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간판 내리는 건 시간문제
리모델링-신장개업, 선택만 남았다

[분석] 8·8 재보선 후 민주당과 노무현의 진로는?

등록 2002.07.28 22:05수정 2002.07.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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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재보선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경기 하남에서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는 이회창 후보(왼쪽)와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8·8 재보선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경기 하남에서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는 이회창 후보(왼쪽)와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집권야당' 한나라당. 6·13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기 전부터, DJ 아들 비리로 인해 권력누수가 가속화되기 전부터 정치권에서 농반 진반으로 그렇게 불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그 누구도 이를 농담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 임기 6년의 이회창 대통령이 권력 첫 해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다. DJ는 이미 '식물 대통령'이 돼버렸고, 민주당은 핵분열을 코 앞에 둔 적전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와중에 8·8 재보선은 예정된 정치권 빅뱅의 통과의례로 인식되고 있다. 8·8 재보선 후 정치권의 판도 변화는 민주당으로부터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창(昌)-DJ냐, 창(昌)-노(盧)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술래잡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DJ'라는 이미 잡아놓은 술래를 볼모삼아 대선까지 놓치지 않고 가는 전략이다. 이미 6·13 지방선거에서 그 술래의 위력을 확인했고, 그 무엇보다 확실한 보증수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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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박희태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부인들 12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노무현 후보와 DJ의 단절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DJ=노무현=부패정권'이라는 공식이 깨지면 한나라당이 12월 대선에서 어려워진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 7월 16일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및 지구당 위원장 부인회의. 박희태 최고위원은 이 모임에 참석해 "DJ=노무현 등식을 깨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7월 16일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및 지구당 위원장 부인회의. 박희태 최고위원은 이 모임에 참석해 "DJ=노무현 등식을 깨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거꾸로 민주당은 부채만 잔뜩 남은 DJ를 업고서 대선을 치르는 건 '백전백패'라는 위기의식 속에서 'DJ=노무현'의 공식을 하루빨리 깨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온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현 정권의 '부정부패' 업보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전장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나라당에서는 '김대중 일가 부정축재 진상조사특위'를 만들고, 민주당에서는 '이회창 후보 5대의혹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든 것도 자기에게 유리한 대립각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쨌든 향후 정국은 '창(昌)-DJ' 전선이 언제까지 약발을 받을 것인지, '창(昌)-노(盧)' 전선이 언제 형성될 것인지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일사분란한 대오를 형성한 한나라당보다는, 제각기 '반창(反昌)연대'의 기수라고 주장하며 적전분열의 양상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당이 불리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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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깝고도 먼 노무현과 한화갑 협력-긴장 교차, 불안한 동거

지난 7월 24일 국회 대정부질문 발언자로 나선 신기남 민주당 의원이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불법 선거자금 모금 의혹(세풍·稅風)과 이 후보의 두 아들 병역비리 은폐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자, 한나라당 의원석에서 "조작이다" "끝난 일이야" "그만해라" "풍, 풍 하다가 풍 맞는다"라며 고함이 터져나왔다.


이후 안영근 한나라당 의원이 "정부와 민주당이 정권 차원의 비리를 대통령 아들들의 개인 비리로 교묘히 축소하고 이회창 후보 관련 5대의혹 운운하고 있으니 점입가경이 아닐 수 없다"고 맞불을 놓았다. 그런데도 민주장 의석에서는 추미애 의원 정도가 "안영근 의원 답지 않다"며 차분히 훈계한 정도였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방어와 현직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방임에 가까운 행동은, 흔히 권력을 쥔 집권당과 도전자인 야당의 관계에 비쳐볼 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국민들의 시선이 DJ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DJ는 올해 대선에서 매우 중요한 캐스팅보터의 역할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민주당의 딜레마 또한 이 고리에서부터 실타래가 엉켜져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간판 내리는 건 시간문제

그 누구도 민주당의 간판을 내리는 데 대해 이견을 달지 않는다. 다만 쪼개는 형식의 분당이냐, 외연확대를 통한 재창당이냐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민주당내 구성원들 대다수가 방법의 차이를 떠나 분당 내지 재창당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DJ와의 고리'를 끊고, '호남당이라는 굴레'를 벗지 않고서는 12월 대선 승리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6일 민주당에서는 친노(親盧)와 반노(反盧)·비노(非盧) 그룹의 이질적인 모임이 동시에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오후 2시 민주당 정치개혁발전특위(위원장 박상천)가 주최한 개헌 공청회에는 이인제·박상천·정균환·안동선·원유철·이윤수 등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이한동 전 총리, 김학원 자민련 원내총무 등이 참석해 반노·비노연대가 더욱 구체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같은날 저녁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는 민주당 재야출신과 당 쇄신 운동을 벌여왔던 개혁 성향의 의원들 2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합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노 후보를 중심으로 현재의 정국을 정면돌파해 나간다는 것, 또다른 하나는 최대한 세력을 확대해 8·8 재보선 이후 '민주개혁연대'를 출범시킨다는 것.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친(親)노무현'의 깃발을 앞세워 난국을 헤쳐나가겠다는 '도원결의'였다.

이질적인 두 모임이 재보선을 며칠 남기지 않은 숨가쁜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보선 이후 민주당이 변화의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정개특위에서는 노 후보의 부정적인 견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헌을 대선공약화 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친노-반노(비노) 간의 갈등 폭을 넓히고 있다.

포스트 민주당, '노-한체제' 유지될까

지난 4월말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한화갑 대표와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4월말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한화갑 대표와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 대표 간의 시각 차도 '민주당 이후'의 그림을 그리는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노 후보나 한 대표 모두 신당 창당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새로운 당의 모습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라 보인다.

노 후보쪽은 외연확대라는 형식보다는 개혁결집이라는 내용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으며, 국민경선으로 뽑힌 후보인만큼 이회창 후보에 맞설 수 있는 '유일 대안론'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노 후보가 지난 28일 '신당 창당'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밝히면서도 "다만 변화의 내용과 국민의 지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한 것이나, "8월말 이후에는 (내가) 책임지고 확실히 밀고 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개혁신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반면 한 대표쪽은 외연확대를 통한 재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창(反昌)연합'이라면 무엇이든 수용하자는 입장에 가깝다. 실제 한 대표는 최근 이인제 의원과 비공개로 만나 '노무현 후보-이인제 대표' 체제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인제 의원 등 비주류쪽에서는 '노 후보 사퇴 후 신당 창당'을 고집해 최종 조율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노와 반노·비노의 대립각이 날카로워지면 질수록 한 대표의 입지는 좁아지고,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한 대표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신당 창당'을 둘러싼 민주당의 진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8·8 재보선 이후에는 내부적으로 한 대표를 압박하는 또다른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물구나무 서서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후농(김상현 전 의원)이 그렇다. 3김급 정치 고단수이자 정치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마당발인 후농이 원내로 들어와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를 가속화한다면 한 대표로서도 덩달아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반노·비노 그룹의 '이회창 대항마'로 꼽히는 정몽준 의원이나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 이인제 의원 등은 재보선 이후 펼쳐질 '민주당 이후'의 그림에 주목하면서도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 그들은 흥행이 보장되는 시나리오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등장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들이 재보선 전 언론 인터뷰를 가급적 삼가면서 눈과 입을 그 이후로 맞춰놓은 것도 주연배우로서의 '오프닝 멘트'를 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계산 때문이다.

이번 8·8 재보선이 12월 대선의 출발점으로 인식되는 것은, 그 결과에 관계없이 '집권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맞서 싸울 도전자들의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터닝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누가 중원을 차지할 것인지는 그 이후의 문제다.

'조선일보 프레임'에 갇힌 노무현…고부갈등 사이에 낀 한화갑
정치평론가들이 본 노무현과 한화갑의 딜레마

▶ 유시민의 '조선일보 프레임론'

"노무현의 입장에서는 민주당만으로 이길 수 없고, 민주당 없이도 이길 수 없다는 게 딜레마다." 시사평론가 유시민씨의 말이다.

그는 노무현 후보가 당 안팎을 장악하지 못한 채 이같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없던 이유를 '조선일보 프레임'으로 설명한다. <조선일보>가 애초부터 노무현을 '친(親)DJ'와 '반(反)DJ'의 틀 안에 가둬놓고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는 것.

노무현이 민주당을 지지하면 'DJ의 양자'로, 민주당을 비판하면 '말 바꾸기'로, 침묵하면 '말 못하는 쪼다'로 규정하고 몰아붙인 <조선일보> 프레임에 우리 사회가 갇혀 버렸다는 게 유씨의 분석이다. 그는 "그런 더러운 게임의 법칙을 대다수 언론들과 지식인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 이재경의 '고부갈등론'

광범위한 '반창(反昌)연합'이냐, 노무현의 '유일대안론'이냐. 정치평론가 이재경씨는 포스트 민주당에 대한 대척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화갑 대표의 거취다. 친노(친노)와 반노·비노를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 갈등에 비유한다면 한 대표는 그 둘 사이에 낀, 갈등하는 아들 입장이다. 어머니 편을 들자니 아내가 울고, 아내 편을 들자니 어머니가 섭섭해 하는 형국이다. 고부 갈등이 심해지면 질수록 한 대표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다."

이씨는 후농(김상현 전 의원)의 원내 입성이 현실화된다면, 후농 변수까지 작용해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더욱이 친노(親盧)와 반노(反盧)·비노(非盧) 그룹이 모두 폭발력 있는 뇌관을 많이 만들어놓은 상태여서 '지뢰 제거'가 쉽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 이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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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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