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만 인간과 가까워졌을까?

<개와 인간의 문화사>

등록 2002.07.30 19:08수정 2002.07.30 19:13
0
[bookoo]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난을 겪는 이는 누가 뭐래도 견공(犬公)들이다. 초복, 중복은 지났지만 말복이 남아있기에 용케도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개고기 문화를 둘러싸고 말도 많다. 개고기 문화 비판에는 원숭이 골을 파먹는 서양 사람들이 더 열을 올린다. 자신들의 원시성은 고급한 식도락이고 한국인의 보양식은 미개한 민족의 야만적 식성으로 매도한다.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본론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왕 내친 김에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아니라도 그 누가 뭐라 하든 개의치 않고 개고기가 사람에게 좋은 이유를 말해야겠다. 내가 식품영양학자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여 나에게 과학적 근거 따위를 대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들어 보라.

예로부터 개는 사람과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살아왔기에 개의 육질이 사람의 것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이유지만 여하튼 이같은 논쟁이 일어나는 것은 개가 여느 동물과 달리 사람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이 책 <개와 인간의 문화사>(헬무트 브라케르트, 코란 판 클레펜스 지음·최상안, 김정희 옮김·백의 펴냄)가 바로 인간과 개와의 관계사를 추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개와 인간이 관계를 맺어온 역사를 선사 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재까지 추적하면서 시대별로 개와 관련된 그림, 사진, 시, 소설 등 풍부한 텍스트를 동원해 설명한다.

"개가 지니고 있는 철저한 경계심, 주인에 대한 지극한 충성심, 적에 대한 불같은 증오심, 믿을 수 없을 만큼 예민한 후각, 사냥하는 순간의 놀라운 민첩성 등은 개가 우리 인간의 편리를 위해 태어난 존재임을 너무도 명백하게 보여준다."


키케로의 이같은 진술이 아니더라도 개는 '인간이 정복한 매우 소중한 동물'로서, 인간에 의해 길들여져서 '가장 일찍 인간과 친숙해진 동물'이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거꾸로 자신의 지배자인 인간에게 은밀하게 영향을 준 동물이라는 것.

그러면 인간과 개가 처음 만난 때는 언제일까. 아직 정확한 증거를 찾지 못해 확실한 사실은 모르지만 간접 증거를 통해 알아보면 대략 개는 다른 가축과 달리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과 더불어 살았다.

정착생활 이전부터 인간과 깊은 관계

인간들이 유목민으로 이곳저곳 떠돌아다닐 때 늑대와 비슷한 짐승들이 인간을 따라다녔고, 이 짐승들은 포획된 동물들의 찌꺼기를 받아먹기 위해 사냥하는 인간들을 따라다녔다.

이후 개는 인간의 역사에서 시대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때로는 사냥의 조수로, 양떼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귀족의 자기 과시를 위한 신분적 부속물로, 어린이를 지켜주는 보호자로, 혹은 고독한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로까지….

그럼으로써 개는 당연히 다른 동물들보다 늘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고, 훗날 데카르트에 의해 인간과 동물이 첨예한 대립 관계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도 여전히 예전의 지위를 유지한다.

"짐승은 이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며, 신체 기관이라는 장치에 의해 작동하는 자연에 불과하다. 이는 마치 톱니와 바늘로 구성된 시계와 마찬가지라서 우리의 모든 지혜를 동원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시간을 재고 시각을 측정할 수 있다."(데카르트)

야생의 늑대에서 벗어나 일찍이 '인간화'된 개는 어찌 보면 자의적으로 인간에게 의지하여 인간에 의의 여타 동물들과는 다른 존재로 탈바꿈함으로써 야생의 자연계와 문명 세계의 중간적 위치를 차지한 셈이다.

이제 개는 산업과 경제 분야에서 유용한 동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인간의 파트너로서 사랑받는 애완동물 역할을 한다.

특히 인간이 점점 고립되고 외로운 처지에 빠져들면서 개는 애완동물 이상의 자녀의 대용물로 격상되고 있고, 그 붙임성 덕분에 인간의 일상 생활에 활기를 넣어주는 동반자가 됐다.

덧붙이는 글 | 헬무트 브라케르트 등 / 백의 / 368쪽 / 15,000

덧붙이는 글 헬무트 브라케르트 등 / 백의 / 368쪽 / 15,000

시와 그림을 통해서 본 개와 인간의 문화사

헬무트 브라케르트 외 지음, 최상안 외 옮김,
백의, 2002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