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공동명의가 평등가족 만든다

서울여성의전화, 평등결혼 사례공모 시상

등록 2002.09.06 17:37수정 2002.09.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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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더 컸지만 관악산 아래 작은 아파트를 전매로 구입했다. 처음 등기를 할 무렵 세무사에게 부부공동명의로 등기를 할 경우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남편에게 부부재산 공동명의를 제안했다.

전업주부는 우리들이 서로 상의하고 선택한 거예요. 경제적인 측면이랑 아이를 기르는 문제를 함께 고려해서, 그러면 아이들이 좀 자랄 때까지 나는 집안 일을 하자하고 지금까지 온건 데 내가 한 가사노동을 인정 안 하면 안되죠. 재산 또한 부부공동생활 중 하나인데 남편이 죽으면 자식과 같은 위치에서 상속을 받는다는 것은 부부가 평등한 것이 아니지요?"...(박미영)


...뭐든지 자기 명의로 해놓아야 안심을 하던 사람이, 딸들이 결혼할 때가 되자 결혼을 하면 집을 공동명의로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번 기회에 나는 "사위들에게 공동명의를 하라고 하려면 딸들의 주위에 있는 남자들부터 생각을 앞서주어야 할텐데 그렇다면 아빠부터 공동명의를 실천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두말없이 우리 집을 나와 남편의 공동명의로 하였다.

그래서일까? 남편은 이전보다 상의해오는 일이 많아졌고, 무의식중에 권리감이 느껴졌다... (조영임)


배수원
조영임씨와 박미영씨는 서울여성의전화가 연중 캠페인으로 실시하고 있는 '결혼에서부터 재산관계까지 남녀평등 OK' 사업 중 일환인 <평등한 결혼 및 부부재산 공동명의 사례공모>에서 '공동명의 실천상'을 받게 된 주인공들이다.

'공동명의 실천상'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부부재산 공동명의를 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남편을 설득하는 과정 속에 서로간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전보다 친밀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자칫 서로 배려하지 못한 채 권태로울 수 있는 결혼 생활에서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사랑을 키울 수 있었고, 서류상의 평등함이 현실에서도 뿌듯함으로 다가와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공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평등 결혼 실천상'을 수상하게 된 고상희·김종진 커플은 10월 결혼을 앞두고 서로 합의하여 부부재산약정서를 작성한 예비부부이다.


고상희씨는 자신의 결혼관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와 나는 4년을 사귀고 결혼을 결정하였다. 서로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결혼하려 하니 조심스러운 게 너무 많았다. (중략)

언젠가 신문과 뉴스에서 본적이 있는 부부재산약정서에 대해 알고 있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결혼을 생각하고 나의 앞날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 제도를 떠올리게 되었다. 국내 이혼율이 20%를 넘는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지만 드라마, 영화뿐만 아니라 실제 주변에서 이혼하는 사례를 접하다 보니 나의 결혼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략)

한국 여성들, 아내들이 부당하게 대우받고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고 의무만 강요당하는 상황이 나에게도 적용되는 현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와 나 각자의 집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기대를 받으면서 자라왔다. 이렇게 동등하게 살아온 우리는 앞으로도 둘이 협력하여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한다."


둘이 협력하여 재산을 마련했다 할지라도 한 사람의 명의로 되어 있으면 그 사람의 것으로만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부부별산제 하에서 결혼 후 불거질 수 있는 부부간의 재산권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번 행사를 주최한 서울여성의전화 박신연숙 사무국장은 "가정과 직장, 그리고 여성관련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과거에 비해 남녀차별적인 관행과 제도들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본회 상담에서는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재산관계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부부재산관계에 관련된 문제는 결혼한 이후에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준비 과정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며 "평등한 부부생활을 위해 부부공동명의가 좋은 방법중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결혼 준비 과정부터 실질적인 부부 평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례 공모에서 수상한 이들은 9월 7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재미와 정보가 쏠쏠, 오! 커플데이∼' 문화행사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서울여성의전화 이화영 간사는 "생을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결혼하는 사람 들 중 평등한 결혼관계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참석해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한다.

이번 문화행사의 1부(오후 4시-6시)에서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재산제도를 비교해서 보여주며, 부부재산공동명의에 대한 모든 실질적인 방법과 부부재산 약정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함께 자산 모으기'라는 코너를 통해 공동명의 적금통장을 개설해주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각 코너를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스티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찍어주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으며, 2부 행사(6시-7시)에서는 사례공모 수상자들의 시상 및 평등부부선언과 함께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과 따따따의 축하공연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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