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풍류를 아느냐!

갤러리사비나에서 열리는 '이희중 초대전'

등록 2002.09.04 18:38수정 2002.09.1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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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밤에 날지 않는다.
밤에 나는 것은 나비가 아니라 나방이다. 이희중의 그림속에는 나비들이 달 밝은 밤을 타고 날아다닌다. 그 모습이 너무나 우아하고 멋스러워 풍류가 절로 느껴진다.

a 이씨의 작품 '달과 나비' (2001)

이씨의 작품 '달과 나비' (2001) ⓒ 이희중

서울 안국동에 위치한 갤러리 사비나에서는 전통적인 한국의 멋과 낭만을 개성있는 화폭으로 그려낸 작가 이희중의 초대전 <너희가 풍류를 아느냐!>를 10월 6일까지 개최한다.


이희중은 홍대 미대 서양화과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독일작가들도 쉽게 받기 힘든 장인자격증인 '마이스터 쉴러'를 3년만에 취득한 서구조형 작가.

87년 쿤스트아우스스텔릉엔 NRW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은 앤디 워홀, 백남준 등의 스타 작품과 함께 뒤셀도르프의 쿤스트박물관에 영구적으로 소장되어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매우 한국적이다. 불교신앙과 음양오행사상, 그리고 기복신앙을 아우르는 그의 정신세계가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2년만에 열리는 이희중 초대전은 '전통에서', '전통의 재발견', '전통의 현대화'의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전통에서'는 한문자(漢文字)와 그 한문자를 추상화한 부적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서 사용되는 한문자는 임의적인 해체와 변형, 그리고 조합을 반복하면서 조형적으로 완벽히 재구성된다. 우주의 본질을 의미하는 '만다라', 초자연적 종교를 그린 '샤먼', 위대하고 훌륭한 존재를 의미하는 '승천하는 용' 등의 작품은 어둡고 탁한 한가지 느낌을 자아내지만 무수히 많은 동양적 색채가 사용되었다.


따뜻하고 화려한 색감이 눈을 자극하는 '전통의 재발견'은 이상화된 관념적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그림에는 신선과 학, 나비와 꽃, 달과 선비들이 원근감 없이 그려져 있지만 화려한 색채로 인해 각각의 존재가 도드라져 보인다. 나비는 꽃에 앉고, 선비들은 첩첩산중을 오르며 달은 휘엉청 밝다. 그림 속의 바위들은 남근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들은 따뜻하고 흔하지 않은 색감으로 인간의 성적욕망과 이상향을 보여준다. 사계를 연작으로 그린 4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한국적 지형과 자연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는 이 그림들에서 민화와 함께 풍류도의 전통을 도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통의 현대화'에서는 외관상 극도로 양식화된 기호들의 나열과 집적으로 구체화된, 일견 타이포그래피를 연상시키는 푸른 그림과 우주 연작을 선보인다. '파도', '생성', '관조' 등의 푸른 그림들은 작가의 최근작이다.

"한국적 지형을 찾아다니며 선조들과의 교감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회 제목인 '풍류'가 "한국인이라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우리 선조들의 멋스러움"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전시회 문의 : 갤러리사비나 02-736-4371

덧붙이는 글 전시회 문의 : 갤러리사비나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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