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인제 의원.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반노세력 가운데는 다선 중진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무산된 대표자회의의 좌장격으로는 김영배 의원이 알려졌다. 그는 그동안 반노 태도를 보여오기는 했지만, 전면에 나서서 행동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은 "현재 민주당의 대선후보.지도부.당명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모두 기득권을 포기하고 신당을 출범시켜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안동선 의원같은 경우도 그동안 강경한 반노 입장을 보여왔다. 반노 대열에 가세하는 이들 다선 중진 의원들의 공통적 인식은, 노무현 후보 아래에서는 자신들의 입지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그동안 중립적 태도를 보여온 몇몇 중진의원들이 서명에 가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동교동계 구파 출신의 몇몇 의원도 서명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역시 노무현 후보의 '탈DJ'화가 불가피 하다면, 자신들의 입지는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의 결과이다.
이러한 인사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는 반노세력은, 높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다국적연합군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노무현 배제, 신당창당이라는 목표는 공유하고 있지만, 신당추진의 방법과 내용 등에 관해서는 저마다의 생각이 다른 상태이다.
특히 이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얼굴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후보를 밀어내고 민주당을 접수하든, 아니면 신당을 하든간에, 대통령후보로 내세울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노 후보의 경쟁자였던 이인제 의원의 경우 '경선불복'의 문제 때문에 얼굴로 나서는 것이 적절치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대안후보로 거론되어 왔던 정몽준 의원의 경우 이들과의 연대에 아직까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연대의 성사가능성이 그리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최근 들어서는 이한동 전총리를 얼굴로 내세우자는 의견이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이 전총리의 경우 과거 민정당시절부터 요직을 맡아온 '과거색'이 짙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민지지를 얻는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