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청소년의 딜레마

현대와 원시의 동시대비

등록 2002.09.13 07:59수정 2002.09.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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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욱
빗나간 性교육

중학생들 중의 일부가 일으키는 이성 문제의 실태는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혼숙과 같은 무분별,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무절제, 행위의 결과를 생각지도 않는 무의식이 만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15,6세의 어린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충격적인 성적 방종을 두고 내리는 상투적인 진단이 바로 「성교육의 부재」다.

이성의 신체적 구조에 대한 호기심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각급 학교에 배부, 권장하고 있는 성교육의 교재는 하나같이 남녀 생식기의 구조와 기능을 해부학적 관점에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과연 정확한 진단일까. 해부학적 구조가 궁금하여 혼숙을 일삼는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일부이긴 하지만 청소년들이 성적인 절제를 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어른들의 눈에 비치는 중학생은 아직 어린애다. 그러나 14,5세 소녀들의 대부분은 그들 엄마보다 키가 크고 더러는 골반도 더 크다. 중3짜리 아들이 신는 운동화가 아버지 구두보다 크다고 이상할 것은 없다. 중학교 3학년이면 적어도 육체적으로 「어른의 규격」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수렵채취가 인류의 유일한 생업이었던 원시시절이었다면 이들은 진작에 「손색없는 어른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다. 아비보다 훨씬 강력한 돌팔매질을 할 수 있고 엄마보다 더 높은 곳의 열매를 딸 수 있으면 손색없는 어른으로서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버젓이 분가할 수 있었다.


지금도 문명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의 원주민 사회에서 치러지는 성년식은 우리 사회의 법적인 성년, 20세보다 훨씬 빠른 나이다. 그들 원주민 사회에선 실질적인 성인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연령은 중3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은 이미 어른의 조건을 갖춘 문명사회의 청소년들이 완전한 성인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선 최소한 10년에서 15년의 세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거쳐 취직, 얼마간의 저축을 하여 결혼의 조건을 갖추기까지 무려 10∼15년의 세월을 실질적인 성인이면서 청소년의 계율에 묶여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성교육은 「탈선하지 않는 모든 청소년들은 대단한 금욕주의자」란 관점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식기의 해부학적 의미보다는 성적 충동을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학적 의미에 비중을 두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성의 신체적 구조나 기능을 훤히 익힌다고 그들의 성욕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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