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공희준의 <노무현을 부탁해>

등록 2002.09.03 19:22수정 2002.09.0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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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섭

공희준에 대한 선입견과 단상

모를 일이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정작 이 책의 주인공인 노무현보다도 저자인 공희준에 대해 더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이 책을 손에 쥔 건 아마도 지난 광복절 직후의 일이다.
처음에 이 책이 출간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간에 나왔던 노무현에 관한 책들과 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도 일견 작용했을 터이다.

이 책의 저자 공희준에 대해 평소 내가 인식하기로는 재기발랄하고, 시의 적절하게 꽤 글을 잘 쓰는 '글쟁이'축에 속한다는 정도에 불과했음도 솔직히 고백하겠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공희준은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브랜드네이밍이라는 독특한 분야에서 이미 '한 가락 하고있는' 누구처럼, 마치 또 한 명의 '어슬렁거리는 천재과 글쟁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진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그는 '주류영화평론가를 지향하는 비주류 문화평론가' 공희준. 어쩌면 우리는 어느새 주류(主流)라고 불리우는 메인 스트림(Main-Stream)에 너무나 익숙해있는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부탁해>와 <노무현을 부탁해> 그리고, 노무현


a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한 장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한 장면 ⓒ .

<고양이를 부탁해> 영화의 주인공들과 <노무현을 부탁해> 책에서 보여지는 노무현 사이에는 적어도 두어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책이 나오기 1년 전 당시에 제작 및 개봉한 영화의 관계자들은 노무현을 전혀 염두에 두지는 않았을 테지만.


첫째, 영화의 주인공들과 노무현은 모두 '상고출신'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인천여상'를 졸업한 동창생들이며, 노무현은 부산상고 출신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들과 갈등들을 담은 영화와 '상고출신' 노무현 사이에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영화의 배경이 된 인천과 노무현의 고향은 부산은 모두 '항구도시'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공희준이 숨겨놓은 '비밀암호'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가 이 책을 낸 의도를 말이다.

작년 가을에 개봉된 이 영화는 이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 개 부문에서 입상을 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뒤에 개봉한 '조폭영화들'에 비해 흥행에 실패한 채 개봉된 지 일주일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조영남의 노력과 인천지역의 각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고양이를 부탁해 살리기 시민모임'이 결성되면서 다시 기사회생하게 된다.

바로 그 점이다.
지난 봄 민주당 경선 시즌에 일어났던 '노무현 바람'(盧風)이 역풍(逆風)을 만나면서 지금은 그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즉, 영화로 치자면 '간판을 내리게 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이 책이 출간될 즈음인 8월 13일에 여의도 한 곳에서 유시민이 주도하여 2700여 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하여 '국민후보 지키기 제 1차 시민선언'이 있었다.

이에 노무현 지지자들과 정치개혁을 바라던 국민들, 평소 유시민에 대해 그의 민주주의적 양심과 양식을 믿던 시민사회의 호응에 힘입어 급기야는 전례 없던 가칭 '개혁적인 국민정당' 창당을 목전에 두고 있다.

노무현은 참 복도 많은 사람이다.
2000년 총선 직후 지역감정에 여지없이 무너져 낙선한 그에게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과 함께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던 '노사모'라는 그의 정치인팬클럽이 생기더니, 역시 유례가 없던 인터넷정당 '개혁적인 국민정당'이라는 자발적인 그의 우군조직들이 생겨나게 하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무현은 무서운 사람이기도 하다.
비록, 비주류라고 해도 공희준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인터넷논객'들끼리 서로 칼을 갈며 싸우면서도,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다수의 논객들이 '지지'하는 이상한 현상들을 발견하곤 한다.

네티즌들의 여론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촌철살인의 필력을 지닌 그들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정치인 노무현'의 '바보스러움 뒤에 숨은 정치적인 영악함'을 알면서도 정치인 노무현이 가진 독특한 매력에는 무기력해질 수 없다는 생각은 다만, 나만의 억측일까.

공희준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한 단상

첫째, 그는 철저한 논리와 사회현상에 대한 문화적 마인드에 기초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자칭, 타칭 '글쟁이'와 '문화평론가'의 반열에 오르려면 필수적인 기본 요소일 것이니, 그는 일단 기본은 되는 셈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차후에 따로 글을 쓰도록 하겠다.

둘째, 타고난 혹은 잘 연마된 '무서운 싸움꾼'이다.
공희준은 작가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싸우는 복서와 검객과 논객은 만화와 신화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허구'임을 알면서도 싸움을 피할 줄 모르는 '싸움꾼'이다.

책 본문에서 그는 <대자보> 편집국장에 의해 '상식적 좌파'라고 일컬어진 진중권에게서 '딱지치기'를 한 끝에 '상식적'이라는 레테르를 기어이 따와서는 '상식적 마초, 孔 Cine!'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고 서슴없이 서술하고 있다. 잠깐 동안에 그 행간에 숨어있는 '피튀기는 쟁탈전'이 떠오르기도 하는 대목이다.

셋째, 그의 글쓰기는 다분히 도발적이다.
"동교동은 민주당서 손떼라"거나 "열심히 해먹은 동교동, 이젠 떠나라!"며 '노풍을 잡아먹은 건 8할이 동교동이라는 것은 웃어넘기지 못할 엄연한 진실이다'라고 일갈(一喝)한다. 다분히, 민주당뿐만 아니라 노무현 캠프에게도 불편함을 줄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a "노무현을 부탁해!"

"노무현을 부탁해!" ⓒ 김태섭

또한 본문에서 실명으로 언급되며 그에게서 공격당한 상당수 유명인사들로 하여금 '명예훼손'내지는 '인격모독죄'로 고소. 고발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글쓰기의 매력은 아마도 그런 점들일 것이다.
어느덧 그가 주로 기거(寄居)하는 인터넷 웹진 <대자보>에는 그의 글에 대한 댓글에 '공사모인'(孔思慕人)이라는 네티즌 팬이 따라다니곤 하는 것을 목격한다.

<전략... //밤의 냉기가 들판에서 바람에 실려오고,/사과나무에선 짙은 꽃잎이 흩날리네.../고백하라-네게 누가 필요한지,/말하려무나, 젊은 아코디언 연주자여,// ...이하생략> <새벽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은 다시 조용해졌다>는 러시아 시인이자 가수 이사꼬프스끼의 詩로 두서 없는 마침표를 찍으며 '孔'의 건필을 빈다.

나는 이 시대의 '사자후(獅子吼)'에 몹시도 목이 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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