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자택에서 부인과 함께 기자와 만난 금효길 옥천군의원이 '조선일보 바로보기 운동'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옥천군의원(선거구 옥천읍)에 당선된 금효길(62)씨도 이미 독립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던 인물이다.
옥천읍에 있는 자택에서 부인과 함께 정원을 가꾸던 옷차림 그대로 기자를 맞은 금씨는 지방정부 정통 관료 출신이다. 옥천군청에서 새마을과장, 초대 의회 사무과장, 옥천읍장, 기획감사실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한 뒤 정년 퇴임했다. 그는 퇴임한 뒤 민족중흥회 옥천지회장으로 2년째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무화과나무, 석류나무 등 수목이 우거진 정원에서 그와 나눈 대화이다.
- 독립군에 가입하면서 조선일보를 끊었다고 들었는데, 절독을 한 것은 언제인가.
"조선일보를 10년 동안 구독했는데, 독립군이 출범한 직후인 2000년 9월에 끊었다."
-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조선일보의 친일행각을 정확히 알고나서부터였다. 2년 전엔가 옥천읍에 있는 죽향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황국신민서사탑'이 발굴되면서 관내에 친일잔재 청산 여론이 크게 일었던 적이 있었다. 나도 그날 발굴 현장에 있었는데 친일잔재가 얼마나 끈질긴 것인지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던 차에 '조선바보 옥천모임'이 출범했다. 독립군들의 권유를 받고 (조선일보를) 끊었다."
- 민족중흥회를 이끌고 있다고 들었는데, 회원 중에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
"매월 한 번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는데, 조선일보 구독자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옥천에선 조선일보가 반민족신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부러 구독하려는 사람이 없다. 워낙 지역이 좁기 때문에 (조선일보를 보는지 안 보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금효길 의원과의 대화에서 '조선일보 바로보기 운동'이 얼마나 깊게 옥천 주민들에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더욱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다. 해병대전우회 회장까지 독립군에 가입했다는 것이 아닌가. 곧바로 그를 찾아 나섰다.
지난 8월 9일 오후 4시경 옥천군 안내면 장계리.
대청호 상류인 이곳에는 장계교라는 큰 다리가 있다. 이곳에서 옥천해병대전우회 인명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보슬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는 가운데 장계교 밑에는 약 20여명의 사람들이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사람들은 대청호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호수 위에서 두 척의 구명보트가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모습이 보였다. 독립군에 가입했다는 해병대전우회 권영건(45) 회장부터 찾았다. 잠시 후 해병대 군복 바지에 붉은 티셔츠를 입은 권씨가 기자 앞에 나타났다. 그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해병대전우회 회원들과 유가족들이라고 했다.
- 현재 무슨 작업을 하고 있나.
"어제 오후 한 30대 여성이 장계교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는 제보를 받고 우리 인명구조대가 출동했다. 현재 119 구조대와 함께 시신을 찾고 있는 중인데, 워낙 비가 많이 내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소 같으면 하루만 지나면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른다. 그러나 수온이 너무 낮은 데다 수심도 깊어 시신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구조대원들이 애를 먹고 있다."
- 이런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가.
"재난 사건이 1년에 한 30건 가까이 된다. 우리는 주로 화재, 수해, 산사태를 당한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그런데 여름 휴가철에 주로 행락객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사흘 전에도 새벽 5시30분에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가 물에 빠진 행랑객의 시신을 건져주었다."
- 해병대전우회에서 이런 일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119 구조대나 해병대전우회가 아닌 일반인들의 경우엔 시신을 찾아주는 대가로 유가족에게 수백만원의 돈을 요구한다. 질이 나쁜 사람들은 돈을 더 받아내려고 시신을 찾고도 숨겨놓은 채 흥정을 벌이며 유가족의 애를 먹이는 경우도 있다. 우리 고향에 와서 그런 나쁜 경험을 하고 가게 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1995년부터 무료구조작업을 시작했다."
-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이 일을 한단 말인가.
"그렇다. 군대에서 배운 기술을 썩히기보다 고향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구조대원이 18명인데 모두 생업을 가지고 있다. 사고가 나면 가게 문을 닫고 작업을 하다 보니 생업에 지장을 받는 것이 회장으로서 가장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