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아니면 훼손 무방' 인식 여전
중국 만리장성에 가보면 '장성에 올라가지 않으면 사내대장부가 아니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이런 말이 곧 무의미해져 버릴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시 문화제청에서 장성을 포함한 11곳의 문화유적지에 대한 전문적인 안전점검 실시결과, 대다수의 문화유적지가 심각하게 파손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와 중국장성학자, 중국장성학회 인사들도 서둘러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중국장성학회 동야오후이(董耀會) 비서실장은 "생태환경의 악화에 대한 문제의 심각함이 도태돼 나오면서 그동안 많은 문화유산들이 훼손됐고, 특히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국보 1호인 만리장성이 사라질 위기까지 처했다"라고 전제하고 "현재 장성의 상태를 보면 1/3 정도는 양호한 편이나, 나머지 1/3은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모조리 파손됐거나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이징 근처에 있는 빠다링(八達嶺)장성이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네이멍구(內蒙古)를 거쳐 샨시(山西)성, 위쪽으로는 진황도까지 장성이 뻗어 있다.
동야오후이 비서실장은 "아직까지도 곳곳에서는 장성을 파손되고 있고, 주민들이 아무생각 없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샨시성 인근 마을에서는 벽돌공장과 기와공장을 합병하기 위해서 공장 중간에 가로질러 있던 60m나 되는 장성을 그냥 없애버린 일이 있었다.
나중에 문화재보호 관리국에서 적발, 문화유산 훼손 명목으로 벌금을 물렸는데, 벌금은 고작 200위안(한화 32,000원)이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장성이 불과 200위안 가치로 추락한 사례였다.
또 네이멍구 빠오토우(包頭)에서는 고소도로를 넓히는 과정에서 길을 막고 있는 장성 때문에 도로를 포장할 수 없게 되자, 장성을 완전히 없애 버린 일도 있었다.
이 역시 벌금 8만위안(한화 1,280만원)으로 마무리됐다. 이 같은 사례는 모든 사람들이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있는 줄 알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관광지로 지정되지 않은 이상 훼손해도 된다는 인식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동야오후이 비서실장은 "실제적으로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눈을 감아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라며 "하루빨리 문화유산 보호법에 관한 법을 제정해서 장성을 더 이상 훼손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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