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안보전문연구기관인 노틸러스 연구소가 최근 입수 공개한 미군의 비밀해제 문서의 표지.
미국은 1991년 한반도 전술핵무기 철수와 1994년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998년 상반기에는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에 따라 핵무기 사용 훈련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미국의 안보전문연구기관인 노틸러스 연구소가 정보자유법에 따라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미군의 비밀해제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 문서는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 www.peacekorea.org를 통해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군은 북한에 핵무기 사용 계획을 계속 유지하는 동시에, 한반도에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를 조속히 구축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지를 비롯한 전략 시설을 조기에 파괴하고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탄도미사일 요격체제로 막는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91년 부시 행정부 때 남한에 배치한 전술핵무기를 철수시킨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 계획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장거리 폭격기와 트라이던트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 등을 대안으로 발전시켜온 것이다. 그리고 대북한 핵공격을 담당하는 미군부대도 미 본토에 있는 제4 전투비행단으로 바뀌게 되었다.
1998년 상반기 노스 캐롤라이나에 있는 세이머 존슨 미 공군기지에서 실시된 수차례의 대북한 핵무기 사용 모의훈련은 이러한 미국의 계획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4 전투비행단 소속 F-15E 전폭기가 핵폭탄의 일종인 BDU-38을 탑재해 플로리다의 폭격장에 투하하는 모의 훈련이 반복 실시된 것이다. 물론 이 훈련에서 사용된 것은 콘크리트로 만든 모조탄이고, 모조탄이 투하된 플로리다 폭격장은 북한을 가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승인하면, 제4 전투비행단은 괌 등 한반도 인근 지역에 배치되게 된다.
명백한 제네바 합의 위반
물론 미국의 대북한 핵무기 사용 계획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미국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직후, 미국의 덜레스 국무장관이 '대규모 보복 전략'을 천명한 것을 시발로 해서 1994년 10월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 이전까지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 사용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한 적이 없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시설 가동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기하기로 약속함으로써, 미국은 대체 에너지 제공과 함께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소극적 안전보장(NSA)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에 비밀해제된 문서를 통해 미국의 대북한 소극적 안전보장은 '공약(空約)'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91년 전술핵무기 철수 및 94년 제네바 합의 이후에 '비밀리'에 유지해온 대북한 핵공격 계획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을 통해 '공식화'되기에 이르게 된다. 이는 미국이 제네바 합의의 중요한 합의 사항을 위반하면서, 북한에게는 제네바 합의 준수를 요구하는 '부당한 일방주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