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의 결정에 희망을 얻었다"

등록 2002.07.31 13:48수정 2002.07.3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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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양심과 윤리의식이 남아있다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조용히 물러나라"

제주여민회와 우 지사 성추행의혹사건 피해자인 고모씨는 31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부의 시정권고조치는 여성인권과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한 역사적인 결정으로 환영 한다"며 "여성부 조치로 우 지사의 성추행 사실이 공식 인정됐고 우 지사의 거짓으로 점철된 행태도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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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제주여민회는 "우 지사 성추행 사건에 대해 여성부의 시정권고조치가 민선자치단체장에게는 최초로 남녀차별 행위인 성희롱과 손해배상이 이뤄진 것"이라며 "지금까지 사례중 가장 배상금액이 높아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큰 조치"로 받아들였다.

또 "지방선거에 여성인권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고 TV토론회에서도 절대 그런 일 없다고 도민을 기만했던 점에 비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주여민회는 1일부터 한 달 동안 도청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7일 성폭력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제주도청 인간띠잇기 등과 민형사상 절차를 밟아 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당초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던 제주도청 로비는 도청 직원들과 사복경찰들이 포진해 진입을 막아서 몸싸움 등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제주여민회와 피해자 고모여인은 도청 현관 바로 앞에서 진을 치고 한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아예 도청을 빠져나와 도청앞 길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도청 모 과장은 "기자들이 밖에서 취재하니까 이러는거 아니냐"며 "기자들이 협조해줘야 한다"고 기자들을 기자실로 보내려 하는 등 '월권'을 행사하려다 일부 기자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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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또 이번 여성부 결정과 관련 한나라당은 채성령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 지사의 사퇴를 요구한 가운데 중앙당차원에서 현재 제주의회 의원 19명 가운데 의장 포함 12명이 한나라당 출신인 점을 감안 조만간 여성단체들의 의견을 검토해 우근민 지사 퇴진 운동 쪽으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다음은 피해자인 고 여인 기자회견


여민회와 더불어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피해자 고 여인은 "여성부의 결정을 접한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고 밝혔다. 피해자에서 졸지에 가해자로 몰리고 자신과 어린 두 딸에게 쏟아졌던 따가운 시선들에서 비로소 숨통을 틔였다는 안도에서다.

기자회견을 통해 고씨는 "저를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의 외면 속에서 권력자와 싸운다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고씨는 "검찰이 자신을 가해자로 몰아세우고 중학생인 딸을 강제소환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고심을 많이 했지만 우 지사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려들지도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아 제주여민회와 여기까지 왔다"면서 여성부의 시정권고조치로 최소한의 명예가 회복됐다고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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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고씨는 여성부가 우 지사의 성희롱 사실인정과 도의 재발방지대책 수립권고와 관련 "여성부의 시정권고조치를 이행하라"고 밝혔다.

"중학교 3학년인 딸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학교에 안가겠다고 했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는 고씨는 땅에 떨어진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민형사상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여성부 결정에 대한 우 지사의 대응에 따라 변호사와 상의해 다양한 법적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도지사가 공개사과하면 수용하겠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우 지사가 되려 명예훼손으로 자신 등을 고소하는 등 몰양심적인 행동을 보여온데 비춰 사실상 물 건너간 얘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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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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