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언론의 편파보도가 더 큰 문제
강한 선입견과 가설이 사실을 매도했다"

한 역사교과서 검정위원의 '이유있는 항변'

등록 2002.08.03 16:52수정 2002.08.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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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역사교과서 검정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한 검정위원이 최근 언론과 정치권의 `역사 교과서 편파적 내용`에 관한 문제제기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한 분노감을 표출했다.

충북교육청 김병규 장학사는 "우리 역사가가 조심하는 것은 문장을 끊어서 필요한 부분만 읽는 것"이라며 "최근 언론의 보도태도는 검정작업의 전 과정과 역사교과서 실제 기술내용에 대한 충분한 접근이 없이 사실을 매도하는 위험스런 첩경을 가고 있다"며 언론들의 졸속, 편파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a 7월31일, 8월1일자(오른쪽 상자기사) 동아일보 1면.

7월31일, 8월1일자(오른쪽 상자기사) 동아일보 1면.

김병규 장학사는 8월 3일 평화방송 시사프로 <열린 세상 오늘>에 출연해 이 같이 말하고, "이번 검정작업에 참여했던 분들은 모두 대단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설령 교육부가 검정위원 선정에 개입했는지 몰라도 우리 전문적 지식에 손상을 줄 외압은 전혀 없었다. 검정작업은 휴대폰까지 반납당한 채 외부와 완전 통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오히려 정치권과 언론의 지나친 추측과 가설의 억지, 꿰어맞추는 형국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이번 9종의 역사교과서 근현대사 부문 전 검정작업에 참여했던 김병규 장학사는, "이번 검정작업 과정중에 특별히 개선점은 느낄 수 없었으며, 교육부 관계자도 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 워낙 행사진행이 완벽해 감탄했다. 작업에 참여한 누구도 시간이 헛되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며 언론의 지나친 왜곡보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김병규 장학사는 논란이 되고 있는 `전, 현 정부 비교 기술내용`과 관련해서도, "우리 검정위원들은 김영삼 정부시절의 `과`는 물론 `공`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실만 들어가도록 했다. 현 정부 관련해서도 그 기술시점이 지난해 7월이었다. 당시 방금 남북대화가 성사된 시점이었다. 어느 언론에도 현 정부 관련해 비판적인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우리 검정위원들은 현 정권을 지나치게 찬양하는 내용이나 너무 많은 대통령 사진을 시정조치 요구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소개했다.

김 장학사는 역사교과서 기술대상에 당대 정부내용을 빼자는 논의와 관련해, "교과서 기술 대상설정은 교육부 소관이지만, 예년 교과서들 그러니까 4차, 5차, 6차 교과서 모두 당대 정부의 사례를 언급했다. 우리는 이것을 통념으로 받아들였다. 일부 언론에서 특정 정부만을 문제삼는 것이야말로 편파적인 태도다. 그러나 차제에 당대 정부 관련내용을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장학사는 그러나 "이번 사태는 교과서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세력간 다툼의 또 다른 양상이다. 언론 방송에서 사실의 진의여부를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해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사의 대상은 지나간 모든 것이며, 굳이 전 정부와 현 정부 기술내용만을 왜곡 비교 보도해서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행위나, 역사학자나 역사 교사의 학문적 행동을 정치적 성향의 잣대로 평가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대단히 위험스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충북교육청 김병규 장학사와 <평화방송>과의 일문일답.

- 검정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은?
"작년 근 현대사 부문 검정교과서 9종에 참여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 언론에서 연일 제기하는 편파기술 보도와 관련해 어떤 입장인가?
"우리 역사가가 조심하는 것은 문장을 끊어서 필요한 부분만 읽는 것이다. 최근 언론의 보도 태도는 검정작업의 전 과정과 역사교과서 실제 기술 내용에 대한 충분한 접근이 없이 사실을 매도하는 위험스런 첩경을 가고 있다. 교과서가 전 정부와 현 정부를 대비했다거나 현 정부를 찬양했다는 보도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내용분량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이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 교육위원 선정과정이 문제시되고 있는데?
"교육부의 검정위원 선정과정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 시도교육청의 2배수 추천자중 교육부가 선정한다. 이번 선정돼 검정작업에 참여했던 분들은 대단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설령 교육부가 선정과정에 개입했는지 몰라도 우리 전문적 지식에 손상을 줄 외압은 전혀 없었다. 일체의 개인행동은 용납되지 않았고 단체행동만이 가능했다."

- 검정작업 과정중에 교육부의 은밀한 압력같은 것이 없었나?
"일부 방송과 언론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우리 검정위원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일체의 은밀한 압력도 없었다. 설사 있었다 해도 우리 10명의 검정위원들의 자존심 있는 전문가들이 수용할 리 만무하다. 검정 작업은 휴대폰까지 반납 당한 채 외부와 완전 통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 이번 검정과정중에 특별히 개선점을 느낀 것은 없나?
"이번 검정작업 과정중에 특별히 개선점은 느낄 수 없었으며, 교육부 관계자도 자리 같이 하지 않았다. 워낙 행사진행이 완벽해 감탄했다. 작업에 참여한 누구도 시간이 헛되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이번 검정작업에 참여한 분들은 차세대 역사교과서 검정에 사명감과 긍지를 갖고 있었다. 오히려 정치권과 언론의 지나친 추측과 가설의 억지, 꿰어 맞추는 형국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검정 자율성 제한은 안돼"
근현대사교과서 검정위원 일괄사퇴

한국근현대사교과서 검정위원 10명이 명단이 공개된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3일 검정위원직을 일괄 사퇴했다.

한양대 이완재 교수 등 검정위원 10명은 3일 오후 `한국근현대사 검정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 "검정위원 명단이 공개됨으로써 공정한 검정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판단해 검정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검정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명단공개를 요구해 검정제도의 근간인 `비공개 원칙'을 무너뜨려 매우 유감"이라며 "이번 일로 인해 검인정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거나 검인정교과서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화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검정위원들은 "검정과정에서 수시로 회의를 거쳐 의견을 조정했으나 현 정부 서술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며 "국정 국사교과서는 관행적으로 당대 정권까지 서술해왔고 이번 검정과정에서도 교육부가 배포한 교육과정과 준거안에 서술 하한선이 명시돼 있지않아 위원들이 특별히 이를 문제로 의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역사교육에서 당대사에 대한 교육을 제외해야한다는 주장은 아직까지 학계에서 제기된 바 없었다"며 "서술 하한선에 대해서는 앞으로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정위원들은 현행 검정제도가 "교육과정과 준거안 등이 너무 구체적으로 돼 있어 검인정 제도의 장점인 집필과 검정의 자율성을 제약하며 1.2차 검정기간과 3차 마무리검정까지의 기간이 총 엿새 남짓해 현정권에 대한 서술부분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며 검정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사퇴한 검정위원은 ▲이완재(한양대 교수) ▲박찬승(충남대교수) ▲허동현(경희대교수) ▲김성보(충북대교수) ▲박진동(청담고교사) ▲김영훈(경기고교사) ▲김병규(충북교육청장학관) ▲정행렬(상계고교사) ▲장득진(국사편찬위원회 연구관) ▲이상일(국사편찬위원회 연구사) 등이다. / 연합뉴스
- 교과서 기술 내용에 구체적인 편파시비가 일고 있는데?
"김영삼 정부 시절과 현 정권 일에 대해서 우리는 `과`는 물론 `공`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실만 들어가도록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의 잘한 부분, 못한 부분 중 못한 일만 주로 강조하고 현 정권은 모두 잘 한 것처럼 기술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 검정위원들이 잘못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번에 통과된 4종을 보면 현 정권에 지나치게 찬양하는 글이 나오는 것을 삭제했고 대통령 사진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을 시정조치하도록 요구했다."

- 현 정부 관련해서는 좋은 면만 기술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 정부 기술 시점이 문제다. 그 기술시점이 지난 해 7월이었다, 당시 방금 남북대화가 성사된 시점이었다. 어느 언론에도 현 정부 관련해 비판적인 내용은 없었다. 예년 교과서들 역시 노태우 정부시절,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 모두 다 당대 정부 관련 내용이 역사 교과서에 포함됐었다."

- 앞으로 당대 정부 관련 기술을 역사교과서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역사가들은 역사 대상 시점을 10여년 전으로 설정하고 학문을 연구한다. 그러나 일선 학교 교단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하는 문제까지 우리가 정할 수는 없다. 역사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 성향, 서술에 대한 외압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난 4차, 5차, 6차 교과서 모두 당대 정부의 사례를 언급했다. 우리는 이것을 통념으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오히려 일부 언론에서 특정 정부만을 문제시하는 것이야말로 편파적인 태도다. 그러나 차제에 발전적 방향에서 당대 정부 관련내용을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역사교과서 사태와 관련해 할 말은?
"이번 사태는 교과서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세력간 다툼의 또 다른 양상이다. 언론 방송에서 사실의 진의여부를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해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사의 대상은 지나간 모든 것이며, 굳이 전 정부와 현 정부 기술내용만을 왜곡 비교 보도해서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행위나, 역사학자나 역사 교사의 학문적 행동을 정치적 성향의 잣대로 평가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대단히 위험스런 것이다. 역사학자나 역사교사를 정치적 성향으로 평가하면 아무도 중용을 가지고 행동할 사람은 없다. 강한 가설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사실을 매도할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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