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학벌논쟁 토론방은 '훌리건 천국'

특정대학 흠집내기 '위험수위'...각 대학 '훌리건' 경연장 방불

등록 2002.08.08 18:13수정 2002.08.0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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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한겨레> 학벌철폐 토론방은 학벌의 폐해를 논하는 곳입니다. 학교 순위를 따지거나 자랑·비방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당부 드립니다. '학벌사회 폐해'에 대해 논의해 주십시오."

지난달 30일 <인터넷한겨레> 뉴스부가 게시판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만든 '학벌논쟁 토론방'에 올린 네티즌들에 대한 당부 글이다.

바로 다음날인 31일 <인터넷한겨레>에는 뉴스부 김은국 기자가 쓴<'성대 훌리건'들이여! 진흙탕 싸움은 그만!>이란 선정적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이후 김 기자의 기사가 특정 대학을 거론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몇몇 충고의 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학벌논쟁 토론방은 점점 각 대학 '훌리건들'의 경연장으로 바뀌었다.

 <한겨레> 학벌논쟁 토론방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겨레> 학벌논쟁 토론방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곳에선 특정 대학을 지칭하여 "싸그리 박멸하자"며 악담을 하는가 하면 "자료 조작하는 열등감 덩어리들은 빌어먹고 살아라"라고 저주를 퍼붓는 것은 예사다. 이들 훌리건 세계에선 고려대를 '극렬 훌리건의 메카'로, 서강대를 '소수정예 훌리건 부대'로, 서울대를 '훌리건계의 지존'으로, 성균관대를 '훌리건의 전차부대'로, 연세대를 '훌리건계의 뺀질이'로, 한양대를 '훌리건사관학교'라 부른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오는 <한겨레> 학벌논쟁 토론방에서 훌리건들은 언론사의 대학평가자료나 사법고시 등 각종 고시자료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하여 상대를 '겁탈한다'. 또 입시기관의 배치표를 퍼다 나르며 제 입맛대로 수정하여 도배하기도 하고 특정 대학을 사칭하여 대학 순위와 학과 순위를 매기며 서열을 다투기도 한다.

이같이 서열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훌리건의 하루 일상을 분석한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자신의 글을 무단 복제하여 전재(轉載)하는 사람에겐 저작권 침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호통이다. 훌리건의 생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한겨레> 학벌논쟁 토론방은 한마디로 훌리건들의 천국이다.

<한겨레>의 학벌논쟁 토론방 운영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겨레>를 사랑한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학력, 학벌, 카스트 타파라는 토론방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이곳 토론방은 자기 학교에 대한 자랑, 타 학교에 대한 비방,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만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방의 이름만 바꾸어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겨레>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토론게시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부작용만 심한 이런 토론방을 왜 운영해야 하느냐"고 따져 물으며 "인신 공격성 저질 논쟁을 벌이는 학벌논쟁 토론방은 폐지하든지 최소한 게시판 실명제라도 도입하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학벌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maverick'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학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sorting out(filtering; 걸러내기)이다. 학벌은 걸러내기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 효율적인 기준이며, 거의 오차가 없을 정도"라고 주장하면서 "이것은 동시에 학벌이 낮은 사람들에게 서열을 알려줌으로써 자신의 기대 수준을 그에 맞추게 하고, 결과적으로 노동 인력의 양성과 배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한다"며 학벌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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