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일한만큼만 받으시지요"

뻔뻔한 '무노동 유임금'...월 지급 대신 '일할 방식'으로

등록 2002.08.05 07:00수정 2002.08.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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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대한민국 국회의원. 이들은 자신의 양심을 바탕으로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곧 4500만 국민들을 대신해 정치적 행위를 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할 일이 참 많다. 당선이 되는 순간부터 부여되는 황홀한 지위와 위상만큼 책임도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 의원이 해야 할 일

우선 이들은 국회법에 명시된 △ 청렴·국익우선의 의무 △ 지위남용의 금지 △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겸직금지 등을 지켜야 한다. 그런가하면 의원들은 국회본회의와 위원회에 출석해야 하고, 회의에 참석해서는 의사에 관한 법령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또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국회의 위신을 손상시킬 수 없으며, 다른 의원을 모독하거나 언론을 방해할 수 없고 의원의 질서유지에 관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이런 '미시적 임무'말고도 의원들은 '거시적 의무' 차원에서 "국민 전체의 대표이자 회의체 구성원으로서 국회의 의사형성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야 할 책무"를 지닌다.

의원들에게 부여된 특권도 다름아닌 이것을 충분히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거시적 의무'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발언·표결의 자유와 불체포특권, 그리고 면책특권과 같은 '특혜'를 내주는 것이다.

책임에 따른 보상


해야될 일이 많은만큼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도 따른다. 의원들은 상당한 액수의 세비와 그밖에 편익을 받을 권리도 인정받고 있다. 모두 의원들의 활동에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태주기 위해서다.

우선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받는다. 세비는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급하는 보수"를 일컫는다. 의원들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서 세비를 지급받는다. 이런 세비에는 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여비 등으로 구분된다.


액수 면에서는 수당(차관급 봉급에 해당)이 제일 많은데 매월 20일에 지급된다. 단, 국회의원이 겸직을 하게 될 때에는 그 가운데 액수가 많은 쪽을 택해 지급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수당 외에 △입법활동비(차관급 기관운영비, 즉 판공비 및 정보비 상당액)를 매월 지급받으며 △특별활동비(입법활동비의 100분의 30 상당액의 30분의 1에 해당하는 액에 회기일수를 곱한 금액)는 회기 중에 지급받는다.

이밖에도 의원들은 정부 공무원에 준하는 여비를 지급받으며 △ 거마비(월액 산출) △ 직무수당(일액 산출) △ 체류비(월액 산출) △ 통신수당(월액 산출)도 지급받는다. 해서 현재 의원들은 이것 저것 다 합해 한 달에 9백만원 정도를 받는다.

일한만큼 받는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은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세비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일한만큼 받는다면 두말할 소리가 없겠지만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의원은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중 가장 많은 것이 '국회의원은 왜 일도 안하고 월급만 받아 먹나?'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국회가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아 텅빈 의석을 비추며, 일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라고 비판할 때는 사실 할 말이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이런 소리 듣기 싫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리를 지키려고 기를 쓰고 앉아 있는다. 자리를 지키고 앉았다가 자칫 졸고 있는 장면이 TV에 잡히기라도 하면 또 욕을 더 얻어 먹겠지만 말이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 일 안한다고 비판하는 이유는 회의시간에 자리를 안 지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국회가 문도 열지 않으면서 월급은 365일 꼬박꼬박 타가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원 스스로 뻔뻔한 '무노동 유임금' 상황에 문제가 있음을 내 비친 것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의원들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 선거가 끼였기 때문인지 의원들은 할 일은 제쳐두고 정작 선거에만 관심이 한창이다.

국회에 가면 서로 온갖 음모론을 내뱉으며 '백해무익성' 정쟁을 일삼는다. 때로는 정쟁이 지나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은 '국회파행'이라는 예정된 수순을 밟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상황은 지금도 한창이다.

일한만큼만 받자

올 2월 일본 의원들은 모처럼 국민들에게 반가운 일을 했다. 일본의 자민·공명·보수당 등 집권 연립 3당 의원들이 월 단위로 지급하고 있는 국회의원 세비를 날짜 단위로 지급하는 '일할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이런 연립 3당의 세비법 지급 방식 개혁 방침에 야당들도 찬성했다는 점이다. 해서 이들은 당시 개회 중인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해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4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국회의원들이 할 일을 다하지 않으면 의원 제명까지 하는 나라도 있다. 인도는 '의회의 동의없이 60일 이상 불출석한 의원은 의장에 의해 제명'되고, 호주는 2개월 이상, 스리랑카 3개월 이상, 마케도니아는 6개월 이상 '본회의에 불참한 의원을 제명'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 현실상 의원 제명까지는 힘들다. 어느 의원들이 이런 자해성 '담합'을 주장하겠는가. 그래서 일본의 '일할 방식'이 눈길을 끈다. 가깝고도 먼 일본이지만 분명 의미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방식을 우리나라 국회에도 적용하면 어느 누구도 '일본 국회법 표절'이라고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연중무휴 국회'란 오명을 벗을 수 있다면 충분히 '표절'할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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