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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어떡하지? 이거 드라이크리닝 해야 하는 양모이불인데... 엄마가 또 오줌을 싸신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니 모처럼 내 침대에서 함께 주무시던 엄마는 안 계시고 침대 위는 질펀하게 젖어 있었다.
당초 엄마방의 침대는 비닐을 깔아놓아 엄마가 오줌을 지리더라도 매트리스가 젖지 않도록 조치를 해놓았던 터이지만 내 침대에서의 실례는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난 급하게 이불을 걷어 보았다. 이불을 걷고 패드와 매트카바까지 젖히니 다행히 차렵이불이 또 하나 깔려 있어 매트리스까지는 젖지 않은 상태였다.
난 양모이불을 세탁소에 보내고 침대 커버를 세탁기에 부지런히 갖다 넣고는 세탁을 시작했다. 빨아야 할 이불이며 옷가지가 너무 많아 세탁기를 세 번은 돌려야 할 지경이다. 거실 역시 엄마의 옷가지며 이불이 가득히 널려 있어 더 이상 빨래를 널 공간도 없다.
엄마의 침대에서의 실례는 이번 주 거의 매일 계속되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오줌을 줄줄 싸면서라도 화장실을 가시고는 했는데 요 며칠 사이 거실에 그대로 앉아 오줌을 싸는 일도 몇 번 있으시더니만 급기야 침대에 그냥 실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엄마가 쓰러지시기 몇 년 전부터 엄마는 요실금이 있었다. 외출할 때도 여분의 속옷을 가지고 다녀야 할 만큼 중증이었던 엄마의 요실금은 엄마에게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함께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마저 위축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엄마의 핸드백에는 항상 팬티와 휴지가 들어있었고 어떤 때는 팬티와 옷이 모두 젖어 집으로 돌아오신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든 여성들은 대부분이 요실금이 있다는 것으로 치부한 가족들은 그것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엄마가 잘 참고 계시고 스스로 잘 처리하고 계신 것으로 생각하여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았었던 것이다. 더욱이 엄마가 10여년 전 자궁암이 초기 발견되어 방사선 치료를 받았기에 엄마의 요실금은 더욱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2년 반 전 치매와 파킨슨씨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할 당시 무의식 상태에서 보여준 엄마의 행동은 엄마가 요실금으로 당한 고통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던가를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입원 직후 며칠 밤을 잠만 주무시던 엄마는 깨어나시더니 이미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런데 눈에 초점을 잃은 엄마는 계속 화장실만 가시려 하는 것이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뻣뻣해진 엄마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침대 바로 앞에 있는 화장실로 옮기는 것조차 보호자 한 사람의 힘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어느날 밤에는 병원복과 침대 시트를 10번이나 갈아야 했는데 보다 못한 간호사가 소변 호수를 꽂자고 하는 것이었다. 잦은 시트 교체가 미안하기도 하고 함께 있는 환자들에게도 폐가 되는 듯하여 그리 하였는데 엄마는 호수를 꽂은 상태에서도 화장실을 간다며 우겨대어 간호하던 큰언니를 밤새 힘들게 한 적도 있었다.
퇴원하던 날 나와 언니는 환자용 기저귀를 3통이나 구입했다. 엄마의 오줌싸기를 감당할 수 없었던 우리는 엄마에게 기저귀를 채우려 했던 것이다. 침대의 매트리스 위에 비닐을 깔고 일회용 기저귀에, 오줌이 새는 것을 방지하는 방수용 팬티와 사타구니 살이 짓무르지 않기 위한 파우더까지, 엄마가 오줌 쌀 것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던 것이다.
그날 엄마에게 아기처럼 기저귀를 채우고 비닐로 된 방수 팬티까지 입히고는.
"엄마, 그냥 오줌 눠, 화장실 가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오줌 눠 응?"
"엄마 화장실 가는 거 힘드니까 그냥 기저귀에 오줌 누라니까."
하지만 엄마는 끝내 기저귀에 소변보기를 거부하며 오줌을 줄줄 싸면서 화장실로 가시는 것이었다. 의식에 의해서가 아닌 본능에 의한 거부가 맞을 듯싶다. 엄마가 그 동안 요실금에 대해 혼자만의 수치심과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치매가 걸려서까지 저리도 화장실에 대한 집착을 보일까라며 엄마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에 딸들은 마음 아파했었다.
문득 난 집요하게 화장실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엄마를 보며 엄마에게 기저귀를 채우는 일이 간호하는 사람에게는 덜 번거롭고 덜 귀찮은 일이 될지언정 엄마에게는 인간의 존재 의지를 포기하게 하는 잔인한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행위가 진정 엄마를 위해서가 아닌 내가 편하고자 하는 이기심이 아니었던가하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한없는 부끄러움에 혼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난 언니에게 내가 다 빨래 할 테니 기저귀를 채우지 말자고 했다.
"엄마가 화장실을 가려는 의지가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 아니냐"라면서.
기저귀를 채우지 않은 이후 엄마는 오줌을 줄줄 쌀지언정 화장실로 가려는 의지를 아직까지 버리지 않고 있다. 엄마는 아이마냥 옷을 하루에 몇 벌씩 버려낸다. 오줌을 싸면서 화장실을 가시기에 옷을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방과 거실, 욕실까지 온통 오줌투성이가 되기 일쑤다.
오줌냄새는 정말 지독하다. 제대로 잘 닦지 않으면 집안에 오줌 냄새가 배기 때문에 열심히 닦아야 하고 환기도 자주 시켜야 한다. 엄마 역시 몸에 냄새가 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목욕도 매일 시켜야한다. 어느 날엔가 이른 저녁부터 잠이 드신 엄마는 아침까지 꼬박 4번 오줌을 싸며 화장실을 가는 바람에 밤새 엄마를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닦고 세탁기 돌리고를 네 번씩이나 비몽사몽간 반복한 적도 있다.
그러나 난 다행히도 오줌싸는 엄마에게 아직은 짜증을 낸 적이 없다. 이것은 내가 착한 딸이어서라기보다 치매 환자에게 '불안함'과 '공포'는 그야말로 '쥐약'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식 앞에서 오줌싸는 엄마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새벽에 안방이며 거실이며 화장실까지 청소를 하고 있는 내게 엄마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빨래 목욕탕에 넣어둬라, 내가 내일 빨테니까. 너 내일 출근해야 하잖아."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는 분이 빨래를? 이때는 제 정신이 드시는 모양이다.
엄마의 겸연쩍어하는 귀여운 말씀에.
"엄마, 괜찮아, 빨래 세탁기가 다 빠는데 뭐, 괜찮아."
"아이쿠, 우리 오줌싸개 엄마, 빨리 가서 주무세요."
엉덩이를 두어 번 툭툭치고는 별일 아니란 듯 난 그렇게 걸레질을 계속한다.
부모는 우리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우리를 키워주신다. 우리가 오줌, 똥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두세 살 때까지는 늘 품에 안고 닦아주고 씻어주고 하시며 내 똥 색깔까지 예쁘다며 좋아하셨다는데….
그런 부모님이 몸져 누우셨을 때 우리 자식들이 최소한 2-3년 동안은 기저귀 갈아드린다 해도 그것이 그리 큰 효도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가 벌거숭이로 이 땅에 태어난 나를 이만큼 키워주신 것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올린 후 댓글에 너무나 과분한 칭찬의 말씀을 들어 부끄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칭찬을 듣고자 글을 올린 것이 아니라 치매와 노인문제에 대한 관심을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인 문제와 치매가 별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치매는 가족 사랑이 최선의 처방이며 치료 방법이라는 것도 스스로 겪으며 터특한 저의 노하우인데 이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성질 고약한 제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얘기를 통해 저처럼 늦게 철드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얘기를 글로 올리게 되었던 것 입니다.
부디 저의 글이 지금은 건강한 부모님께, 혹은 돌보아 드려야 할 편찮으신 부모님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자식이 되는 작은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치매 가족들이 고통으로가 아닌 행복으로 부모님들을 모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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