤 되면 가짜라도 진짜 가짜라고 봐도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새로 발급된 10위안 이상의 지폐일 경우다. 5위안 아래는 음화나 금속, 형광표시 어느 것도 있지 않다. 그럼 가짜돈을 어떻게 알아낼까. 모르긴 몰라도 그냥 알아서 써라다. 초기에 가짜 지폐를 보고 신기해서 보관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금방 보관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5위안 아래 단위는 심심치 않게 위폐가 섞여 있고, 사람들은 위폐인지 알고서도 그냥 통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나치게 조악하면 문제지만 그 정도의 위폐는 그러려니 하면서 통용한다. 심하게 보면 정부도 돈 가치보다도 돈 찍는 비용이 더 비싼 저액권은 위폐가 나돌아도 뭐 큰 손해있겠냐며 묵과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조선족 동포가 그려진 2지아오 지폐 그림의 오른쪽에 보이는 소녀가 한복을 입은 조선족 소녀다
조선족 동포가 그려진 2지아오 지폐그림의 오른쪽에 보이는 소녀가 한복을 입은 조선족 소녀다조창완
외환보유고 증가하고 구매력도 높아 절상압력 커가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는 97년 이전을 꿈과 같은 시절이라고 말한다. 우선 달러 환율이 800원대 있었고, 100달러당 위안화의 암달러 시장 가치가 900위안까지 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돈 8만원은 900위안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의 가치가 절하되었다지만 8만원을 위안화로 바꾸면 530위안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5분의 3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은행에서 현재 100달러의 위안화 교환은 819위안 정도이고, 암달러 시장에서도 822위안 정도 밖에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암달러 시장의 가치가 기준환율(827위안 가량)보다 낮다는 것은 중국 지하경제가 많이 정상화되고, 위안화가 그만큼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위안화의 평가절하라는 말을 들어왔다.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국제시장에서 중국은 수출이 유리해져, 우리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질거라는 걱정과 동반할거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최근에 오히려 반대의 견해로 바뀌고 있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 과연 그럴까. 97년 아시아 경제 위기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전체는 위안화가 제 자리를 지켜준 것에 내심 감사하고 있다. 그런 중국에서 위안화의 평가절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현재 7~8%대의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호흡조절과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는 위안화의 가치를 정상화시키자는데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본관과 다이상롱 행장 중국 통화정책의 최고 책임기관과 그 수장인 다이상롱 행장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본관과 다이상롱 행장중국 통화정책의 최고 책임기관과 그 수장인 다이상롱 행장조창완
국제시장에서 봤을 때 위안화의 실질 구매력은 다른 화폐의 두배이상에 달할 만큼 중국 내부의 상품가격이 낮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국 달러의 가치가 평가절하됐을 때 위안화의 가치를 올리자는 것이다. 달러화와 연동되는 위안화 역시 평가절하되어 지금이 충격이 작은 시점이라는 것이 그 요지다. 거기에 수출이 급속히 늘어 외환보유고가 2300억 달러가 넘는 지금이 위안화를 평가절상시키거나 달러와의 연동환율제를 버리는 최적기라는 생각이다. 이런 인식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러화의 부각도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경제시보’(2002년 6월 20일)나 ‘중국경영보’(2002년 7월 11일) 등 유수 경제신문들도 위안화의 평가절상론을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 외환위기때 평가절하를 유지한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대외신인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중국은 평가절하 없이도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계속해서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보수적인 중국 행정가들이 잘 나가는 이 상태에서 굳이 무리한 정책을 펼 것인가다.

주룽지 총리나 다이상롱(戴相龍) 인민은행장은 지속적으로 위안화의 안정에 역점을 둔다고 말해왔다. 우샤우링(吳曉靈) 인민은행 부행장도 2002년 4월 18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늘고는 있지만 경제 전반을 두고 볼 때 환율을 절상할만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을 보기 보다는 향후 몇 년간을 대비할 때 평가절상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정부도 지금 자국이 안고 있는 거품경제의 위험을 감안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편을 준비중이다.

오히려 중국은 당분간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신경을 쓸 것 같다. 홍콩 역시 10년안에 위안화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올 것이 확신하고 있으며, 주변 국가에서도 위안화의 통용을 위해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2003년부터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에게 위안화의 영업을 허용할 뜻을 비추고 있다. 현재 위안화의 거래차액은 1위안당 20원 정도로 14%에 달한다. 달러의 3%에 비하면 지나치게 큰 액수다. 당분간 중국은 이 거래차액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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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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