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병 옮기기 '장난 아니다'

최원호의 <교육칼럼>

등록 2002.09.10 09:36수정 2002.09.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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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속히 번지고 있는 유행성 결막염은 마치 1969년 아폴로 발사대의 후폭풍처럼 전국적으로 학생들 중심으로 확산되어 그 전염성이 가히 위력적이라 한다. 눈병은 학생이나 일반인 등 개개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한편, 주위 사람에게까지 옮겨지는 전염성이 있다 보니 학교에서는 최후의 선택으로 무려 1천여개 학교에서 휴교조치를 감행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의도적으로 학교 가기 싫어하는 일부 학생들 사이에 '눈병 옮기기' 장난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설마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버스를 기다리는 중학생들을 쳐다보는 순간, 눈병 옮기기의 실제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벌겋게 퉁퉁 부어 오른 한 친구의 눈을 벌리고 손으로 눈물을 닦아 자기 눈에 갖다 비벼대며 짓궂은 장난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은즉, 거침없이 '눈병 걸리면 3-4일은 거뜬하게 학교를 빠질 수 있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순간 할말을 잊고, 그저 일부 학생들이라 이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니, 이들의 거침없는 행동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금번과 같은 아폴로 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의학 상식이 많이 알려져 있고, 그 중에서도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품을 분리하고 격리하는 것이 전염성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상식 밖의 '눈병 옮기기'는 일부 학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안과 병원마다 발 디딜 틈조차 없고, 학교에서는 학급당 절반 이상의 학생이 눈병으로 고생하여 수업일정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학교장에게 휴교할 수 있는 재량권이 주어진 덕분에, 특별한 상황에 따라서는 자체적으로 휴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금년 봄에는 황사현상으로 눈병이나 호흡기 질환을 앓는 학생들의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학교가 발빠른 휴교 조치를 펼쳐 확산되는 질병을 줄일 수 있었고, 신속한 대응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또한 월드컵 기간 중에도 열띤 응원전에 참가를 위해 휴교를 했으며, 태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휴교를 했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어쩌면 학생들은 휴교에 재미라도 들렸는지 모른다. 이번에는 아폴로 눈병이라는 또 한번의 휴교를 정당화할 핑계거리가 생겼으니 말이다.

보건 당국에서는 전염성이 강한 눈병을 막기 위해서 인근지역에 있는 학교와 연대하여 단축수업을 하고서라도 지역학교를 대상으로 동시에 방역하는 신속한 대응책을 세워야 했었다. 물론 학교장 판단 하에 휴교를 할 수는 있지만, 금번 태풍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휴교를 결정하는 데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휴교를 남발하다 보면 이와 유사한 상황이 생기면 즉각 불어오는 '휴교바람'이 학생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나갈 것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감염자가 절반 정도이면 휴교한다는 근거 없는 뜬소문 때문에 교육적 손실을 자초한 것인 만큼, 일부 학생들에 의해 눈병 옮기기 장난은 더 이상 장난이 아님을 일깨워줘야 한다. 학생 스스로가 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전염 경로를 차단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저 휴교가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오용된다면 이는 학교기피현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일부 학생들에게 국한된 일이긴 하지만, 두번 다시는 장난 아닌 눈병 옮기기 장난 때문에 전국민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신속한 초기 대응과 함께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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