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당한 예술가의 마지막 수업'. 김동우 교수(맨 오른쪽)가 2002년 6월 세종대 예술대 학생들에게 석고상 제작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정지환
어느덧 세월은 흘러 재임용 계약기간인 3년이 지났다. 2001년 2학기를 마감하면서 김 교수는 재임용 평가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세종대 인사규정에 따르면 "임용기간이 만료된 전임 교원에 대하여는 교수업적 평가규정에 따라 재임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김 교수는 자신이 있었다. 누구보다 많은 국제전을 치렀고, 학생들의 강의평가도 우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의평가와 관련 그는 2001년 1학기 때는 5점 만점에 4.36(전체 교수 평균 3.85), 그해 2학기 때는 4.44(평균 3.91)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세종대 측은 2001년 12월 27일 김동우 교수에게 재임용 탈락 통지서를 보내왔다. 김 교수가 그 이유를 묻자 "회화과 내에 조소를 활성화한다는 조건으로 임용되었으나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였으므로 재임용에서 탈락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구업적과 강의평가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김 교수에게 그런 결정을 내린 근거는 무엇일까.(김 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학교측은 처음에는 연구업적 부실로 탈락시키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고 한다. 지면관계상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런데 독자들이 사건의 전모를 이해하기 위해선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세종대는 1997년 11월 20일 <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 몇 군데에 회화과 조소전공 교수초빙 광고를 냈다. 당시 지원자수는 모두 32명이었는데, 최종 면접에 오른 인물은 김동우, 류경원 2인이었다. 세종대는 결국 두 사람을 모두 조교수에 임명하는데, 당시 학교측과 두 사람 사이에 다음과 같은 4가지 '구두계약(口頭契約)'이 있었다는 것이 세종대 측의 주장이다.
(1)김동우, 류경원 두 사람은 애초 임용 당시 3년간만 재직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2)1년 후 두 사람 중 한 명만 교수로 임용한다.(그런데 공교롭게도 류경원 교수는 6개월 뒤 충북대 교수로 옮겨갔다.)
(3)부족한 수업시간은 매년 1점씩 조각작품 제작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4)조소 활성화 여부에 대한 학교 당국의 판단에 따라 재임용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이러한 4가지 '구두계약' 조건에 따라 김동우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이므로 적법하다는 것이 세종대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세종대 측은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우선 위의 4가지 '구두계약'을 증언하는 학교 관계자(임용 전후 학과장, 교무처장, 교무과장)의 확인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세종대 측(부총장, 재단 사무총장, 재단 이사장 비서실장, 교무처장, 학생처장, H 교수 등)은 기자와의 두 차례 반론 인터뷰 과정에서 "당사자 중의 한 명인 류경원 교수에게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보면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종 서류와 주장을 일일이 확인해본 결과 세종대 측의 주장은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첫째, 임용 당시 세종대 측 관계자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임용 당시 교무과장(우정남), 교무처장(유양자)과 임용 이후 교무처장 석영우 등 3인이 세종대 측을 통해 교육부에 제출한 확인서에선 3년 기한 등의 임용 조건에 대해 "김동우, 류경원 2인의 당사자가 학교측에 그런 요구를 했다"고 되어있다.
반면에 회화과 학과장(허계)의 확인서에선 "당시 예체능대학장(김시덕)이 그런 건의를 해서 받아들여졌다"고 되어 있다. 일단 기초적인 사실부터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종대 측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