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리 양식장이 통째로 도로로 올라와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고 그물속에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들이 썩어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김종호
청정해역으로 손꼽히는 바다에는 스티로폼이 부서져 마치 눈이 내린 들판처럼 하얗게 변해 있다.
3일 여수시 화정면 계도리 월하 마을.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가두리 양식장엔 부러진 목재, 이리저리 찢겨나간 그물, 스티로폼, 그리고 어민들의 한숨만 가득 차 있다. 처참하게 변해버린 어민들의 삶의 현장. 그 속에는 희망이 사라진 좌절의 삶이 배어 있다.
어민들은 태풍으로 양식장이 전부 파손되면서 찢어진 그물 사이로 사라진 물고기를 한 마리라도 찾기 위해 직접 바닷물에 몸을 내던지고 있다.
"하늘을 탓해 무엇하겠소. 있는 힘을 다해 한 마리라도 살려야죠. 양식장은 완전히 전파되고 고기들은 모두 다 찢어진 그물을 통해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수가 없다"며 설명을 하는 이 마을 이장 김수보(56)씨. 그는 "15년 동안 양식사업을 해왔지만 이렇게 완전히 양식장이 전부 파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눈시울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