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이와 미선이가 숨진 그 자리에 누군가 작고 붉은 꽃을 심어 놓았다
노순택
목도자들은 1992년 10월 기지촌에서 벌거벗기고 항문에 우산이 꽂히고, 세탁세제가 허옇게 뿌려진 채 죽은 윤금이를 목도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던 윤금이를 주한미군 케네스 마클이 미워했다.
목도자들은 1997년 4월 이태원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칼에 맞아 난자당한 조중필을 목도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던 조중필을 주한미군의 아들 아서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가 미워했다. 놈들은 재빨리 제 나라로 도망하고, 한국 사법부는 국가배상신청마저 기각함으로써 조중필을 두 번 죽였다.
목도자들은 2000년에서야 반세기 동안이나 폭탄을 맞아 제 몸의 절반을 덜어낸 매향리 농섬의 처참한 죽음을 목도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던 아름다운 섬을 주한미군 제7공군의 A-10폭격기가 미워했다. 멀리 괌과 오키나와의 미공군기마저 섬을 미워했다.
목도자들은 불평등한 소파의 개정을 외치다 경찰에 쫓겨 쓰레기차 위에 올라간 늙은 신부를 목도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노 신부님을 주한미군이 증오했다, 한국경찰이 미워했다.
끝내 목도자들은 2002년 6월 10일 '대-한민국'을 외치는 월드컵 함성 속에서 미군 고압선에 팔다리를 모두 잘린 채 죽어간 건설노동자 전동록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고, 꼭 사흘 뒤 54톤 장갑차에 짓뭉개진 어린 소녀들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